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 귀여운 모자
지금으로부터 20하고도 수 년 전을 거슬러 올라간다. 팔굉사해를 누비며, 드래곤도 웃는 대마법사가 《자그마한 마녀》라고 불리우던 시절. 마길루가 아직 마길라니카라고 불리던 시절의 이야기.
이 세상에서 생을 부여 받고서 처음 눈을 뜬 그 아침부터 마길라니카의 세계에는 성례와 업마가 보였다. 똑같은 날에 태어난 근처의 아기가 일어섰던 오후, 마길라니카는 혼자서 지붕 위에 올라가 어른도 어려워 하는 책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감수성이 강하고, 유래가 없는 두뇌를 가진 자신의 아이를, 미신을 믿는 부모는 마녀라 부르며 두려워 해, 주변 사람들과 함께 꺼려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밤에ㅡㅡ버렸다.
《있을 곳 없는 마길라니카》를 거둔 것은 돈에 눈이 먼 흥행사였다. 사람은 볼 수 없는 《무신》과 대화할 수 있는 소녀는 곡예 천막의 특가품으로서 안성맞춤이었다. 주판을 튕기며 미꾸라지 수염을 흔들었다.
"자아 자, 들려보세요, 구경하세요. 세상에 기묘한 삼각 모자. 손을 대면 바람이 불고, 눈을 닫으면 마음이 녹는다. 세상에 신기한 이 아이. 《자그마한 마녀》 마길라니카이옵ㅡ니다!"
천막의 명물이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마길라니카였으나 그곳에도 《있을 곳》은 없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호기심과 불안이 섞인 시선에 노출 돼, 지쳐서 돌아가는 것은 헛간 한구석에 깔아놓은 잠자리. 빵 한 조각과 우유로 공복을 채우고서 눈을 감으면 언제나 같은 경치가 눈꺼풀에서 떠올랐다.
"아빠, 나중에 새로운 인형을 사줘!"
"그래, 마음에 드는 걸 사줄게."
"그 전에 사고서 얼마 안 지났잖아. 아빠도 참 무르다니까, 정말."
ㅡㅡ객석에 흔해 빠진 부모 자식간의 온기.
"마녀 무서웠어! 하지만 또 보고 싶어!"
"응, 굉장했지. 나중에 또 같이 오자!"
ㅡㅡ상연 후에 흔해 빠진 친구끼리의 약속.
"좋겠다. 나도 인형, 가지고 싶어...... 친구, 가지고......싶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 알고 있으면서 창문에서 보이는 둥근 달에게 비는 밤의 일이었다.
"......눈물 자국이, 아직 마르지 않았네요푸...... 불쌍하게도. 너도 고독하군요푸....."
졸던 마길라니카의 귓가에 묘한 말투를 쓰는 자가 나타났다. 실크헷을 깊게 써서 얼굴을 숨기고서 취한 듯한 모습. 등에는 들쭉날쭉한 날개. 짧고 팟 선 꼬리. 노르민 성례 비엔푸는 울어서 부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저도...... 외톨이에요후......"
이하는 비엔푸가 새벽까지 계속 말한 슬픈 고백의 하이라이트이다.
노르민족의 훈남이라 칭찬 받아, 언제나 미녀들에게 둘러 쌓여서 살아왔던 비엔푸. "저는 누구의 것도 되면 안 된다구요푸"라고, 일 부 러 특정 연인을 만들지 않고, 세상의 여성 전부에게 사랑을 흩뿌리며 살아왔다. 그런 비엔푸가 운명의 상대와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은 여행 도중에 들른 근처 마을 스톤베리였다. 수수하고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밀짚모자가 잘 어울리는 노르민 소녀를 향해, 비엔푸는 언제나 그랬듯이 말을 걸었다. 그러니 그녀는 비엔푸에게 요리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하며 처음 먹었던 《부부즈케》의 맛에 비엔푸는 위장을 잡았다. 이 아이는 다르다. 지금까지 스스로 밥을 만들어준 여자는 없었다. 결혼하자, 내일ㅡㅡ하지만, 그 전에.
"부부즈케, 한 그릇 더 부턱할 수 있나요푸?"
텅 빈 찻잔을 준 비엔푸를 향해, 그녀가 웃었다.
"『부부즈케 어땠나요?』라 말하는 건, 『빨리 돌아가』라는 의미야."
"어...... 사랑하는 제게 손수 만든 요리를 먹이고 싶다는 것이......"
"너, 적당히 좀 해! 이 돼지 원숭이가!"
"제, 제가...... 돼지 원숭이?! 비에~~~~~~~엔!!"
첫사랑(?) 상대에게 심하게 차인 비엔푸는 트레이드 마크였던 실크헷에 구멍을 뚫고서 깊게 눌러 쓰고서 얼굴을 숨겼다. 눈물을 흘리며 보는 세계는 어제까지와는 다르게 빛이 바랬고, 회색빛이었다.
"하지만 저는 그녀를 지금까지도 사랑하고 있어요푸. 그녀는 『비엔푸는 그 누구의 것이 아니야』라고, 마음을 오니로 만들고서 저를 찬 게 틀림없어요푸...... 저희들의 마음은 이어져 있으니까요푸......"
하지만.
"너무나, 고독해요푸...... 저따위...... 저따위......"
말하기 지친 비엔푸의 의식이 녹기 시작한 새벽녘, 마길라니카는 자신이 《기묘한 살아있는 인형옷》을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도 버려졌구나......"
고독한 소녀는 생각했다. 달이 자신의 바람을 이뤄줬다. 이제 자신은 외톨이가 아니다.
"귀여운 모자......"
마길라니카는 껴안고서, 다시 잠에 들었다. 그 말에 인 형 옷이 기쁜 눈물을 흘린 것도, 그 말로 두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계약을 나눈 것도, 알 수 없었다.
그 후, 어떤 사고를 계기로 자유를 손에 넣은 마길라니카는 유례 없는 영응력을 인정 받아, 특등대마사 멜키오르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받아들여졌다.
마길라니카 루 메빈.
《있을 곳 없는 마길라니카》가 처음 얻은 《성》. 그리고 《스승님》.
차기 《도사》의 《그림자》가 되기 위해 마길라니카는 비엔푸와 함께 대마사 수행과 연구를 지새웠다. 얼마나 가혹하고 어려운 상황이어도, 마음이 부러지는 일은 결코 없었다. 누군가가 필요로 해준다는 기쁨이 마길라니카와 비엔푸를 북돋는다. 고독 그 이상의 절망따윈 없다. 여기에는 《있을 곳》이 있다.
멜키오르가 내건 이상에 강하게 공감하고서, 마길라니카는 푹 빠졌다.
"마길라니카...... 자신의 성장을 멈추는 것을 서약으로 해서 영응력을 높이다니, 금기에 닿을 거예요푸. 너무 위험해요푸."
"시끄럽네, 비엔푸! 인간의 신체 능력은 10대에서 최고치를 맞이하네. 최고의 토대를 유지한 채 술법의 강도를 늘릴 수가 있다면 그건 《이치》와 다르지 않네."
"하지만 대마사이기 전에 마길라니카는 여자아이라구요푸. 말투도 최근 이상해졌고, 인간으로서의 행복도 생각하지 않으면ㅡㅡ"
"나는 하루라도 빨리 《스승님》을 뛰어 넘고 싶네. 이 세계라는 《전부》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나라는 《개인》의 행복ㅡㅡ그것을 위해 내가 금기를 범하는 것조차 《이치》가 되는 것! 자네는 그저 나를 위해서 힘을 빌려주기만 하면 되네. 그것이 《범례》인 자네가 이뤄야 할 《이치》라네!"
"......마길라니카...... 알겠어요푸......"
《이치》는 『첫 친구』를 『도구』로 바꾸었다. 그래도 비엔푸는 힘냈다. 《귀여운 모자》라는 그날의 말이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길라니카의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마지막 시련을 내린다. 어느 지역으로 가서 과거와 결별을 해라. 무사히 돌아왔을 때, 《도사》의 발밑에 새로운 《그림자》가 드리우겠지."
멜키오르에 의해 등을 떠밀려, 마길라니카가 향한 곳은 버려진 이후, 단 한 번도 발을 내딛은 적이 없는, 태어난 고향 마을이었다.
십 수 년만에 재회한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아이가 돌아온 것을 기뻐하며, 과거의 잘못을 마음속으로부터 빌었다. 공백의 시간을 되돌리려는 듯이 두 사람은 마길라니카를 알고 싶어했다. 마길라니카의 괴로움을 생각하며 울고, 마길라니카의 기쁨에 미소를 꽃피운다. 부친은 마길라니카를 위해 매년 준비했지만 주지 못했던 생일 선물을 산더미처럼 쌓아 올리고, 모친은 자랑하는 손요리를 테이블 위에 다 올리지 못할 정도로 만들었다.
넘쳐 흐르는 행복한 광경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마길라니카는 알고 있었다. 곡예 천막에서 일하는 《자그마한 마녀》를 밀고한 냉혹한 부부가, 업마에 의해 먹혀 죽은 것도 알고 있었다. 태어난 마을이 드래곤에 의해 습격 당해 파괴된 것도 알고 있었다. 이것이 멜키오르의 술법으로 만들어진 환상이라는 것도, 마길라니카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길라니카의 눈동자에서 차오르는 눈물은, 흐르며 《이치》를 씻겨 내리고 말았다.
멜키오르는 마길라니카를 버렸다.
자신을 필요로 해줬던 《스승님》도, 살아갈 희망도 미래도 잃어버린 소녀의 마음은 깔끔하게 부서졌다. 남아 있던 것은 《귀여운 모자》 뿐이었다. 비엔푸는 『있을 곳 없는 마길라니카』를 데리고서 구 지인인 범례가 살고 있는 남쪽 섬으로 향했다.
"ㅡㅡ흐응, 여전히 이별 방법이 서툰 남자네. 나 때도 그랬지만 미련이 있는 척 정도는 해주는 것이 여자를 향한 예의인데."
비엔푸의 대장편을 다 들은 그리모왈은 창가에 서 있는 마길라니카의 뒷모습을 봤다.
"아무래도 좋네......"
누구에게 전하는 것도 아닌, 텅 빈 마길라니카가 중얼거린다.
"좋지 않다구요푸! 그리모 누님, 부탁이에요푸. 마길라니카가 멜키오르님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말 좀 해주세요푸."
"그런 거 안 하거든......"
"그걸 어떻게 좀 부탁드려요푸."
"내가 아니라 멜키오르 쪽. 너무한 남자라면 상냥하게 위로하고서, 붙지도 떨어지지도 않고서 멋대로 이용할 뿐이지만...... 그 남자는 선인(퓨어)이야. 그렇지, 아가씨."
창문을 통해 내리 쬐는 남국의 강한 햇살을 받으며, 마길라니카의 등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린다.
"아무래도 좋네."
마길라니카는 창가에 계속 서 있었다. 며칠 씩이나.
"서 있기만 하면 지치니까, 앉아주세요푸."
"아무래도 좋네."
마른 입술.
"이제 좀 목욕 안 하면 불결해요푸. 냄새 난다구요푸."
"아무래도, 좋네......"
시들고, 꺼진 눈.
"......부탁이니까 밥을 먹어주세요푸......"
"아......무래도ㅡㅡ"
"ㅡㅡ됐어요푸! 멜키오르님도, 《그림자》도, 아무래도 좋아요푸! 저는, 마길라니카가 살아줬으면 한다구요푸! 그야, 저는...... 저는......!"
"아무래도...... 좋네......"
ㅡㅡ나 따위는.
그 직후 마길라니카는 쓰러졌다. 쇠약해지고 매마른 몸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는, 너무나도 가벼웠다.
마길라니카가 침대에서 잠든 것은, 한 달이 지나고였다.
그리모왈이 더러워진 몸을 닦는 동안 비엔푸가 죽을 쑤었지만 마길라니카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 밤은 밝고 커다란 보름달이 나왔다. 비엔푸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눈물을 흘렸다.
"마긴푸이......!
"가끔씩 들려서 신경 쓰였지만, 그 『마긴푸이』라는 건 뭐니?"
뜰에 나온 그리모왈이 물었다.
"이건 『아무래도 좋은 것이 아무래도 좋아지는 주문』이에요푸~"
그렇게 말하며 비엔푸는 다시 한 번 「마긴푸이」를 외친다.
"보세요푸, 이 아무래도 좋아진 얼굴, 보이시나요푸?"
"얼굴이라니...... 넌 모자로 숨기고 있잖니."
"눈은 입처럼 무언가를 말하는 거예요푸. 잘 봐주세요푸."
"......아무래도 좋다기 보단, 꽤나 강한 느낌이 된 것 같은데?"
"그래요푸. 돌변하면 강해질 수 있어요푸. 용기가 솟아 오른다구요푸."
"그러고 보니, 너...... 노르민 브레이브였었지."
"네예요푸! 그러니까 저는 이제부터 숲에 갔다 올게요푸!"
마길라니카는 침대에서 나와, 다시 창가에 섰다.
"늦네...... 바로 돌아온다면서 나갔는데."
그리모왈이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특별한 요리에 쓰일 재료라니, 그렇게나 드문 건지......"
마길라니카는 입을 다문 채였다.
"오늘은 기념일이라며 의욕 냈지만, 이대로라면 날짜가 바뀌겠네......"
마길라니카는 입을 다문 채였다.
"뭐, 네게는 아무래도 좋다, 그런 거겠지만."
마길라니카는 입을 다문 채, 문을 열고서, 나갔다.
"비에~~~~~~엔! 소 배드!!"
비엔푸의 비명이 열대우림을 떨게 했다. 비엔푸의 눈앞에 있는 것은 흉폭한 업마 베놈 리자드. 뒤에는 무녀의 소복으로 몸을 감싼 아름다운 인간 여성이 있었다.
"알겠나요, 아가씨...... 제가 업마를 끌어 들이는 동안 가능한 한 멀리 도망치세요푸!!"
"가, 감사합니다! 아메노치 님!"
"아메노치 님이 아닌데요푸......"
"그럼 어떻게 부르면 되나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전력으로 달리세요푸! 갑니다푸...... 하나 둘!"
비엔푸는 무녀의 등을 들이 받치듯 밀고서, 자신은 업마를 향해 돌진한다. 무서운 고함을 지르며 습격하는 업마를, 비엔푸는 아슬아슬하게,,피할 수 없었다!
"그오오오오오!" "비에에에!"
업마의 몸통 박치기를 받은 비엔푸는 초목을 화려하게 흐트러트리며 굴러간다.
"......마, 마긴푸이......!"
일어서고서 무녀가 도망친 곳을 곁눈질한다. 상당한 거리는 벌었으나, 아직 업마의 사정 거리 안이다. "이쪽이에요푸......!" 라고 업마를 도발해서, 비엔푸는 달린다.
꼬리를 물리고, 날개가 잡해고, 등이 햘켜지고, 엉망진창이 되면서도 비엔푸는 숲을 달리며 빠져 나간다. 아까 전의 무녀는 이미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남은 건 제가 도망칠 길을 찾는 것뿐인데요푸...... 녀석의 의식을 딴 곳으로 돌릴 수가 있다면......"
등에서 쫓아오는 업마의 기척이 갑자기 멈췄다.
"무슨 일인가요푸......?"
돌아보니 업마는 멈춰 서서 비엔푸와는 다른 방향을 향해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건가요푸......비에에에!"
그곳에는 달빛에 비춰지는 《마녀》가 있었다.
"그르르르......그오오오오오오오!"
약해진 인간 소녀 쪽이 편하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업마가 맹렬한 기세로 달려 나간다.
"위험해요푸~~~~!"
비엔푸는 온 힘을 다해 마길라니카 쪽으로 향한다. 몸을 내민 마길라니카와 업마와의 사이에 뛰어 들ㅡㅡ기 전에.
"비에에에?!"
그루터기에 걸려, 성대하게 넘어졌다. 데굴데굴 콩! 마길라니카의 눈앞에서 꼴사납게 엎어져서, 정신을 잃었다. 업마가 다가온다.
"그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ㅡㅡ업마(자네)따위.
"......아무래도 좋네."
ㅡㅡ마길라니카따위.
"아무래도 좋네......"
ㅡㅡ스승님따위.
"아무래도 좋네."
ㅡㅡ하지만 비엔푸(이 녀석)만은.
"마긴푸이!"
마길라니카가 낸 성례술이 업마를 한 순간만에 지웠다.
발밑에 비엔푸의 모자가 굴러가고 있다.
모자에서 붉은 버섯이 떨어져 있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기념일에 비엔푸가 마길라니카가 좋아하는 요리를 만든다. 아카다마다케는 이 요리에 빼놓을 수 없는 버섯이었다.
마길라니카는 커다란 구멍이 뚫린 기묘한 실크헷을 주워 올려 조용히 바라본다.
"여전히 《귀여운 모자》로고......"
으응...... 하며 눈을 뜨고서 일어서려고 하는 비엔푸의 머리에, 마길라니카는 모자를 씌우고서 그대로 꼬옥 안았다.
그 날을 경계로 마길라니카는 기운을 되찾고 있었다. 성례술의 단련과 연구, 방랑 예능인으로서의 화술과 만담 특훈.
"ㅡㅡ놀란 황제 전하가 자신도 모르게 외쳤어요푸...... 이거야 놀랐구왕!"
"어이어이, 거긴 『꺄ㅡ! 앗』지 않은가! 고양이 황제니까......"
""냐앗! 면목없습니다ㅡㅡ""
만담 재료를 끝낸 마길라니카와 비엔푸 콤비에게, 그리모왈은 매마른 박수와 앙뉘한 시선을 보냈다.
"......졸업이야."
모든 수행을 끝내고서 여행을 떠날 날이 왔다.
"자아, 갑시다푸, 마길라니까!"
"비엔푸! 누구에게 말을 하는 게야!"
"비엔......?"
"나는 이미 마길라니카가 아니네."
"그럼 여기에 있는 건 누구인가요푸?"
"잘 물었네! 스스로 말하는 것도 기쁘지만, 나야말로 《귀여운 모자》를 휙 뒤집어 쓰고서, 돼지 원숭이도 웃는 대마법사!"
그 이름도ㅡㅡ!
"마지기기카 미르딘 두 딘 노루룬 두! 줄여서 마길루 누님이라고 기억하게!"
"마, 마길루...... 누님?"
"자 가세, 비엔푸! 그렇게 됐으니 그리모 누님. 이별의 허그라네."
그리모왈을 안으려고 양손을 펼쳤으나 마길루는 문득 움직임이 멈춘다.
"아니, 그런 건, 안 했었지."
"됐어...... 오늘은 특별히ㅡㅡ"
그리모왈이 애제자의 손을 끌어, 껴안는다.
"고맙네, 그리모 누님."
"안녕, 마길라니카...... 다녀오렴, 마길루."
"음! 안녕일세!"
대마법사 마길루는 용기 백 배, 용기 천 배, 백귀 만 배로 걷는다.
"어, 그리모 누님은 함께 안 가는 건가요푸?"
"그런 거 안 하니까......"
"마길루 누님이랑 둘이서, 괜찮을까요푸?"
일말의 불안함을 보이는 비엔푸에게, 그리모왈이 말한다.
"마길루 외의 여자아이 모두에게 상냥하게 대하렴."
"누님 외에? 어째서인가요푸?"
어떻게 해서든. 그리고 말이지ㅡㅡ
"어떻게 해도 곤란할 때는 네 《진명》을 말하렴."
"어어, 그거 정말로 도움이 되는 건가요푸? 그야 마길루 누님이 완고하게 제 진명은 《돼지 원숭이》이라고 우긴다구요푸~?"
"그러니까, 그런 거잖니? 아무래도 좋은 그 아이가,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은 것이, 뭘까......그치."
"그건......"
마녀의 진짜 모습(아무래도 좋지 않은 것)을 보이는 것.
"구후후...... 역시 그리모 누님이에요푸!"
그리모왈은 비엔푸를 오른쪽으로 돌게 해서, "그 아이를 부탁할게"라 하며 등을 톡 밀었다. 모자 성례가 먼저 걷는 마길루의 곁으로 달려간다.
"당연하잖니. 나는...... 노르민 해피 어드바이저인걸."
ㅡㅡ그리고 지금. 마길루와 비엔푸는 벨벳 일행과 함께 식마를 찾기 위해 해적선 반 엘티아 호에서 바다 위를 걷고 있었다.
"갸아ㅡ!! 누님?!!"
"무얼 걱정 하지 않아도 되네. 적-당히 사본의 사죄를 하는 것뿐이네♪"
"비에~~~엔!"
두 사람의 만담이 원숙미를 더해간다.
"당신과 마길루를 보고 있으면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어요. 더 참고서라도 당신과의 계약을 계속 이어야 했던 걸까......하고."
엘레노어는 마길루에 의해 심한 꼴을 당하고 있는 비엔푸에게 동정한다.
"하지만 이런 식이 아닌 날도, 있잖아요푸."
"어떤 날인가요?"
"모두는 모르겠지만 진짜 누님은 아름다운 눈물을 흘리는 소녀라구요푸ㅡㅡ"
소리를 내지 않고서 두 사람의 뒤에 마녀가 나타난다.
"마, 마길루 누님......!"
"마녀 마음에 벌을 주는 손에 힘을 뺀 내가 바보였지. 사람의 개인정보를 흘리는 돼지 원숭이에게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마음을 드래곤으로 만들고서 재교육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먼."
수상하게 빛나는 마녀의 눈에 비엔푸는 전율을 느꼈다. 초조한 마음에 그리모왈의 조언(어드바이스)를 떠올린다. 그래ㅡㅡ지금이야말로!
"퓌시=커스!"
윽ㅡㅡ굳은 표정을 단번에 지우고서 마길루는 미소를 지었다.
"비엔푸여, 오늘 저녁밥은 뭘 바라지? 자네가 좋아하는 걸 뭐든지 만들어 주겠네만?"
"정말인가요푸~? 누님, 고마워요푸~!"
설마했던 형세 역전. 사이 좋게 조리장으로 향하는 마녀와 성례 사이에서, 엘레노어는 강한 인연을 느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 두 사람 사이에서만 통하는 신뢰가 있는 것 같네요."
"사람의 수만큼 《방식》이 있다는 거다."
아이젠이 파도의 상황을 살피면서,
"너는 비엔푸에게 어떤 《진명》을 줬지?"
"......이쥼=하이=리=에쟘......"
"......답군."
고대어를 아는 해적은 훗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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