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수도 자피아스의 밤은 깊은 어둠에 덮여 있었다.
(평소에도 이런 느낌이었나...)
예전의 밤의 경치를 머릿속에서 잘 그릴 수 없다. 생각보다 여행이 길어진 탓일까, 아니면ㅡㅡ.
오랜만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 왔건만 에스텔ㅡㅡ에스테리제·시데스·휴라세인ㅡㅡ은 어두운 마음을 안은 채, 창가에서 살며시 떠났다.
작은 새인 레밀리아는 새장 안에서 얕은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지만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래피드는 그 공기의 파도를 코로 벌름거리며 오른쪽 눈을 열었다.
"크......응"
일단 평소라면 에스텔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다. 그가 사이 좋아지고 싶다고 노력하면 할 수록 매정하게 행동하던 개였다. 그만큼 주인인 유리·로웰의 부재가 영향이 크다고, 에스텔은 생각한다.
"래피드, 춥지 않나요?"
그녀는 슬쩍 방을 가로 질러, 래피드에게 너무 다가가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옆 소파에 앉았다.
"......"
래피드는 도망치는 대신 다시 눈을 감았다. 에스텔은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커다란 개가 착용하고 있는 익숙한 보디 블라스티아에 시선을 향했다.
"잠시만 대화를 해도 될까요?"
편한 밤 복장으로 갈아 입고서, 빨리 자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에스텔은 조용히 물었다. 가끔씩 이 개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
래피드가 입에 물고 있던 담뱃대가 희미하게 움직였다. 에스텔의 입에 미소가 올라온다.
"...벌써 그로부터 5일..."
자우데 불락궁에서 유리가 모습을 감춘 날부터 벌써 5일이 경과하고 있었다.
거대 코어가 낙하한 것으로 에스텔과 동료들ㅡㅡ래피드, 카롤·카펠, 리타·몰디오, 레이븐, 주디스, 그리고 프렌·시포ㅡㅡ은 유리를 잠시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드디어 거대 코어에 분단 됐던 불락궁 위에 도착했지만,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충격으로 바다에 추락한 것이라 생각하고서 필사적으로 찾아봤지만, 단서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프렌은 배를 이용해 몇 번이고 근해까지 수색했지만 그럼에도 전부 성과 없이 끝났다.
"저기, 유리가 없어도..."
프렌이 유리를 발견하지 못하고서 임무에 돌아가고서, 처음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것은 카롤이었다.
"유리가 없어도, 응. 우리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에스텔 일행은 잠시간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얼굴을 봤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유리 없이 그런 것이 가능할까, 에스텔은 슬픔 속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동료들의 선두에는 유리가 서 있었다. 그가 있어 줬기에 내딛을 발에 힘을 넣을 수 있었다.
지금은 아직 유리가 사라진 것에 망연자실해, 그 없이 잘 걸을 수 있는 것조차 떠오르지 못한다.
"...그러게. 그럼 나는 자우데로 돌아갈래"
기분이 풀리지 않은 어조로 리타가 말한다.
"한 번 더 유리를 찾을 건가요?"
아냐, 리타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면서 어깨를 떨어트린다.
"그 고대 유적은 조사할 보람이 있어. 에스텔의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마지막은 자신을 격려하듯이 말한다.
'리타·몰디오의 이름을 걸고서, 반드시 어떻게든 하겠어ㅡㅡ'
에스텔은 자우데 불락궁으로 향하기 전 밤에 했던 리타의 말을 떠올렸다.
'에스텔을 잡힌 몸으로 돌아가게 하지는 않겠어. 두 번 다시 물건 취급 당하게 할 수는...'
"함께 할게"
주디스가 나섰다.
"고... 고마워"
리타는 어색하게, 그래도 안심한 듯이 감사 인사를 한다.
"그래서? 소년은 어떻게 할 건데"
레이븐이 팔짱을 끼면서 말을 꺼낸 얼굴을 들여다 봤다.
"...나는... 당그레스트로 돌아갈래"
"그렇겠지. 헤라클레스에 이어서 자우데까지, 길드 놈들도 엄청 경계하고 있겠지"
레이븐은 응하면서,
"그럼 나도 그쪽으로 갈깝쇼"
라며 카롤 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텔은 어떻게 할 거야?"
카롤이 묻는다.
"자, 저는... 자피아스로 돌아가려고요"
결심한 듯, 에스텔은 전했다.
"그래... 돌아가서 어떻게 할 거니?"
주디스가 물었다.
"그러네요. 거기에는 상처를 입은 사람이 잔뜩 있잖아요? 저도 자신이 할 수 있을 정도의 일을 하자고 생각해요"
"잠깐만, 너 자기 몸에 대해서 알고 있어? 치유술을 사용하면 얼마나 부담이 올지..."
장난 아냐, 그런 어조로 리타가 말했다. 카롤 일행도 걱정하듯 에스텔을 바라본다.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무리는 하지 않을 거니까요. 게다가 래피드를 여기에 두고 갈 수는 없으니가요"
에스텔은 래피드를 힐끗 봤지만 그는 외면한 채 움직이지 않는다.
래피드도 걱정하고 있는 거야, 에스텔의 가슴이 아파온다ㅡㅡ.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에스텔은 중얼거렸다.
"유리가 없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아뇨"
그는 고개를 흔들며, 어깨를 감쌌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해! 그렇죠, 유리...)
에스텔은 천천히 몸을 돌려, 창문 너머에 펼쳐지는 밤을, 찾는 듯이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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