테일즈 오브

테일즈 오브 베르세리아 이문 『진명 ~true name』 제1장 · 타이타니아의 오후

감콩 2024. 12. 26. 01:03

테일즈 오브 베르세리아 이문(異聞)
『진명 ~true name』

작 히라마츠 마사키

 

 


제1장 타이타니아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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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간드의 서쪽 끝. 심록의 해원에 섬뜩하게 서 있는 감옥섬 타이나티아가 《재화의 현주》라 불리우는 식마 벨벳과 그 일당의 아지트가 된 지 오래이다. 《고독》에 의해 흉폭화한 죄인 업마들은 벨벳 일행의 제압 작전에 의해 청소되었다──그럴 터였다.





"꺄아아아아아아!!"

소녀의 비명이 조용한 오후의 졸림을 찢었다. 선착장에 정박 중인 해적선 반엘티아호의 갑판에, 녹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보기에도 두려운 악당 집단에 둘러싸여 있다.

"저 매에게 엘리펀트 참치를 잡으라고 한 건 너지! 하늘에서 사냥감을 떨어트린 탓에 갑판에 큰 구멍이 생겼잖냐!"

해적 벤윅의 머리에서 김이 뿜어져 나온다.

"내가 기대하고 있던 적포도 와인을 텅텅 비게 하다니...... 애는 마시면 안 되잖냐!"

도마뱀 업마 다일은, 텅 빈 병을 휘두른다.

"식칼을 썼으면 잘 씻고, 뜨거운 물을 붓고서, 행주로 닦지 않으면 녹이 슨다.....몇 번이고 알려줬을 건데."

머리가 없는 갑옷 업마 쿠로가네의 한숨이, 공동인 몸에 울린다.

"넌 왜 나쁜 짓만 하는 거냐......"
"""모아나──────!!!"""

남자들의 외침은 각 사건의 범인인 식마 소녀・모아나에게 부딪쳤다. 하지만.

"나쁜 짓 안 했는 걸! 모아나, 힘내고 있는 걸!"
"술 마시고서, 아이가 뭘 힘낸다는 거야."
"안 마셨어!"
"그럼 왜 텅 비었냐고!"
"술따위 상관 없잖아! 이쪽은 배라고, 배!"
"안 좋다고, 이리아뉴의 적포도 와인이라고, 손에 넣기 어려운 물건이란 말이야."
"뭐으야아아아!" "세상에!"

술의 소실에 우는 어른들의 분위기를, 드디어 따라잡은 모아나는 하늘을 우러러본다.

"호그호그──, 도와줘!!"

그러니 상공을 춤추던 매는 식마 그리폰으로 변신하여 급하강. 뱃머리로 달려나가, 점프한 모아나를 등으로 받아, 호그호그는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모~아~나~~~~~~~!!!"""

남자들의 외침이 허무하게도 하늘에 삼켜지는 것을. 호그호그의 주인인 퍼시벌 왕자는 웃으며 지켜봤다.

"야이, 왕자님, 당신 매인지 그리폰인지 모르겠다만, 다시 불러들이라고!"
"저건 내 게 아니야. 모아나를 태우고서 나는 것도, 내 곁에 돌아오는 것도, 호그호그의 자유니까."

왕자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자유라는 말에 담겨진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강하다. 다일은 원망스러운 듯이 신음했다. 거기서.

"내려오렴."

하늘을 나는 소녀를 바라보면서, 식마 메디사는 갑판에서 구두 소리를 냈다.

"메디사! 모아나는 나쁘지 않아!"
"네 엄마에게도 가슴을 펴고서 말할 수 있어?"
"말할 수 있어! 모아나, 힘냈는 걸!"
"그럼 여기로 내려와서 모두에게 자신이 한 일을 설명할 수 있겠네. 엄마에게 말하는 것처럼."
"......알았어."

그 말을 기다린 듯이 그리폰은 조용히 착함하고, 모아나를 메디사의 눈앞에 내렸다.

메디사가 눈을 맞추며 끄덕이니, 모아나도 같이 끄덕이고, 모두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모아나...... 밥을 만들려고 했어."

타이타니아에 오고서 모아나는 벨벳 일행과 해적 일행이 잘 대해줘서 기뻤다. 자신은 언제나 섬에서 기다리지만, 반엘티아호에 일을 하러 가고, 돌아오면 모두가 지쳐있는 듯이 보였다. 그런 어느 날, 벨벳과 엘레노어가 요리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듣고서, 자신도 만들어 보자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럼 엘리펀트 참치를 호그호그에게 잡게 한 것도......"
"내 비밀의 이리아뉴를 쓴 것도......"
"식칼을 멋대로 사용한 것도......"
"응...... 모두를 기운 차리게 하고 싶었어."

모아나의 상냥함은 모두에게 전해졌다. 거기서.

"마음은 기쁘지만, 반엘티아호는 우리들 아이프리드 해적단의 목숨이야. 구멍을 뚫으면 곤란해져."
"그 말이 맞아, 모아나. 소중한 술이 없어지면 난 더 기운이 없어진다고."
"식칼을 쓰는 건 안 된다고 말하진 않겠다. 하지만 도구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녀석은, 맛있는 밥을 못 만들지."

남자들은 상냥한 쓴소리를 했다.

"모아나...... 지금, 넌 어떻게 느꼈니?"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메디사는 모아나를 바라본다.

"힘냈지만, 모두가 곤란해하는 짓을 한 건 모아나 잘못이야...... 미안해요."

꾸벅 절한 모아나가 얼굴을 드니, 거기에는 모두의 미소가 있었다.

"정말이지, 모아나에게는 못 이기겠구만."

과장되게 어깨를 움츠린 다일에게, 벤윅은 장난을 치듯,

"앞으로는 트러블을 『모아블』이라고 부르자고!"
"그건 안돼! 엄마, 모아나라는 이름에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는걸!"

모아나는 팡팡 벤윅을 두들기며 맹렬하게 대응.

"미안 미안. 엄마는 어떤 의미를 모아나라는 이름에 담았어?"
"음, 그건...... 몰라!"

털썩, 하고 전원이 탈력이 오고, 해적선이 흔들렸다.

"아니, 그건 잊어버림 안 되잖아. 엄마, 슬퍼할 거라고?"

모아나는 숨을 삼키고서, 얼굴을 흐린다. 벤윅이 실수했다고 깨달았을 때는 모아나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엄마...... 모아나가 이름의 의미를 잊어버렸으니까 슬퍼서 돌아오지 않는 걸까......"
"멍청아,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

다일이 벤윅의 정강이를 찼다.

"모아나, 잊어버려서 슬프다면, 어떡해야 너의 엄마가 기뻐할 거 같아?"

곤혹스러워하는 남성들을 뒤로 두고, 메디사는 냉정하게 모아나를 바라본다.

"......이름을 떠올리면, 기뻐......하겠지?"





모아나는 메디사의 추천으로 그리모왈의 서고에 왔다. 《카노누시》의 고문서 해독을 위해 대량의 서적을 들여놓은 방 한가운데에 그리모왈과 라이피세트가 문헌과 눈싸움 중. 옆에는 아이젠과 로쿠로가 각자 찾는 중이었으나, 소녀의 방문에 모두가 행동을 멈췄다.

"......모아나는 무녀의 가계니까 하리아 마을의 말이나 전승에 이름의 유래가 있을지도 몰라──메디사의 예상도 나쁘진 않네."

고대어를 아는 《그리모 선생님》은 수북이 쌓인 책더미에서 파란색 책 한 권을 꺼내, 《제자》에게 넘겼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아나에게 라이피세트는 표지를 보여준다. 

"앗, 아메노치님의 문장─!"
"응. 이건 『비의 서』라고 해서, 남방제도에 전해지는 고문서야. 모아나의 이름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같이 읽어보자."
"응!"

 

 




고문서를 읽을 수 없는 모아나가 하품을 하기 시작했을 무렵──"이걸지도 몰라"라며, 라이피세트가 어느 한 구절을 가리켰다.

"......오랜 하리아에서, 성주 아메노치의 은혜 있어, 향하는 푸른 대해는 《모아나》라고 부르더라."
"지금 모아나라고 했어!"
"응. 예전의 하리아 마을에서, 《모아나》는 『푸르고 큰 바다』를 말하는 말이었구나."
"맞아, 바다야! 엄마는 애기 모아나를 안고서 모래사장을 산책했을 때, 바다처럼 넓고 강한 아이가 됐으면 한다고, 생각했대. 그래서 《모아나》라고 이름을 붙였다고......전에, 알려줬어......"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업마 검사는, 흠흠하며 끄덕인다.

"어머님의 마음이 담긴 좋은 이름이잖냐. 떠올려서 다행이구만, 모아나."
"응! 모아나는, 푸르고 큰 바다! 강해질 거야!"

창문 밖에서 바다가 빛나고 있었다.

"로쿠로는 왜 로쿠로야?"
"여섯 번째에 태어난 남자 아이니까, 로쿠로. 알기 쉽지!"
"그치만 너무 알기 쉽잖아. 로쿠로의 아빠랑 엄마는 태만했구나!"

깔깔 웃는 로쿠로에게 이끌려, 모아나도 아하하하며 웃었다.

"그러고보니까 성례에게는 《진명》이란 게 있었지. 그건 뭐냐?"

로쿠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젠에게 물었다.

"진명이란 우리들 성례가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자신을 표현하는 말》과 같은 것이다. 자신이 《그렇다》고 깨달았을 때, 마음 속에서 떠오르고, 자신과 겹쳐지는 이름을 말하지."

자신을 표현하는 말......라이피세트는 강하게 흥미가 이끌렸다.

"어떨 때에 《그렇다》고 깨달아?"
"동생이 아직 어렸을 때 일이다. 평소완 달리 동생이 칭얼거려, 아침부터 울음을 멈추지 않은 날이 있었지."

인간 아기와는 다르게 성례는 배를 곯는 일도 없고, 병에 걸리는 것도 생각하기 힘들다. 감정에 따라 계속 우는 것조차 드물다. 아이젠은 허둥거렸다. 인간 마을에서 본 것처럼 비행기를 태우거나, 깜짝 놀래키거나, 딸랑딸랑 울리기도 했다. 자장가도 불렀다──만, 그 결과는 가슴에 묻는다.

".......달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속수무책이었지. 너무 지친 탓에 내가 울고 싶어졌을 때, 집의 문이 멋대로 열리고서 바람이 불었다. 봄바람과 같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이었지."

바람에 유혹 당한 듯, 아이젠은 동생을 데리고서 밖으로 나왔다. 얼만큼 걸었을까, 어두운 숲 속을 빠져나가자, 갑자기 시야가 확 열리고, 넓게 파도치는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동생은 우는 걸 멈추고서 순수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러니 주변에 온통 새빨갛고 가련한 꽃이 피어났다."
"굉장해~!"

모아나의 미소도 피어났다. 아이젠은 끄덕였다.

"덧없고 작은 꽃이었지만, 그 색에는 강한 심지가 느껴지는 선명함이 있었다. 나는 동생이 자라면, 분명 이 꽃이 어울릴 거라 생각했지. 그때 동생의 목소리가 마음속에 흘러 들어왔다──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이 얼마나 조숙한 아기인가 하고 놀랐다. 하지만 알았지──그것이 그 녀석이라고."

하크딤=유바──이르게 피는 에드나. 그 이름도 가슴에 묻었다.

"붉은 꽃의 이름을, 나는 망설임없이 동생에게 붙였다. 나와 똑같은 금색의 머리카락이었는데 말이지."
"멋진 이야기네. 근데 동생보다도 훨씬 먼저 태어났는데, 너는 자신의 진명을 느낀 적이 없었니?"

그리모왈의 앙뉘한 지적에,

"나는 늦게 피어나서 말이지. 자신의 진명을 깨달은 건, 의외로 최근이다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 아이젠은 자조했다.

"아이젠의 진명은 뭐야?"

눈을 빛내면서 모아나는 답을 기다린다.

우페뮤=우에크스브──탐색자 아이젠.

"......비밀이다."

아이젠은 드물게 웃으며, 답을 얼무렸다.

"근데 마길루는 계약 때 『그대에게 부여하는 진명』이라고 말하지 않았었나?"

로쿠로는 이전에 자신이 입회한 계약의 순간을 떠올렸다.

"《그릇》의 맹약은 마음과 마음의 맹세다.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것으로 성례의 진명을 대마사가 느끼고서, 말로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애초에 의지를 빼앗긴 성례에게는 마음도 진명도 없다. 대마사 놈들이 입에 담는 건 자기만족인 허언이지."
"라이피세트, 넌 어땠냐?"
"응...... 테레사 님일 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엘레노어와의 계약의 순간은 정말 부드럽고 따뜻한 기분이 됐었어. 엘레노어가 외친 진명을 들은 나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느꼈어."
"너는 엘레노어와 마음이 통했다는 건가. 마치 결혼 맹세와 같군."
"겨, 결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로쿠로! 나는 엘레노어를 그런 식으로 보지 않아."

성례 소년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반론했다.

"뭘 화내는 거야? 평범한 비유잖냐. 그치, 아이젠."
"예를 드는 것도 해도 되는 거랑 안 되는 게 있어! 그렇지, 아이젠."

이런이런하며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쉰 아이젠의 팔을 모아나가 끌어 당긴다.

"아이젠, 모아나에게도 진명이 있어?"
"아니, 너희들 인간에게는 진명이 없다."
"에에, 어쩐지 불공평해. 성례는 좋겠다아."
"너를 안고 있던 엄마의 가슴에 솟아 올라온 이름이다. 《모아나》는, 너의 진명과 다를 바 없어."

모아나는 입을 삐쭉 내밀며 생각에 잠긴다. 아이젠은 동생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상냥하게 말한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어떤 때라도 네 엄마는 언제나 네 곁에 있다. 푸른 대해──《모아나》라는 이름과 함께 말이지."
"모아나, 안 잊을 거야. 《모아나》라는 이름의 의미! 엄마가 준, 소중한 이름인 걸."

맞아, 소중한 거야.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첫 걸음이 이름이라고, 라이피세트는 곱씹었다.

"나도, 벨벳이 이름을 줘서, 사역성례 2호에서 라이피세트가 돼서...... 의지를 가지게 됐어. 내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의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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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자료집에 있던 단편 5개 중 첫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