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더운 날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전대 황제, 크루노스 14세가 매년 성대하게 치르는 탄생제의 초저녁이었다.
그녀는 아직 막 4살이 되었고, 부친은 원정길을 나가 있었기에 없었다.
"여기는 공기가 나쁘네요. 여기 계신 분들, 술을 드시고 계시니..."
넓은 공간에서 한가로이 인사를 끝내니, 어머니는 어린 에스테리제의 손을 잡고서 조용히 정원으로 나왔다.
수목을 이으며 내려간 형형색색의 램프, 거기서 울리는 친숙한 음악. 새하얀 크로스를 덮은 테이블 위에는 에스테리제도 먹을 수 있을 듯한 가벼운 음식과 과자가 가득 차려져 있다.
웃고 있는 사람들은 귀족 뿐만이 아니고, 배우와 그 가족처럼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넓은 공간과는 달리 여기는 마음이 편해지고, 잡다한 장소였다.
"어떤가요, 아가씨"
흔들흔들 다가온 본 적 없는 남자가 에스테리제에게 작은 캔디를 몇 개, 쥐어줬다. 꽤나 마신 것 같다.
"감사합니다"
"저쪽에서 곡예를 하고 있답니다"
남자가 에스테리제와 어머니를 등분(等分)으로 보면서 그렇게 말했을 때, 연못 앞에서 조금 소리가 빗나간 팡파레가 울렸다.
거기에 모여 있던 사람들로부터 와, 하고 함성이 오른다.
"어머님, 저도 보고 싶어요!"
"괜찮습니다"
어머니는 웃으면서 에스테리제의 손을 이끌며 인파로 가까이 간다. 벌써 모여 있던 구경꾼들은 작은 에스테리제를 보고서 맨 앞줄로 내줬다.
2인조의 궁정 곡예사는 한 명은 진지한 정장, 또 하나는 우스울 정도로 화려한 레이스가 붙은 옷을 입고서, 얼굴을 새하얗게 바르고 있다. 손에는 나팔. 익살꾼(道化)이다.
"...그럼, 여러분. 그럼 마지막으로 황제 폐하의 건강을 기원하며, 이 연못의 물고기들을 나이만큼 여기 검으로 옮겨 보이겠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남자의 손에 모인다. 거기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한 자루의 검이 들려 있었다.
"꺄앗ㅡ!"
연못 저편에서 비명이 올랐다. 나팔을 내던진 익살꾼이, 물 속에 뛰어든 것이다. 물보라를 맞은 관객들은 비명을 지르면서ㅡㅡ그래도 모두 웃으면서ㅡㅡ뒷걸음을 쳤다.
에스테리제는 두근거리면서 익살꾼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못은 정원사에게 만들게 시킨 것이기에 깊지는 않았고, 기껏해야 무릎까지 온다. 그의 발밑에는 미리 둔 금색의 물고기들이 팔딱팔딱 튀어 올라, 수면에 복잡한 무늬를 그려내고 있다.
"자자, 빨리 물고기를 이쪽으로! 제대로 던지라고!"
연못 옆에 선 정장을 입은 곡예사의 말을 수긍한 익살꾼은 깜짝 놀랄만한 물고기를 한 마리, 손으로 잡았다. 그것을 정장을 입은 남성 쪽으로 높게 내던진다.
물고기는 반짝하고 비늘을 번쩍이며 호를 그리고, 남성이 내건 칼의 끝으로 떨어진다. 그는 절묘한 손으로 아직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를 받았다.
관객으로부터 감탄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물고기는 한 마리, 또 한 마리 던져지며ㅡㅡ가끔씩은 익살꾼이 일부러 관객 쪽으로 던지기도 했지만ㅡㅡ, 눈 깜짝할 사이에 열 두 마리가 배를 떠밀려 꼬챙이가 된다.
"자, 잠깐만!"
정장을 입은 곡예사는 거의 앞까지 꽂힌 꼬챙이가 무거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익살꾼을 한 손으로 막는다.
"이 이상은 이제 못 꽂는다고. 황제 폐하의 나이만큼이라니, 무리야. 폐하의 장수는 역시 검으로는 정말 잴 수가 없어. 폐하에게 복이 가득하기를! 자 여러분, 폐하의 건강에 지금 건배를!"
연못에서 올라온 익살꾼이 엉성하게 나팔을 불었다. 관객들은 박수하며 곡예사 일행을 에워쌌다. 그들은 웃음보를 터트리며 새로운 음료를 찾으며 테이블로 돌아갔다.
하지만 에스테리제는 연못가에 웅크린 채 꼼짝하지 않는다.
(물고기...)
"에스테리제. 우리들도 뭔가를 받으러 갈까요"
"...어머님. 이 물고기들... 아파 보여요"
물고기는 팔딱팔딱 몸을 비비고 있다. 녹초가 된 것도 있지만, 아직 죽음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았다.
"위험하답니다. 진짜 검이니까요"
술을 대접 받고 있는 곡예사들에게 힐끗 비난의 시선을 던진 후에, 어머니는 딸의 앞에서 물고기를 찌른 검을 치우려고 손을 뻗었다. 검은 반쯤 젖은 모습으로 연못에 방치되어 있었기에, 물고기는 그대로, 검만을 빼냈다.
"앗"
허둥대며 손을 움츠린 어머니의 손가락 끝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에스테리제는 봤다.
실수로 건드려 버린 것이다.
"어머님, 상처가!"
"괜찮답니다, 이 정도면"
그렇게 말하면서 어머니는 주변에 메이드가 있을까 하고 시선을 돌렸지만 공교롭게도 이쪽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에스텔은 망설이지 않고서 어머니의 손목을 잡고, 상처에 자그마한 손을 얹었다.
"어머님... 가만히 있어주세요"
"...에스테리제?"
에스테리제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어머님의 상처가 낫기를)
"자... 이제 깨끗해졌어요"
눈을 여니, 거기에는 낯익은 어머니의 하얀 손가락이 보였다. 흐르고 있었을 혈액조차 깨끗하게 없어졌다.
"에스테리제, 너... 너, 도..."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는 웃으며 다음에 연못에 떠 있는 빈사의 물고기ㅡㅡ손이 닿는 범위에 있던 몇 마리ㅡㅡ를 조용히 바라봤다. 이번에는 바라지 않아도 되었다. 뻗은 손 아래에서 물고기는 한 마리 씩 천천히 헤엄친다. 비늘에는 상처 하나 없다.
에스테리제는 만족하며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머님... 무슨 일 있나요?"
에스테리제는 그때의 어머니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안도와 불안, 그리고 몹시 염려스러운 눈빛ㅡㅡ.
"방으로 돌아갑시다"
"어. 저, 과일차가 마시고 싶은데요"
에스텔은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손에 들고 있는 잔ㅡㅡ붉고 단 액체가 가득 찬ㅡㅡ을 보고서, 입술을 삐죽거렸다.
"나중에 가지고 오게 하겠습니다. 어쨌든 오세요"
"..."
에스테리제네가 성 안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원을 가로 지르기 시작했을 때 배후에서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들렸다.
"연못에 아직 물고기가 있어!"
"안 찔린 걸까"
어머니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방에 도착할 때까지 에스테리제는 반쯤 끌려 다니듯이 계속 걸을 수 밖에 없었다.
방문을 닫으니, 드디어 어머니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에스테리제. 잠시만 기다리렴"
옆방으로 사라진 그는 바로 돌아왔다. 아름다운 보석이 박힌 팔찌를 손에 들고 있었다.
"...준비하기를 잘했어. 자, 에스테리제. 너는 오늘부터 이것을 착용하렴"
"예쁜 장식이네요"
에스테리제는 눈을 빛냈다. 어머니가 착용하고 있는 팔찌와 꼭 닮았다.
"장식...?"
어머니의 입술이 풀렸다.
"그렇네. 네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장식 그 자체로구나..."
"예뻐... 예뻐요. 고마워요, 어머님"
"원래 네게는 필요 없는 것이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소중하게 착용하렴"
평봄한 장식품치고는 거북한 느낌이었지만 에스테리제는 비교 대상이 없다.
그는 손목을 감싼 팔찌를 바라보며 어머니에게 감사의 말을 했다.
폭발음이 울리며 창밖의 밤하늘이 밝게 물든다. 뜰에서 축하의 불꽃이 터진 것이었다.
(이것도, 불꽃도 아름다워. 하지만 나는 어머님 같은 브로치도 가지고 싶어...)
어머니의 드레스의 가슴 부근에 장식된, 꽃을 형상화한 브로치. 하지만 반짝임은 에스테리제의 손목의 장식 쪽이 훨씬 강하고, 날카롭다.
(어째서 이걸 착용하게 됐을까... 이거, 뭘까)
이것이 고대유적에서 발굴된 귀중한 블라스티아라고 알게 된 것은 몇 년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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