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어렸을 적에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어떻게 등장인물을 만드는 걸까?
헤어 스타일, 옷의 취향, 키, 눈색,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인품이나 개성을.
연표나 학술서를 읽는 즐거움과 이야기를 읽는 두근거리는 느낌은, 조금 닮았지만 전혀 다른 것이다.
성을 나오고서 자신은 그걸 확실하게 알게 됐다.
지금까지의 나는 말하자면 막힌 물 속에 있던 것과 같은 것.
바깥 세계는 흐르고 있다. 끊임없이 흐르고서, 언제나 평온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다양한 것을 옮겨다 준다.

친구.
그리고, 동료.

쭉 바라던 사람들과, 만났다.
그것은 이야기의 등장인물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지만, 만만치 않고, 즐거운 것.

모든 것이 끝난다면ㅡㅡ, 분명 나는 그림책을 만들 것이다.
아마도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지나갔던 길에, 나도 아주 조금 발자국을 새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자만하는 걸지도 모른다.
기쁨과 슬픔과, 아름다운 것과 흉측한 것.
동료와 함께하는 시간을 알게 됐기 때문에 참을 수 없는 고독이나 어두운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본 태양의 눈부심.
그것을 쓸 때, 내 마음에는 그 사람들이 있겠지.

 

 



3장

하루루의 나무의 숨막히는 듯한 꽃보라.
그리고 에프미드의 언덕에서 바라는, 빛나는 바다ㅡㅡ.
처음 성에서 나온 나의 눈에 비치는 자연은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제국이라는 기관이 올바른 일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마을, 프렌을 따라잡은 그 카푸와· 노르를 적시던 차가운 비마저.

하지만 아무리 웅대하고 아름다워도 자연과 같이 세게에 태어나는 사람의 마음은 다양하다. 아무리 악의의 덩어리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그것을 알지는 못할 것이다.

여행을 나온 것을 스스로 정했다고는 해도 유리가 아랫마을의 아쿠에 블라스티아의 코어를 되찾을 때까지, 나는 그저 그를 따라가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자신의 능력이 사람들의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알게 된 것은 무척 기쁜 일이었다.
책 안에 펼쳐져 있던 세계가 여행을 떠나면 당연한 반응으로서 느껴진 것처럼, 내가 상처를 치유할 때마다, 아픔을 제거할 때마다, 가끔씩은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서 감사인사를 받은 것은 놀라웠던 것과 동시에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有頂天) 생각한다.

제도에서 새장의 새로 있었다면, 몇 중으로 가려진 채, 언제까지고 진실을 알지 못하는 게 틀림없었는데ㅡㅡ.



 

 


4장

[독]
동물이나 식물이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가지는 것.
가끔씩 소유하고 있는 것을 모르게 하기 위해 그럴듯한 외관이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독성학 서적에서는 다양한 동식물의 특징적인 독이 조성식(組成式)과 도판으로서 소개 되어 있었다. 나도 대충 읽고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 자신이었을 줄은!

카롤과 유리가 세운 길드에, 『브레이브 베스페리아(凛々の明星)』라는 이름을 제안한 것은, 그러니까 내 미래를 밝게 비춰줬으면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나라는 독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기척도 없이, 내 의지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목숨을 빼앗는다.

그런 건 용서하지 않는다.

그 날 성에서 나오지 않고서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며 살아 왔다면, 특별하게 즐거운 것도 없는 대신, 이런 괴로움도 맛보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한 번 더 다시 하게 해줘!
적어도 이것이 짧은 꿈이기를ㅡㅡ.
독의 의미를 알게 된 그 때, 나는 그런 식으로 바랐다.



 


5장

지도에 없는 마을, 이라는 표현이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테르카 류미레이스의 대지를 그린 지도에는 없는 마을.
성을 나오고서 넓은 세계를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세계는 훨씬 훨씬 원대하고 심오하다.

옛 시간에는, 옛 마을이.
하늘을 올려다 보면, 그곳을 떠돌아다니는 마을이 있었다.

자신만 없었다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간다, 라는 것은 혹시 작은 세계에서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누군가가 빠져도 그 사람에게 있어서의 세계가 아니게 된다.
시간에도 공간에도, 그리고 마음에도 세계는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난다면ㅡㅡ, 분명 나는 그림책을 만들 것이다.
닳고 닳도록 읽었던 도서실의 그 모험담.
이야기 도중에 사라져버린 소녀, 레밀리아.
그녀를 내 그림책 안에 초대하자.
레밀리아는 자신이 걸을 길을 자신이 정하는, 강하고 상냥한, 그런 등장인물이 되겠지. 



 



에필로그

자신만이 좁은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을 자신이 깨달은 것은 언제적일까.
동료들도 각자 짊어지고 있는 것이 있고, 여행 도중에 그것은 점점 밝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리광을 부리기만 하는 자신은, 이 얼마나 어린아이였느냐고 생각한다.
레이븐이 사정을 말해주고서 카디스 블라스티아를 보여줬을 때도 똑같은 것을 느꼈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블라스티아를 의지해서 살아온 나날은 상상할 수 없는 불안감을 가지고 온 것이 분명하다. 혹시 자신이 레이븐이었어도 자신은 그와 같은 것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분명 죄의 무게와 자신의 목숨을 바꾸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레이븐은 강했다. 한 번 더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결의를 하고서 내가 있는 곳으로 와줬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결심했다. 자신의 의지로 레이븐을 믿어보겠다고ㅡㅡ.
사과하는 그에게, 나는 화가 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전하고서 이후에도 함께 싸워달라고 부탁했다.
알렉세이에게 잡혀 있던 때에 일어난 일은 리타가 말해줬다.
그 누구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고.
그러니까 나도 유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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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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