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즈 오브 제스티리아 및 테일즈 오브 베르세리아 엔딩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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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눈을 뜨니, 한 명의 청년이 이쪽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짧고, 흔들리는 차색의 머리카락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벽안.

산뜻한 하얀 망토와 허리 뒤에 숨긴 한손용의 예식검.

그의 이름을, 나는 몰랐다.

그의 성격도, 말투도, 어떤 생활을 지냈는지도,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나와, 그리고 이 세계에 해준 일을.


"기다리고 있었어"


내가 말하니, 그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내가 오는 걸 알고 있었어?"
"아니, 믿고 있었어"
"믿고 있었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며 이쪽을 올려다 보는 그에게, 나는 말을 이었다.


"얼마나 부정에 지배 당해도, 내가 나로서 있지 못하게 되어도, 언젠가 반드시 너 같은 사람이 구하러 와줄 거라고"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며, 그의 표정이 말하고 있었다.

확실히 조금 빨랐을 지도 모른다.

그가 누구인지 나는 모르고, 그도 내 진짜 이름을 모른다.

나는 그의 얼굴을 조용히 내려다 봤다.


"네 이름은?"
"나는 스레이. 저기......"


스레이가 말하기 어려운 듯이 이었다.


"마오테라스...... 맞지?"
"응. 맞아"


스스로도 너무 큰 게 아닌가 싶은 몸을 굽히면서, 나는 스레이와 시선을 맞췄다.


"고마워. 날 구해줘서"


스레이는 조금 놀란 얼굴을 보여주지만, 바로 어린애 같이 잇몸을 보이면서 웃었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기쁘네. 하느님에게 감사 인사를 받다니"
"아니. 이걸로도 부족할 정도야"


나는 미소를 돌려준다.

물론 지금의 나는 사람의 형태가 아닌, 크고 하얀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이 미소가 어디까지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영광이야, 마오테라스. 이쪽이야말로 고마워"


스레이는 미소를 지은 채, 내 목의 뒷쪽 부분에 살짝 손을 올렸다.

어쩐지 안심 되었다.

지금부터 당분간 둘만의 시간을 지내게 될 것이고, 답답하기만 하면 지치겠지.


"그래도 조금 의외구나"
"뭐가?"


스레이의 말에, 이번에는 내가 목을 갸웃한다.


"네 목소리. 이렇게나 큰 드래곤인데, 의외로 부드러운 느낌이구나 싶어서"
"지금의 외견은 그렇지만, 원래는 너보다도 연하의 남자아이였어"
"뭐?! 그럼, 원래는 사람의 모습이었다는 거야? 어째서 드래곤이 된 거야?"


무척 흥분한 모습으로, 스레이는 내 눈을 마주 본다.


"그걸 설명하려면 길어지게 되는데......"


정말로......

정말로 긴 여행이었다.

머나먼 예전의 일이, 이어서 올라와서는 사라진다.

타는 듯한 눈동자와, 긴 흑발이 인상적인 그.

오랜만에 그 사람을 떠올리며, 어쩐지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들어줄래? 내 이야기를"
"응. 부디 들려줘"


벽안을 반짝이며, 스레이는 나를 올려다 본다.


"고마워, 스레이"


세계를 지켜보는 하얀 드래곤의 신. 그것이 지금의 나지만, 가끔씩 예전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시간은 잔뜩 있으니까.

하늘을 올려다 보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종장




"조금 길어졌지만 지루하지 않았어?"

계속 귀를 기울여준 스레이에게 물어보니, 그는 붕붕 목을 흔든다.

"전혀! 몰랐던 것이 잔뜩 있었고, 꽤 이어지는 부분도 있어서 엄청 재밌었어!"
"이어지는 부분?"
"응, 내가 봐왔던 세계하고! 그 시대에서는 그런 게 있었구나~...... 같은 거나, 혹시 그 장소는 내가 알고 있는 마을일지도...... 라던가, 시원해지는 부분이 잔뜩 있었어. 내 친구에게도 들려주고 싶을 정도야!"

스레이는 혼자서 응, 응, 하며 납득하고 있다.
정말로 재밌게 느껴준 모양이다.

"그래도 역시 엄청난 각오란 말이지. 하느님이 된다는 건"

스레이는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올렸다.

"그렇구나"

나는 솔직하게 끄덕였다.

"벨벳과의 여행에서 내가 배운 건, 인간에게는 아름다운 부분도 있지만, 더러운 부분도 있다는 것. 그것은 벨벳의 안에 있는 애정이나 증오와 같았어"
"응"

스레이는 또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다.

"양쪽을 겸비하고,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벨벳을...... 나는, 정말 좋아했어. 그리고 깨달았어. 어느 한 쪽만으로는 부자연스럽고, 양쪽을 갖춰서야 처음으로 인간은, 그리고 세계는 매력적이 된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런 인간들과 함께 걷자고, 나는 정했어"
"설마 이번에 빙마가 되어버린 것도......?"
"그래"

나는 하늘을 올려다 봤다.

"부정은 됐지만, 헬다르프나 미켈을 시작으로한 인간들의 업을 이해했으니까, 일부러 받았어"
"그랬구나......"

스레이는 크게 놀란 모양이다.

"게다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나는 그때의 일을 떠올려 본다.

"믿고 있었어. 분명 괜찮을 거라고. 봐, 말했잖아? 얼마나 부정에 지배 당해도, 내가 나로서 있지 못하게 되어도, 언젠가 반드시 너 같은 사람이 구하러 와줄 거라고"
"어......?"

스레이는 입을 열고 있었지만, 이윽고 천천히 자신의 얼굴에 손가락을 향했다.

"그거...... 날 말하는 거야?"
"응"
"그랬구나!"

스레이는 퐁 하며 손을 쳤다.

"그러니까 말하기 전에 감사 인사를 한 거구나!"
"그래. 또 하나 이어졌어?"
"이어졌어, 이어졌어!"

스레이는 시원해진 듯한 얼굴이 되어, 내 얼굴 앞에 누웠다.
당분간 둘이서 하늘을 올려다 봤지만, 이윽고 스레이가 툭하고 중얼거렸다.

"......이 세계가 정화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그건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반드시 인간은 또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야. 그것이 인간의 강함이니까"
"응. 그렇구나...... 나, 마오테라스와 함께여서 다행이야"

스레이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런 그에게, 나도 듣고 싶은 것이 있다.

"저기, 스레이...... 괜찮다면 이번에는 네 이야기를 들려줘"
"어, 내 이야기?"
"응...... 실은 빙마가 됐으니까, 잘 떠올리지 못해. 네가 어디에 있었고, 누구와 만났고,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일까"
"그런가...... 길어지겠지만, 괜찮겠어?"
"괜찮아, 물론!"

나는 웃음을 띄우며 긍정하고, 다음에는 스레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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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읽는 사람은 당연히 제스티리아랑 베르세리아를 했겠지? 하는 것마냥 초반부터



스레이랑 마오테라스의 대화를 넣으면서 두 작품의 엔딩 스포일러를 입에 쑤셔 넣고 시작하는데, 



그걸로 정말로 괜찮았냐... 

Posted by 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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