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진짜 주의
- 에스텔 납치 후부터 구출까지.
"ㅡㅡ오, 발견"
그 목소리에 에스텔은 고개를 들었다. 레이븐이었다.
"모두가 걱정, 하는 모양이야"
"죄송해요... 저..."
(일부러 찾으러 와주신 거군요...)
잘 모르는 마을을 목적지도 없이 달려와버렸다. 주변에는 민가도 없다. 그저 낡은 블라스티아의 컨테이너의 산이 이곳에도 있었다.
"뭐, 어쩔 수 없겠지. 죽는다고 들으면 아저씨여도 상처 받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레이븐은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손바닥에 담기는 크기의 구체를 하나 꺼냈다. 유리인 걸까, 파랗게 비치고 있다.
"...?"
"이거 말이지, 아파테이아를 부순 가루로 만들었대"
"아파테이아... 어째서 그런 걸"
가지고 있는 거예요, 라고 물으려고 했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구체에서 빛이 흘러 나왔다.
"윽?!"
"미안해, 아가씨"
레이븐의 목소리가 멀어진다.
그것 뿐, 아무것도 알 수 없어졌다.
대체 며칠인 걸까, 에스텔은 무거운 머리로 생각했다.
(유리네랑 묠조로 가서... 그리고...)
장로의 집에서 보고 들은 것이 괴로워서, 혼자서 마을 안을 달렸다.
(레이븐이... 저를 찾아주셔서...)
아파테이아를 부수고서 만들었다고 하는 투명한 구체를 보여준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다.
정신을 차리니 기사단장인 알렉세이가 있었다.
(이 구체... 크기는 다르지만 레이븐이 가지고 있던 거랑 같은 것...? 그렇다면...)
"아앗!"
강렬한 아픔과 충격에 눈을 뜨니, 자신이 구체 안에서 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스텔을 놔줘!"
"역시 박티온 신전에 있었구나!"
흐리게 카롤과 리타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러분... 와주셨군요?!)
구체를 들여다 보니 유리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앞에 서 있는 알렉세이가 손에 든 아파테이아를 높데 들고서 조작하니, 다시 격한 고통이 온다. 동시에 몸안에서 힘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 아아아!!"
"우와악!"
억제할 수 없는 힘은 동료들을 날려버리고, 돌바닥으로 내동댕이 처버린다.
"유리! 여러분! 으... 아..."
에스텔은 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 후부터 아마도 몇 시간이 지났겠지. 확실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유리 일행이 구하러 와줬을 때 레이븐의 모습은 없던 것 같다.
(분명 뭔가 사정이 있던 거겠죠...)
에스텔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구체에서 밖을 들여다 봤다.
여기는 리타가 말하던 박티온이라는 신전 안이겠지. 제단이 보인다.
발밑 근처에는 사슴과 비슷한 거대한 생물이 상처 투성이의 몸을 가누고 있었다. 틀림없이 엔테레케이아겠지, 에스텔은 생각했다.
그러니 부츠 소리가 울렸다. 알렉세이다. 그는 에스텔의 상태를 확인하고서,
"아스탈이여ㅡㅡ 자신을 숭배한 박티온 신전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어떤 기분이 들지?"
라고 상처 입은 거체를 차갑게 내려다 봤다.
(역시 엔테레케이아ㅡㅡ!)
"알렉세이! 어쩜 이렇게 심한 짓을..."
자신도 모르게 에스텔이 말하니, 알렉세이는 코웃음을 쳤다.
"너무하다? 공주, 그건 다릅니다. 헤라클레스가 아스탈을 몰아 붙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굉장했습니다"
"헤라클레스로 엔테레케이아를...?"
"큭큭큭... 설마 고작 길드를 공격하기 위해 이렇게 방대한 물건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때 아스탈이라 불린 엔테레케이아가 말했다.
"네이...놈...인...간..."
"이제 그만해주세요, 알렉세이!"
간청하는 에스텔에게, 알렉세이는 시큰둥한 시선을 보냈다.
"크크크. 이 놈의 괴로움을 지우고 싶다면 당신의 치유술로 이 자를 치유하면 되지 않습니까"
"윽..."
(그런 걸 한다면 베리우스와 같은 신세가 되어버려...!)
"핫핫핫하! 당신은 역시 무력하군. 혼자서는 세계에 해를 끼치는 독 밖에는 되지 않아. 그걸 잘 알겠지요"
이상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알렉세이가 웃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에스텔, 무사하냐!"
"에스텔!"
유리와 카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료들이 어둑한 제단 사이로 뛰어드는 것이 보인다. 리타와 주디스, 그리고 래피드도 함께 있다.
"또 자네들인가. 어디까지고 분스를 모르는 패거리로군"
알렉세이가 시끄러운 듯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유리! 여러분!"
에스텔이 동료를 향해 선을 뻗는다. 리타가 똑같이 손을 뻗는다.
"에스텔, 지금 구해줄게!"
"흥. 네놈들은 공주를 구할 수 없다. 구할 수 있는 건 나뿐"
엷은 미소를 띄우며 알렉세이가 말했다. 유리는,
"웃기지 마!"
라고 고함쳤다.
"흥. 도구는 써야만 그 본분을 다할 수 있는 것이네. 세계의 독도 올바르게 쓴다면 그것은 얻기 힘든 복음이 된다. 그것이 가능한 건 나뿐이네"
손에 든 아바테이아를 슬쩍 유리 일행에게 가리키면서 알렉세이는 에스텔에게 시선을 옮겼다.
"공주, 제게 오십시오. 제가 없다면 당신의 힘은..."
아파테이아가 조작된 순간,
"꺄아아아!"
에스텔이 비명을 질렀다.
"그만해, 알렉세이! 앗!"
"주디스!"
억누르지 못하고서 발동한 힘은 주디르를 스쳐, 아스탈에게 직격한다.
"그... 아"
엔테레케이아가 괴로운 듯이 있다가, 그대로 절명했다.
(그럴수가...!)
"하하하, 뭐가 엔테레케이아인가. 뭐가 세계의 지배자인가. 허망했군"
알렉세이는 웃으면서 아스탈이 변한 모습ㅡㅡ아파테이아ㅡㅡ로 걸어간다.
"생각했던 것보다 작군. 뭐 쓸 데는 얼마든지 있다"
"이 자식..."
아파테이아를 품에 넣은 알렉세이에게, 유리가 천천히 다가온다. 하지만 알렉세이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서,
"그렇군. 기껏 와줬으니 제군에게도 세례를 받게나. 공주가 손수 자극한 에아르를 말이지"
라고 하며 아파테이아를 뻗었다.
"우아아아아앗!"
"꺄아앗!"
에아르의 힘을 받고서, 이번엔 동료 전원이 쓰러졌다.
"싫어! 이제 그만해!"
에스텔이 외치니,
"크...아악!"
유리가 혼신의 힘을 쥐어짜 일어나, 손에 든 검을 들었다. 술식이 나타나고, 에아르의 힘이 단번에 가라 앉는다.
"뭐라고? 어째서 네놈이 그 검을 가지고 있지? 듀크는 어쨌나?"
에스텔은 놀랐다. 어째서 유리가 가지고 있는 걸까.
"그 녀석이라면 진작에 어디로 가버렸다고. 네놈 따위에겐 용무가 없는 모양이다"
유리가 웃는다.
"...얄궂군. 긴 시간동안 찾아 다녔던 것이 필요 없어지니 굴러 들어오다니... 그래, 만월의 아이와 아파테이아, 게다가 나의 지식이 있다면 이제는 데인노모스따윈 필요 없다"
"뭘 잠꼬대를 중얼거리는 거야. 중얼중얼 말하지 말고 에스텔을 돌려달라고"
유리는 제단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발을 걸치고 있는 알렉세이에게 다시 한 번 다가가려고 한다.
"흥. 공주가 그걸 바랄까?"
(아...)
알렉세이의 시선에 에스텔은 주춤거렸다. 리타가, 주디스가, 이쪽을 보고 있다.
"...모르겠어"
툭 중얼거리니,
"뭘 말하는 건데!"
카롤이 다급하게 고함을 쳤다.
"함께 있으면, 전 모두를 다치게 하고 말아요. 하지만... 함께 있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혼란스러운 에스텔을, 유리가 막는다.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라고! 와! 에스텔!"
아파테이아가 높게 내걸린다. 힘이 발동해서 동료들이 쓰러진다. 비명ㅡㅡ.
반복된다.
이 불길한 힘을 가진 덕분에 몇 번이고 반복 되는 것이다.
"이제... 싫어..."
알렉세이가 히죽거린다.
친위대가 달려와서 유리 일행의 앞길을 막는 것이 보였다.
"자 공주, 이쪽으로"
알렉세이가 손짓을 하니 에스텔은 구체와 함께 흡수 되듯이 공중에 미끄러진다.
"잠시만 다시 잠들어주십시오. 다음에는 그리운 자피아스 성으로 모시지요"
"기다려. 그런..., 아..."
의식이 멀어진다.
(유...리...)
어떻게 할 수도 없이, 에스텔의 시야가 닫혔다.
제도가 결계를 잃은 것을, 에스텔은 자피아스 성의 어검의 계제(御剣の階梯)에서 알았다.
하늘을 검붉게 흐려지고, 에아르가 진해졌다.
"어검의 계제는 중요한 실드 블라스티아잖아요. 그걸 당신은...! 대체 제도에 있는 사람들은, 세계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구체에는 새로운 술식이 새겨져, 점점 몸의 자유가 없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지배자가 걸어야 할 패도ㅡㅡ"
불어오는 바람을, 알렉세이는 가슴 가득히 들이 마셨다.
"공주, 당신의 그 힘은 정말로 멋집니다... 공주가 있다면 세계를 해방하는 것도 쉽겠죠!"
(무슨 말을 하는 거야ㅡㅡ?!)
그때 에스텔은 희미하게 바울의 목소리를 들었다.
"유리...! 여러분..."
알렉세이가 뒤를 돌아본다.
"엔테레케이아 이상의 질기군, 정말. 대단하군"
내건 아파테이아에 호응하여 에스텔의 구체 주변에 부유하는 다른 아파테이아도 빛을 띈다.
"에스텔!"
유리가 피에르티아호의 앞으로 올라간다.
"아악!"
격통과 함께 힘이 뿜어져 나온다.
"에스텔!!"
리타의 절규가 강풍에 끊겼다.
"이 자식, 알렉세이!"
유리가 이를 깨물었다.
"싫어! 힘을 억누를 수 없어!"
(무서워...!)
에스텔은 너무 무서워서 울부 짖고 있었다.
"약해지지 마! 에스텔! 지금 구해줄게!"
눈물로 흔들린 시야 속에서 유리가 배를 박차는 것이 보인다. 에스텔은 필사적으로 팔을 뻗었다.
(아주 조금이면 유리에게, 닿ㅡㅡ?!)
그 순간 에스텔의 힘이 발현하여, 눈부친 빛을 작열시킨다. 유리는 날려져, 당황하며 선체와 바울을 잇고 있는 로프를 잡았다.
"에스..."
에스텔은 바람에 날려진 유리를 절망적인 눈동자로 바라봤다.
누구에게 기도하면 될까. 누구를 구하기 위해 기도한 적은 있었으나, 자기 자신을 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에스텔은 깨달았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이 이상... 누군가를 다치게 하기 전에... 부탁이에요..."
ㅡㅡ죽여줘요.
"!!"
목소리로 나오지 않는 속삭임이 유리에게 전해진다.
"아아아아아아!!"
비명과 함께 에스텔의 힘이 넘쳐 흐른다.
거기에 필사적으로 머물러 있던 바울이, 비틀거리듯이 날려진다.
"에스텔ㅡㅡ!"
동료들의 목소리가 검붉은 하늘 너머로 멀어졌다.
검과 방패를 잡고서 에스텔은 동료들과 마주 보고 있었다.
(죽여야만 해(殺サナケレバ)... 모두를... 죽여야...)
어검의 계제의 정상까지 유리 일행이 쫒아 와줬을 때, 에스텔의 마음에는 동료를 향한 살의가 부풀어 올랐다.
(죽여야만 해...)
"ㅡㅡ그야말로 둘도 없는 도구야, 공주는"
"에스텔을 물건 취급하지 마!!"
리타가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말이 아닌 소리로서 들릴 뿐이다.
(...죽여야만 해...)
검을 치켜 들고서 에스텔은 유리를 습격했다. 유리의 검이 받아내도 다시 베려고 한다. 주디스가 시야에 들어온다.
"에스텔, 눈을 뜨렴!"
"나야, 리타야! 네 친구야!"
리타가 양손을 펼치고 있다.
(전부... 죽인다...)
에스텔의 허무한 눈이, 카롤과 레이븐을 잡았다.
갑자기 다리가 꼬인다. 에스텔으 비틀거리고 만다.
"흠... 파워가 부족했나"
알렉세이가 손에 들고 있는 검을 한 번 휘두르니,
"꺄아아아!"
에스텔의 몸에 충격이 왔다. 알렉세이는,
"제군 덕분에 이렇게 데인노모스를 대신하는 새로운 『열쇠』도 완성 되었다. 감사 인사로서는 뭐하지만 나의 계획이 완성 되는 것을 보도록 하지... 진정한 만월의 아이의 각성을"
라고, 즐겁게 웃는다.
다시 의식이 끊기기 시작한다. 에스텔은,
"자우데 불락궁... 과거에 세계를 휩쓸었던 재앙도 깨트렸다는 궁극의 블라스티아..."
알렉세이의 말을 짤막하게 들었다.
(죽여야 해...)
에스텔은 눈을 떴다. 언제부터인가 알렉세이는 사라졌다.
에스텔은 검을 고쳐 들고서 동료들을 향해 들이댔다.
"에스텔, 너"
유리가 천천히 다가온다.
"지금... 편하게 해줄게"
유리의 검이 반짝인다. 공포는 없다. 내려쳐지는 검을 방패로 받고서 반격을 하려고 하던 때였다.
"보라고, 이거"
유리의 손바닥이 내밀어졌다.
"! 이...건..."
거기에 있던 것은 만타이크 사막에서 맡겼던 브로치였다.
(어머님의... 유품(形見)...)
브로치를 착용한 어머니의 상냥한 미소가, 에스텔의 가슴에서 떠오른다. 자그마한 에스텔이 장식인 블라스티아보다 훨씬 가지고 싶다고 바라던 브로치ㅡㅡ.
꽃을 형상화한 그것은 아름답게 빛나며, 사랑하는 딸에게 속삭이는 걸로 보인다.
"?!"
얼굴을 든 순간, 지금까지 덮여져 있던 감각이 한 번에 돌아왔다. 밀려오는 바람 소리, 동료들의 말ㅡㅡ.
"에스텔, 이제 너를 조종하는 녀석은, 없어"
한 마디, 한 마디, 곱씹듯이 유리가 전한다.
"남은 건 네가 자신을 되찾는 것뿐이야"
"아... 유...리..."
에스텔이 약하게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넘쳐서 뺨에 전해진다.
"...저...는... 모...두를 다치게 해요... 안 돼... 함께... 는 있을... 수 없어..."
그래도 유리는 참을성 있게 에스텔의 눈동자를 들여다 본다.
"너, 내게 죽여달라고 말했었지. 하지만 정말로 그게 네 바람이냐? 다르잖아? 돌아오라고. 에스텔!"
(실은... 내 진짜 마음은...)
에스텔의 손에서 검이 스르륵 떨어졌다.
"저... 저는..."
넘치는 감정으로, 입술이 떨린다.
"저는 아직 사람으로서 살고 싶어요!!"
불어오는 에아르를 돌풍이 붙잡는다. 바람이 지나가고, 그 후에는 푸른 하늘과 정적이 찾아왔다.
"앗?!"
갑자기 에스텔은 또 다시 구체에 구속된다. 구체는 붉고, 이상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시스템이?!"
리타가 외친다. 주디스는,
"알렉세이의 검이 가장 중요했던(要) 거야"
라고, 구체를 조용히 바라봤다. 에스텔은 눈을 꼭 감고서 억제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안 돼.. 이젠 멈출 수 없어... 모두들 도망쳐요!"
"동료를 믿어! 『브레이브 베스페리아』는 할 때는 한다고!"
유리가 데인노모스를 높게 들었다. 눈부신 빛이 작렬했다.
자유롭게 된 에스텔의 몸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유리가 확실하게 안고, 둘은 그대로 쓰러졌다.
"...어서와"
유리의 가슴에서 에스텔은 웃었다.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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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외로... 영양가가... 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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