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기미야 우리스에 대해서는 TV 시리즈 때 프로듀서 님께 캐릭터의 백 본을 질문했었어요. 그러니 "그저 심한 짓을 하는 것이 매우 좋아하는 애야"라고 들어서, 순수한 "악"으로서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이 극장판 수록을 거치면서 정말로 서투르게 살 수 밖에 없던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에 인간이었을 적의 루미의 심정 장면이 그려졌지만 물론 형태는 일그러져 있고, 이상한 부분 투성이였지만 그 속에서 서투른 그녀 나름대로의 성실함과 노력하는 마음이 슬쩍 보여서, 정말로 안심했습니다.
히카사 제가 연기한 사치는 신기한 아이네요. 유년 시절이란, 너무 순수한 탓에 잔혹한 부분도 있을 정도로, 자신과 다른 것을 배제하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평소에 자신과는 이질적인 루미를 거절하고 싶어질 터인데 사치는 그것보다도 좋아한다는 마음 쪽이 이기고 있어요. 그만큼 루미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여기서는 명확하게 그려져 있지 않기에 둘 사이에 다양한 일이 그 외에도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치는 정말로 순수하게 루미를 생각하고 있고, 그 부분이 저에게 있어서는 신기한 아이라 비춰졌어요. 게다가 아이다운 올곧음을 어른이 연기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워요. 그래서 하나레가 나오는 장면보다도 어렸을 적의 사치를 연기할 때 엄청 불안해서 OK가 나올 때가 걱정이었어요. 게다가 쿠기미야 씨의 연기가 너무 굉장해서 루미가 엄청 무서웠어요(웃음).
쿠기미야 그렇게 무서웠어? 실은 이번에 대본을 받은 타이밍이 수록 직전이어서, 저는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데 필사적이었어요. 루미는 타인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는 것이 정말 좋고, 거기에 기쁨을 느끼는 캐릭터인데, 그 깊은 곳에는 "나도 평범한 아이였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치는 그 부분을 미묘하게 간지르는 존재이기에 더욱 심술 궂게 되어 버리는지도 모르겠네요.
히카사 웃으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 같은 게 평범하게 무서웠어요. 게다가 외톨이가 되어, 루미에게 건내는 말이 순간 나오지 못했어요(웃음).
쿠기미야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거절해주면 편할 텐데, 사치는 상대해줬으면 해서 다가오는 거거든요. 루미는 정말 희미한 우정의 일말 같은 걸 느끼면서도 표면으로 나오는 것은 "악" 부분이기에, 사치의 약한 점을 찌르는 거죠.
루미와 사치에게 있어 중요한 존재,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소녀━━루우코.
━━사치는 실은 어렸을 적의 루우코와 만났다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히카사 그 장면은 좀 안심할 수 있는, 따뜻한 장면이었네요. 충격적인 일이 있던 두 사람이 만나서, 아이다움을 되찾는 장면이에요. 저는 루우코가 성장한 모습에서는 언제나 괴로운 듯 외치는 아이라는 인상이 있었어요. 이 극장판에서도 타인의 행복을 위해 갈등하는 장면이 많죠.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하는, 무척 희유(希有)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쿠기미야 씨는 루우코에 대해 어떤 인상을 품고 계신가요?
쿠기미야 루우코에 대해서라기 보단, 정말로 이런 말은 쓰고 싶지 않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아이들은 전부 "가학 취미를 부추기고 있네."라고 생각합니다(일동 웃음). 저는 우리스가 되기 위해 자신의 바닥을 파고 순수한 "악"의 마음을 모색하면서 해왔기 때문에 우리스의 시선으로서만 캐릭터를 볼 수 있어요. 우리스로서는 정말 봉 밖에 없는 세계에서(웃음). 다들 얼핏 강해보이만 실은 무르기도 해요. 그 안에서 루우코는 "그만해, 그만해"라고 가장 많이 말하는 캐릭터지만 마지막에는 엄청 강해져서 마주해오는 타입이기에 실제로는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우리스도 집착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참고로 가장 괴롭히기 좋은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쿠기미야 역시 펑펑 울어주니까 루우코가 아닐까요(일동 웃음). 이렇게나 심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요.
히카사 그런 배역이니까요. 우리스에 스며 들어가면 어쩔 수가 없어요(웃음). 루우코와 사치는 가까운 부분이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죠. 우리스를 구하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는 사치와, 모두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루우코는 닮은 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루우코도 신기한 애라고 느꼈습니다.
쿠기미야 두 아이 모두 정말 순수하고 우리스와는 정반대 방향에 있는 존재이지만, 그렇기에 검은 부분을 원하지 않아도 바라게 되어 버리는 부분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루우코와 사치는 어딘가 결여된 부분이 있는 캐릭터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더라도 타인을 구하려고 하는 행위 자체는 옆에서 보면 역시 건전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불건전함을 전제로 성립되는, 루미와 사치와 같은 관계도 있는 거겠죠. 루우코의 경우에는 그 부분을 잘 메꿔주는 친구가 주변에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치의 등장에 의해 다시 이야기 되는,
우리스의 새로운 라스트 씬.
━━이번 라스트에서는 TV 시리즈에서는 소멸할 뿐이었던 우리스가 제대로 구해지는 장면이 추가 됐습니다.
쿠기미야 TV 시리즈에서 우리스는 악행을 거듭하다가 깔끔하게 최후를 맞이했기에 극장판에서는 제 출현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역할이긴 하지만 이야기에서 단 하나의 완전한 "악"이었기에 그 아이가 구원 받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TV 시리즈 수록이 끝났을 때도 주변의 축하 분위기에 대해 저만 혼자 마음이 괴로운 분위기를 내서 괴로웠거든요(웃음). 그것이 이번에는 "사치, 고마워!" 라고, 깔끔한 마음으로 수록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심한 짓을 해서 미안해" 라고, 사치에게는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히카사 TV 시리즈를 본 분은 우리스가 울고 있는 장면을 보면 마음이 꽉 조여올지도 모르겠어요. "그 우리스가 울고 있어!" 라고.
쿠기미야 그러네요. 그렇게나 나쁜 녀석이었는데(웃음).
히카사 루미로 돌아가는 순간이 그려진 느낌이었으니까요. 우리스는 "외톨이가 되고 싶어"라고 쭉 바라고 있었고, 그것이 진심이었다면 사치의 행위는 큰 민폐가 됐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우리스의 안에서는 어렸을 적에 슬픔을 토해내지 못했던 루미가 아직 있었던 거겠죠. 그렇기에 사치에게 구원 받고서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겨우 통하고, 일방적이었던 사치의 마음도 구원 받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라져가는 소녀가 실험실 안에 떠 있었다. 먼저 의식을 잃은 것은 손이다. 마치 자라지 않은 것처럼 대기에서 지워졌다.
???: 안 돼!
소녀는 이 실험이 실패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 안 돼... 여기 있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죽어라 발버둥치는 것뿐이었다. 실험에 실패한다면 자신이 여기에 있었다는 의미도 완전히 사라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의미를 희생시킨 것이, 이렇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허사였다. 그녀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고, 그 어떤 현상도 바꾸지 못했다.
???: 브로냐 언니...... 브로......냐......
마지막에 가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를 힘조차 잃었다. 소녀의 마지막 부름은 마치 우물에 떨어진 한 방울의 눈물과도 같았다. 허공에 파묻힌 자아가 사라지면서 공간의 물결로 변한다. 이윽고ㅡㅡ 마치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리고 가장 깊은 어둠으로부터 어린 소녀가 찾는 말이 나왔다ㅡㅡ
???: 브로냐 언니, 어디에 계시는 거예요?
Episode 1 -심해에 있는 실험실-
키아나: 와우, 여긴 어디야...... 라이덴 메이: 여긴ㅡㅡ
먼저 강철 프레임 구조의 벽은 아마도 유지 보수를 할 사람이 없는 듯 녹이 가득하다. 벽 위의 응급 형광등은 회로가 민감하지 않아, 계속 깜빡이는 것 같았다.
라이덴 메이: 아...
복도의 외부 벽은 강화 유리로 만들어져 있고, 복도 밖의 광경이 거의 한눈에 들어왔다.
브로냐: 브로냐의 검사에 따르면 우리는 확실히 어떤 연구기관의 실험실 안...... 키아나: 실험실? 그런데 여긴...... 바다 밑에 있잖아!
복도 밖은 바다다.
키아나: ......허, 느낌이 이상하네. 게다가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이 이상한 곳에 오게 된 거지? 라이덴 메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내가 기억하기론 우리는 모래사장에 있었는데? 브로냐: 네, 브로냐가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저희는 그 전에 매우 혼란스러운 붕괴 에너지 반응이 확실하게 감지되어 해변가를 추적했습니다. 키아나: 그 후엔, 그 후엔 대체 뭐가 일어났지ㅡㅡ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끝이 없는 어둠, 아래로 가라앉는 의식. 끊임없이 뒤틀리는 공간. 비틀리고, 비틀리고, 비틀리고, 비틀리고, 비틀리고ㅡㅡ
키아나: 윽...... 브로냐: 브로냐는 너무 혼란스러운 붕괴 에너지가 공간 왜곡을 형성해, 우리를 여기로 전송했다고 추측했습니다. 라이덴 메이: 붕괴 에너지, 공간 왜곡, 실험실...... 여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브로냐: 아직은 확실치 않지만 브로냐는 먼저 붕괴의 근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키아나: 맞는 말이야! 어차피 붕괴의 근원이 부서지면 다른 건 다 마음대로라구~ 라이덴 메이: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지금은 별 방도도 없으니, 가자. 브로냐: ...... 라이덴 메이: 브로냐, 무슨 일 있니? 브로냐: 아뇨...... 문제 없습니다. 그냥 브로냐의 시스템이 붕괴에 의해 교란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Episode 2 -유령-
라이덴 메이: 이건...... 발자국? 키아나: 여긴 예전에 실험실이었다며, 발자국이 있는 게 뭐가 이상한 거야? 라이덴 메이: ...하지만 지금 여기엔 사람이 없어야 하잖아. 브로냐: 이 발자국은...... 새 것입니다. 하지만 복도의 다른 쪽을 향하고 있어요. 라이덴 메이: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산다고는 상상하기 힘들어? 키아나: 음! 인간의 생명은 엄청 강하다구! 라이덴 메이: 여기는 붕괴가 모이는 곳이니까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게 오래 살 수가 없어. 브로냐: ...친숙합니다. 라이덴 메이: 브로냐? 브로냐: 이 구조는 브로냐를 개조한 실험실과 아주 유사합니다, 하지만...... 키아나: 설마 이게 그 실험실인가? 브로냐: ......아니, 불가능합니다. 그 실험실은 이 해역에 있지 않아요. 키아나: 아마 그 실험실은 전 세계에 똑같은 게 잔뜩 있을 거야! 키아나: 어쨌든 일단 이 발자국을 따라가면 사람인지 귀신인진 시간이 오면 알 수 있을 거야. 라이덴 메이: 키아나, 넌 이런 공포영화에선 5분 밖에 못 살 걸......
복도의 다른 쪽에는 빛이 없다. 보아하니 이 복도에서만 실험실 밖의 바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밝은 곳에 서있을 때, 복도 끝의 녹슬고 썩는 방이 점점 더 어두워진다. 비상등의 차가운 빛에 비춰지는 실험실 복도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할 때ㅡㅡ
"히히......"
복도의 다른 한쪽 끝에서 이상한 웃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키아나: 누구야!! 거기 누구 있어!! 설마 귀신인가! 메이, 빨리 날 구해줘!! 라이덴 메이: 키아나! 그건 귀신이 아니야, 그냥...... 어린 소녀일 뿐이라구. 키아나: 새까만... 그림자... 깜빡깜빡 지나가서 놀랬어...... 라이덴 메이: 네, 네, 우리 모두 네 옆에 있어, 괜찮아. 브로냐: ㅡㅡ! 메이 언니, 키아나, 저건 마치 브로냐가 전에 알고 지냈던 사람 같습니다! 브로냐: 브로냐는 그녀를 찾아야 해요! 라이덴 메이: 브로냐! 키아나: 이 자식, 왜 또 도망가...... 빨리 우리도 쫓아가자!
전류음 [치ㅡㅡ 치ㅡㅡ]
작은 폭발 소리 [펑ㅡㅡ]
키아나: 무슨 일이야...... 라이덴 메이: 전기 공급 장치가 고장 났을 수도 있어! 키아나: 우린 빨리 브로냐를 찾아야 한다구, 이런 곳에서 돌아다니는 건 장난이 아니야. 라이덴 메이: 아니...... 키아나: 아, 무슨 일이야? 여기......
어두컴컴한 형광등, 부서진 배양그릇은 마치 격렬한 일그러짐과 폭발이 일찍이 여기에서 발생한 적이 있는 것 같다. 눈앞에 나타난 장면은 의심할 여지 없이 「실험실」이라는 개념의 잔해라고 볼 수 있다. 이 정도의 파멸을 당했으니, 땅에 시체가 얼마나 많아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비교해보면 이곳은 그 복도보다 훨씬 깨끗해 보인다.
라이덴 메이: 여긴...... 우리가 방금까지 있던 곳이 아니네.
Episode 3 -부서진 재회-
그녀의 손은 그 뒷모습에 닿을 수 없다. 그녀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그 어떤 현상도 바꾸지 못한다. 그 중 한쪽이 멈추지 않으면 아마 이 쫓고 쫓기는 것이 이렇게 계속될 것이다.
브로냐: 제레ㅡㅡ!
마치 그녀의 부름을 들은 듯, 눈앞의 뒷모습의 주인이 얼어 붙었다가 멈춰서서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린 소녀는ㅡㅡ
제레: 언니... 브로냐 언니...야?
그녀는 말했다.
브로냐: 제레... 정말로 너... 제레: 진짜 브로냐 언니야! 제레, 제레는 보고 싶어! 브로냐: 브로냐도 그렇습니다. 반년 전 당신이 고아원에서 사라진 이후로... 당신을 못 볼 줄 알았습니다. 제레: 반년... 난 몰랐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날은 일주일 전이었어... 제레: 그 당시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실험이 성공을 거두려고 했지만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브로냐: 일주일 전... 이곳의 붕괴가 시간을 왜곡시킨 걸까요? 제레: 모르겠어...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것 같아, 제레는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아파. 브로냐: 괜찮습니다, 여기서 나가기만 한다면 다 잘 될 거예요. 제레: 브로냐 언니...? 브로냐: 괜찮습니다, 제레의 곁에는...... 브로냐가 있습니다. 제레: 브로냐가 있잖아... 후후후... 여전히 예전처럼 순진하군요, 언니님~ 제레: ......하하하하하하...... 브로냐: 제레? 제레: 정말 우습네. 브로냐: 너...... 제레: 아아, 『어쨌든 브로냐 언니는 네 곁에 있을 거야.』 정말 멋지네. 제레: 그런데 말이야, 언니님, 왜, 그때 왜, 그 제레가 당신을 가장 필요로 할 때ㅡㅡ 제레: 당신을 구하기 위해 X-10의 개조 실험에 참여해서, 과도한 붕괴 에너지를 주입 받고, 비상식적인 고통을 견디며, 제레: 실험을 성공시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 쓰지 말아야 할 성흔의 힘을 동원했고, 심지어 사라질 지경에까지 이르렀어요. 제레: 그럼에도 그녀는 당신의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었어요. 제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 상태로 전환되어, 관측자 없이는 자신의 존재조차 지속시킬 수 없음에도, 제레: 제레는 보물 상자를 들고 있는 것처럼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어요. 제레: 그럼, 언니님, 제레가 당신을 가장 필요로 할 때ㅡㅡ 제레: 당신은 어디에 있었어?
Episode 4 -막간의 틈새-
키아나: 여기, 이전엔 실험실이었지...... 라이덴 메이: 응, 하지만 뭔가에 의해 파괴된 것 같아 보여. 키아나: 설마 이건 인간병기를 만드는 실험기구고, 결국 실험이 실패해서 병기가 폭주해, 이곳을 부쉈다던가? 라이덴 메이: 네 농담은 정말 안 웃기네. 키아나: 이야길 돌리면, 메이는 뭐 찾고 있는 거야. 라이덴 메이: 실험이라면 실험 아카이브와 데이터는 모두 중요 영역에 저장 돼. 라이덴 메이: 이 규모의 폭발이라면 아직 파괴되지 않았을 거야! 키아나: 실험 파일? 라이덴 메이: ...실험 코드 X-10... 실험 목적, 붕괴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인체를 개조하여 전술기갑을 제어. 라이덴 메이: 다섯 번의 설험은 실패, 실험체...... 사망. 마지막 실험의 실험체는 제레·발레리...... 라이덴 메이: 제레·발레리라는 소녀는 붕괴 에너지를 완전히 통제했으나, 실험은 실패하고, 붕괴 에너지는 무너졌으며, 실험체는 폭주...... 양자 상태로 전환되었다. 키아나: 양자, 메이, 양자가 뭐야...... 라이덴 메이: 양자 상태가 되면... 제레·발레리가 확률 구름이 됐다는 걸 의미해... 라이덴 메이: 이렇게 되면 그녀는 특정한 관측자가 있는 경우에만 존재할 수 있어. 라이덴 메이: 그녀가 관측되고 있고, 자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게 해야만, 그녀는 사라지지 않을 거야. 키아나: 메이, 아니, 혼란스런 붕괴 에너지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키아나: 이곳은 이미 거의 무너질 지경이야! 라이덴 메이: 나도 알아, 우리가 붕괴의 근원 쪽으로 서두르자. 키아나: 붕괴의 근원? 일단 여기서 벗어난 후에 얘기 해야 하지 않을까! 라이덴 메이: 갑자기 붕괴 에너지가 움직이는 것이 브로냐랑 관계가 있다면, 우리는 가야만 해. 키아나: 좋아... 어디 보자, 지금 붕괴 에너지로 생긴 소용돌이... 그 방향에 중심이 있어!
The End -서약의 종극-
제레: 당신이 여기에 있어야만 제레는 계속 존재할 수 있어, 왜냐하면 언니님은 특수하니까... 제레: 당신이 여기에 있는 한 제레는 자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을 거고, 제레는 사라지지 않을 거야...... 제레: 제레를 위해서 영원히 여기 있어줘요~ 언니님. 브로냐: ......
검은 그림자에 떠있는 소녀는 낫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휘둘렀다ㅡㅡ
키아나: 그만 해!!
손에 든 총이 낫의 바깥 쪽 가장자리를 쳤다. 금속 마찰음이 들렸다. 순간적인 대결에서 제레의 등 뒤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휘두르는 낫은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어 수평으로 쪼개졌다. 분명 피할 수 없는 참격이었으나 원하는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단거리 탄환은 낫의 칼날에 부딪쳐서 마지막 초가 되었을 때 큰 영향을 미쳐 낫을 막았다. 잘린 것은 몇 가닥의 머리카락일 뿐이었다.
제레: 흥, 도우미가 왔네...... 키아나: 브로냐, 너 바보야! 적의 낫이 네 목에 닿을 지경인데, 꼼짝도 안 해? 브로냐: 그건 적이 아닙니다, 그건 제레예요. 그건... 브로냐의 동생이에요. 키아나: 와, 네 동생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르려는 성격인가 보네, 무섭기도 하지. 브로냐: 아니, 모두 제 잘못으로 제레가 이렇게 된 겁니다. 브로냐: 만약 내가 남아서 제레가 살아갈 수 있다면..... 라이덴 메이: 그런 말은 하면 안 돼, 브로냐! 라이덴 메이: 넌 지금 죽기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게 아니잖아. 브로냐: 메이 언니...... 제레: 브로냐를 여기에 남겨두기만 하면 돼...... 그렇게 되면...... 제레도 행복해질 수 있어. 제레: 그러면, 나도 그녀를, 완전히 얻을 수 있어......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퍼졌다. 붕괴 에너지가 그 검은 손에서 소용돌이가 되어 공간과 위도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 같다. 그러나 소용돌이가 갑자기 흔들렸다. 동시에 검은 그림자도 고통스럽게 일그러진다.
제레: 아니...... 안 돼...... 브로냐...... 언니...... 제레: 젠장, 하필 이럴 때에. 정말 날 막으려는 거야?
대답은 없다. 그러나 검은 그림자가 약간 뒤틀렸다. 약하지만 어떤 의지가 전해졌을지도 모른다.
제레: 좋아... 됐어, 브로냐, 오늘은 너를 잠시 놔줄 수 밖에 없는 것 같은데ㅡㅡ 제레: 언젠가 난 널 영원히 제레 곁에 있게 할 거야ㅡㅡ 브로냐: 제레......
소녀의 그림자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주변이 무너지면서 실험실 전체의 잔해가 떨린다. 공간이 왜곡되고 몸은 끊임없이 큰 힘에 의해 당겨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 아픔보다는, 진정한 고통은 마음 깊은 곳의 불안에서 온다. 마치 꿈나라 같다. 끔찍한 꿈. 깨어난 후에도 여음이 남아 있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제레 발레리예요. 저는 에스토니아 공화국에서 태어났어요. 원래는 작은 마을에서 평범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날, 한 차례의 종말 같은 재난이 찾아왔어요. 파파, 마마, 모두...... 전부 사라졌어요. 남은 건 무한한 절망 뿐. 당시 어린 아이였던 전 곧 쿠쿠리아 엄마의 고아원에 입양됐어요. 그런 낯선 환경에서 저는 한때 큰 불안함과 공포를 느꼈어요. 그 겨울에 쿠쿠리아 엄마는 혼수상태에 빠진 브로냐 언니를 데리고 돌아왔어요. ㅡㅡ그것이 브로냐 언니와의 첫 만남이었어요. 그날 밖에 눈이 많이 내렸던 게 기억나요. 브로냐 언니의 뺨이 조금 차가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브로냐 언니는 겨울에 신이 준 선물일지도 몰라요. 저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 특별한 재능도 없고 배짱도 작아요. 겁나는 일을 당하면 울기도 하는데, 정말 쓸모가 없네요. 하지만 브로냐 언니는 항상 제 곁에 있어줬어요. 제게 있어서 브로냐 언니는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하지만...... 브로냐 언니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전...... 하, 아, 아냐...... 브로냐 언니가 그 아픈 일들을 떠올리지 말라고 했어. 그것들은 음에너지로 가득한 정서를 일으켜서 사람을 어둠 속에 빠지게 해...... 음...... 음!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지, 지금은 아무래도 좋고 앞으로도 좋아. 저는 모든 용기를 내, 브로냐 언니 곁에 서서 언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ㅡㅡ그때 브로냐 언니가 절 지켜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