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테리제 님, 어디로 가시는지요?"
방 문을 열었을 때 호위 기사가 말을 걸었다.
"도서관이에요"
처음 듣는 목소리라고 생각하면서 에스테리제는 답했다.
"함께 하겠습니다"
성 안에서 어디를 가던지 에스테리제에게는 호위 기사가 붙는다. 그가 차기 황제 후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에스테리제를 밀어주고 있는 평의회와, 선대 황제의 조카인 요델을 지지하는 제국 기사단 사이가 미묘한 관계인 것을, 에스테리제는 거의 모른다. 그렇기에 호위 기사 없이 걸을 수 없는 것을 불편한 느낌이 없지는 않았으나, 어렸을 적부터 있던 습관이기에 불만을 느끼지는 않았다.
호위라고 해도 도서관으로 갈 때는 문 밖까지다. 에스테리제가 안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동안 기사는 복도에서 대기하게 된다.
그러나 그 날의 그는 에스테리제를 위해 문을 열어준 후, 자신도 함께 들어가려는 기색을 보였다.
"아. 여기까지면 괜찮아요"
에스테리자가 말하니 기사가 놀라며,
"시, 실례했습니다! 낯설어서 죄송합니다"
라고, 허둥대며 사과한다.
"아뇨,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책을 빌리고 싶으시면 기사단 분이어도 입실해도 괜찮습니다. 함께 가시겠어요?"
"아닙니다. 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
"그런가요... 고마워요"
에스테리제가 웃으니, 기사는 갑주를 흔들면서 허둥대며 복도 구석으로 걸어갔다.
(젋은 목소리였으니 최근에 배속된 분이겠구나, 분명)
에스테리제는 그 후 책 읽기에 몰두하며, 몇 권을 빌린 후 방 밖으로 나왔을 때는 복도에서 대기하던 그와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대화다운 대화를 한 것은 그 다음에 만났을 때였다.
구름이 두껍고 흐린 오후였다.
에스테리제는 평소처럼 긴 복도를 걸으며 도서관의 무거운 문을 스스로 밀었다. 그 날의 근위는 몇 년 전부터 알고 있던 나이 있는 기사였지만 에스테리제가 반납을 위한 책을 몇 권이고 들어줬기에 그랬다.
추운 날이었지만 기사로부터 받은 책을 안고서 혼자서 미끄러진 방 안은 더욱 춥게 느껴져, 에스테리제는 목도리를 방에 두고 온 것을 잠시 후회했다. 가지러 돌아갈까 망설이던 때 학술서 쪽 서가 너머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낮게 들리는 것을 깨달았다. 책의 제목을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이상하네... 누가 있는 걸까)
성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바쁜 시간대이다. 도서실에서 누군가와 만나는 것은 거의 없었다.
에스테리제는 반납할 책을 가까이에 있던 왜건ㅡㅡ사서 텅그티가 책을 이동할 때 애용하고 있던 것ㅡㅡ위에 올리고서 겁내지 않고서 서가의 맞은 편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아"
목소리의 주인이 그녀를 깨닫고서 놀란 듯 이쪽으로 얼굴을 향한다.
"안녕하세요"
"...!"
아름다운 푸른 눈을 감은 금발의 청년의 볼이, 그렇다고 알 수 있을 정도로 긴장한다. 흐르는 금발이 아름다웠다. 갑주는 벗었으나, 기사 제복을 입고 있다.
"뭔가 찾고 계시나요? 제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몰라요"
"에, 에스테리제 님...?!"
(누구였지...?)
슬쩍 에스테리제는 그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고서, 실례했습니다"
청년은 직립부동의 자세를 취하며, 소속 부대의 이름을 말했다.
"프렌·시포... 요전에 호위를 해주신 분이시죠?"
"네. 오늘은 오후 내내 비번이 됐으니까요"
에스테리제는 프렌이라고 밝힌 기사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책을 찾고 계신 거군요. 여기는 장서가 많으니까 익숙해지지 않으면 큰일이겠죠. 텅그티가 있다면 다르지만요"
"사서장은 오늘 휴가라는 듯 싶습니다"
어머, 에스테리제는 그렇게 소리를 올리며 웃었다. 어쩐지 평소라면 뛰쳐나오는 늙은 텅그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었다.
"비번이 겹쳐진 거군요. 그것보다 텅그티를 알고 있다면, 당신도 가끔씩 여기로 오시는 건가요?"
"아뇨..."
프렌이라 밝힌 청년은 곤란한 듯한 표정을 띄운다.
"저는 그렇게 공부에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최근에 조사할 것이 생겨서, 몇 번 정도. 오늘은 아스테필스 환상연봉(環状連峰)의 기후와 그리고 내륜에서 외륜의 바다로 나올 때의 조류에 대해서... 책 이름도 알고는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라고 제목을 말하고서 서가를 둘러봤다.
"연습(演習)인가요?"
말하면서 에스테리제는 아주 조금 걸었을 뿐인데 힐끗거리며 세 권의 오래된 책을 빼내 손에 들었다.
"이거인가요? 기후나 바다에 대한 것이라면 대부분 이쪽에 실려 있어요"
"...놀랐습니다"
프렌은 허둥대며 에스테리제의 손에서 책을 꺼내, 솔직하게 놀라움을 나타냈다.
"제게는 이 도서관이 너무나도 넓은 세계처럼 보입니다. 그만큼 많이 읽으신 거겠지요"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쭉 여기서 살았으니까요..."
에스테리제는 답하며,
"게다가 혹시 가능하다면 저..."
라고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프렌이 묻는 듯한 시선을 향한다. 그것은 무례하지 않도록 바로 흘려졌다.
"아아, 이쪽 책은 읽은 적이 있어요... 조류에 대해서 적혀져 있는 곳을 알기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알려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에스테리제는 창가에 놓아진 큰 독서용 책상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혹시 장래에 레밀리아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면... 분명 당황하게 만들겠죠. 이 사람은 그림책은 읽지 않을거고)
"감사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프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면서도 받은 책의 두께에 질려 하는 것이 확실하게 얼굴에 나와 있다. 모든 페이지를 조사하는 것은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사양하지 말아주세요. 시간은 잔뜩 있으니까요"
에스테리제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울리면서 잘 닦인 마루를 걸으면서 독서용 책상과 함께 놓여진 의자에 앉았다.
"실례합니다"
프렌도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서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책의 가장자리에는 텅그티가 정성을 들여 키우고 있는 식물이 심어진 화분이 몇 개 늘어져 있었다.
"...외륜의 바다의 조류에 대해서는 여기랑... 여기예요. 이쪽이 분명 알기 쉬울 테니까 책갈피를 끼워두면 좋다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프렌은 에스테리제가 펼쳐준 페이지에 손을 올리고서, 뭔가 끼울만한 것이 없을까하고 시선을 움직인다. 그러니 화분 뒤에 떨어진 한 장의 잎을 발견한다.
"이걸 쓸 수는 없을 거고..."
프렌이 가랑잎을 떼고서, 펼쳐진 종이 위에 살짝 올리고서, 다시 되돌린다.
"우후후"
"어"
에스테리제가 웃는 것을 보고서 프렌이 뺨을 물들인다.
"죄송합니다. 공교롭게도 빈손으로 와서... 하지만 페이지를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당신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해서요"
"그렇습니까?"
"어린 시절의 이야기지만"
에스테리제는 두꺼운 구름 사이에서 엷은 햇살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을 인정하고서 눈을 가늘게 떴따.
"어머니와 자주 여기에 왔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간 후부터는 정말로 매일같이..."
"아버님께서는 분명..."
네, 그는 그렇게 끄덕였다.
"인마전쟁 때 목숨을 잃으셨어요. 저는 아직 8살이었습니다. 애초에 휴라세인 가의 피를 이은 것은 어머니예요. 그러니까 저희들은 아버지를 잃어도 성에 계속 살 수 있었지만요"
"휴라세인 가는 황족이니까요. 당연한 겁니다"
프렌의 어조는 조용하고 단단해졌지만, 에스테리제는 눈치 채지 못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제가 매일 책을 읽고 싶어했기에 여기에 데리고 와주셨어요. 가끔씩 텅그티에게 저를 맡기고서 용무를 마치기도 한 것 같아요. 텅그티는 일을 못했으니 정말 큰 민폐였네요"
"하하하"
프렌은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올려 웃고서, 당황하며 진지한 얼굴로 되돌렸다.
"실례했습니다"
"어느 날, 대여 금지인 무거운 책을 여기에 가져와서 읽었어요. 그 날도 그래, 어머니는 어딘가로 가서, 그래서 갑자기 돌아와서는..."
에스테리제는 점점 밝기를 낣혀오는 하늘을 바라봤다.
"저는 좀 더 읽고 싶어했지만, 반출할 수 없는 책이었으니까 그 다음은 내일 읽자는 것이 됐습니다. 그래서 텅그티가 여기에서 키우고 있던 꽃잎을 한 장 받아서 책갈피 대신으로 했습니다"
"긴 이야기라도 읽으셨던 거군요"
"아뇨, 연표예요"
"여, 연표ㅡㅡ?!"
프랜의 얼굴이 이상해서 에스테리제는 웃었다.
"연표는 재밌어요.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보고 있으면 정경(情景)이 보이는 기분이 들어요. 역사는 좋아하시나요?"
"네, 뭐. 하지만 제가 그 연령일 때는 매일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놀아서, 그다지 독서는 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함께 있던 유리... 아니, 소꿉친구가 그런 부류의 인간이 아니었던 것도 있어서..."
그리운 듯한 괴로운 듯한 신기한 표정으로, 프렌은 말했다.
"유리?"
"아, 네... 그런 이름을 가진 소꿉친구입니다. 이전에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사단에 적(籍)을 두기도 했었습니다"
"그런가요. 소꿉친구... 부럽네요"
에스테리제는 흘리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조금 시간을 두고서,
"지금은 좋은 추억이에요"
라고 조용히 말한다.
"네?"
"잎을 책갈피로 한 날 말이에요. 실은 그 후에 저는 화분을 땅에 엎어 버렸어요. 어머니께서 탕그티에게 사과하셔서... 그 어머니도 2년도 못 돼 병으로 돌아가셔서..."
"에스테리제 님..."
프렌은 놀라면서, 허둥대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너무 오래 이야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이것으로 머리를 때려야겠습니다"
그는 세 권의 책을 조금 들어 올려서 보여주고는 뒷꿈치를 뒤집었다.
"프렌 씨"
흐르는 금발이 천천히 돌아봤다.
"저는 부디 편하게 불러주십시오"
그럼 프렌, 에스텔은 그렇게 정정했다.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그 다음에는 책갈피를 준비하겠습니다"
"후훗"
프렌의 미소에 이끌려, 에스테리제의 입술도 피어났다.
(생략)
프렌과 처음 만났을 때에는 도중에 이야기를 그만두고 말았었지, 에스테리제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프렌에게 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지만 그 뒤의 사정하고는 조금 달랐다.
(화분을 떨어트리고 말았을 때, 저는 당황하고서 도서실 바닥에 웅크리고 있어서...)
8세 소녀에게는 너무나도 큰 책의 모서리에 밀려, 독서용 책상에서 떨어진 화분은, 커다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하게도 꽤나 튼튼하게 만들어진 듯, 화분은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웅크려 앉은 에스테리제의 눈에는 무참하게 꺾인 식물 줄기, 떨어져버린 잎 외에, 불운하게도 도망치지 못한 벌레의 모습이 보였다. 화분에 접촉한 것이겠지, 한쪽 날개가 버쩍 뻗어 있다.
"미안해요...!"
에스테리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식물 위에 손을 올린다. 그 손목에는 블라스티아가 있었다.
"에스테리제!"
어머니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때, 소리에 놀라 달려오는 탕그티의 발소리가 들렸다.
"공주님! 에스테리제 님!"
에스테리제는 손을 내렸다. 어째서인가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느낌이 든 탓이다.
"오오,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곳에 화분을 놓아서는. 상처는 없으십니까"
"괜찮습니다, 탕그티. 딸이 부주의한 겁니다. 죄송한 것은 이쪽이에요"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에스테리제의 팔을 잡고서 일으켰다.
"더러워져 있으니 가만히 있으세요. 지금 제가 정리를..."
사서는 황송해하며 마루에 주저 앉아, 화분을 일으켰다. 아주 조금 금이 간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식물은 줄기도 잎도, 이윽고 부풀어 오를 터인 봉오리도, 그 무엇 하나 상처가 없었다.
에스테리제는 탕그티의 시선이 블라스티아로 향하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 척한다.
희미하지만 건강 그 자체인 날개 소리를 내며 붉고 둥근 벌레가 날아 올랐다. 에스테리제는 언제까지고 벌레의 행방을 눈으로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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