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Call name ㅡㅡ마지막까지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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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하강은 바다 밑바닥으로 깊게 하강하는 것 같았다. 하얀 의상을 걸친 그 몸을 깊은 곳으로 유혹하는 추는 『증오』였다. 양손 양발에 묶인 증오의 감정이, 그녀에게 부상을 용서하지 않고서 어두운 물밑으로 끌어 내린다.
담는 물은 차갑고, 숨 쉬기 괴롭고, 혹독하고 박정하고, 그 모든 것이...... 미웠다.
(미워...... 미워...... 세계가, 미워......)
일직선으로 아래에 내려가면서 소녀는 공허한 마음으로 저주하듯이 생각한다.
이 세계는 심하다. 추악하고 잔인하다.
신이 만들고, 키웠다. 하지만 왜곡 되어버린 세계.
사람은 누군가를 괴롭게 하고, 누군가를 슬프게 하고, 그리고 분노의 연쇄를 끌어 올린다. 분노는 고통을 주고, 고통은 더욱 강한 고통을 초래하고, 그들은 상처 주는 것을 멈추지 않고서 미친듯이 춤춘다. 파멸을 자아내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광란의 웃음을 짓고 오열을 노래한다.
이 얼마나 추악하고...... 헛된 세계일까. 괴로움과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절망을 그저 반복하는 세계.
이런 세계는 싫다. 이런 세계는 싫다. 이런 세계는 필요없다.
이런 필요없는 인형이 왜곡시킨, 틀려버린 세계는......
"멸망해야만... 해"
복숭아빛 입술이 작게 속삭이니 그 하얀 발끝이 차가운 물바닥에 도착한다. 입은 하얀 로브(cape)와 등에 흐르는 긴 금색의 머리카락이, 두둥실 내려왔다.
천천히 얼굴을 올린 그곳은, 깊은 지하에 마련된 공동 같은 장소였다.
(생략)
그 검 끝을 바라보면서, 뮤는 생각한다.
(미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밉다. 뮤의 생각이 흔들린다. 이 칼날도 자신을 해치기 위해 휘둘려지는 것. 그리고 다시 슬픈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괴해야만 한다. 그 모든 것이 이 몸을 증오하고 저주한다면, 그 모든 것을 이 몸으로 증오하고 저주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파괴한다. 그것만이 지금 이 세계에서 필요한 것이다.
(생략)
ㅡㅡ미워.
갑자기, 라그나는 뭔가를 들은 기분이 들었다. 그건 정확하게는 목소리가 아니라, 소리 같은 감각이었다. 방울이 된 물방울이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조그마한 흔들림도 없던 수면을 흔드는 듯한, 그런 사소하면서도 조용하게, 그러나 가슴에 닿는 소리의 파문.
ㅡㅡ미워. 미워. 미워. 세계가...... 모든 것이 미워.
전해져온다. 흘러 들어오는 것 같았다. 서로 마주보는 눈동자 탓일까, 마주하고 있는 검에서인가. 아니면 서로에게 내포된 『아오』가 이끌리는 것일까. 희미한 경계선 너머로 흔들리는 진동을 듣는 듯이, 라그나는 확실히 노엘의, 뮤의 마음을 들었다.
그것은 모여진 증오의 말이었다. 깊은 비탄이며, 불쌍한 떨림이면서...... 그리고 공허한 절망.
ㅡㅡ미워미워미워. 이런 절망과 슬픔이 어울러진 세계따위 필요없어.
이런 심한 세계는 부숴지면 돼. 부숴지지 않으면 안 돼. 부수지 않으면 안 돼. 이제 이 이상, 하나라도 더 많은 절망이 태어나기 전에......
"......워"
마주한 채로 노엘의 입이 움직였다. 흘러나온 속삭임이 뭐라 말한 것일까, 확실히 듣지 못했지만 라그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미워』......였다.
"......워...... 미..........미워....... 모든 것이...... 모든 것을 미워, 하고 있어...... 누구든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어...... 원망하고 있어......"
노엘의 칼이 힘을 담아 라그나를 밀어 붙이려 하고 있다. 그 압력은 노엘이 안고 있는 깊은 절망이 부풀어 가는 것 같았다.
라그나는 입을 앙 다물고서 그것을 버텼다. 그 힘에 진다면, 그때에는 노엘의 절망에 스스로가 굴복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없어...... 이런 세계, 필요 없어...... 필요 없어, 필요 없어......"
ㅡㅡ이런 나따위, 필요 없어.
끊어져 흘러 내리는 말 속에서, 스치듯이 들리는 소리에, 라그나는 숨을 삼켰다.
수없이 많은, 다 담을 수 없는 절망을 누른 듯한 노엘의 마음속에서, 지금 들린 그 소리야말로 노엘의 진심인 것 같았다.
"......노엘, 너는 어째서 그렇게나, 자신을 부정하는 거야......"
더욱 강해지는 압력에 조금씩 검이 밀려지면서, 라그나는 너무 견디는 나머지 말이 짓눌려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올려 물었다.
한 순간, 노엘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마치 눈물을 흘리기 직전인 것처럼.
"나는......"
되돌려진 말은, 변함없이 무기질에 기계질인 목소리였다. 노엘의 그 자신없는, 이쪽을 엿보는 듯한 약한 어조가 아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자아내는 말은, 라그나에게 있어 기대에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인형...... 만들어진, 가짜...... 이 세계는 거짓...... 모든 것은 허구. 나도...... 같아"
증오만이 가득 찬 눈동자로 라그나를 보며, 살육과 파괴만을 아는 듯한 무표정 그대로, 노엘은 마치 끊어진 듯이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확실하게 라그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나는...... 필요 없어. 필요 없어. 필요 없어. 존재해서는 안 됐어. 내 탓으로...... 세계는 왜곡 됐어...... 존재해서는 안 될 인형이, 존재하는 세계...... 인형이 인간 흉내를 내는 세계...... 그런 틀린 것 투성이의 세계니까......"
모든 것이 이상해진다. 그 누구나가 슬픈 일을 당한다. 행복해질 터인 사람이 행복해질 수 없어지고, 상처 입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상처를 입는다.
어투 대신이라는 듯, 검에 걸리는 힘이 더욱 강해진다. 게다가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며, 라그나의 주변에 작은 장치와 같은 것이 몇 개나 나타났다. 그것들은 라그나를 습격하려는 듯한 위치의 공간에 고정 되니......
"세계를 지우고서...... 나도 사라진다. 전부 필요 없어...... 인형따위, 필요 없어......"
그렇게 말하는 노엘의 말을 따르는 듯이 자그마한 장치가 계속 폭발했다.
"억, 그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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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의 심경 부분 번역.
소설판이 이런 게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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