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테일즈 오브 2019. 11. 29. 02:45


[게임]



레이븐 "뭐라고 할까... 죽어 있었으니까, 나는. 지금 허둥대면서 떠올리는 중이야. 일단 알렉세이와는 결판을 짓는다고 치고. 그 뒤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련다."
유리 "그걸로 괜찮지 않아?"
레이븐 "결판이라 하니 말이야, 에스텔 아가씨에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설명했어. 그랬더니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유리 "?"
레이븐 "사정은 알겠으니 모두랑 같은 걸 하게 해달라, 라고 말하는 거야."
레이븐 "그래서 머리를 한 번 콩, 그걸로 끝."
유리 "하하, 그 녀석 답네."
레이븐 "......조금, 잘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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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만월]



에필로그

자신만이 좁은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을 자신이 깨달은 것은 언제적일까.

동료들도 각자 짊어지고 있는 것이 있고, 여행 도중에 그것은 점점 밝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리광을 부리기만 하는 자신은, 이 얼마나 어린아이였느냐고 생각한다.

레이븐이 사정을 말해주고서 카디스 블라스티아를 보여줬을 때도 똑같은 것을 느꼈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블라스티아를 의지해서 살아온 나날은 상상할 수 없는 불안감을 가지고 온 것이 분명하다. 혹시 자신이 레이븐이었어도 자신은 그와 같은 것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분명 죄의 무게와 자신의 목숨을 바꾸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레이븐은 강했다. 한 번 더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결의를 하고서 내가 있는 곳으로 와줬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결심했다. 자신의 의지로 레이븐을 믿어보겠다고ㅡㅡ.

사과하는 그에게, 나는 화가 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전하고서 이후에도 함께 싸워달라고 부탁했다.

알렉세이에게 잡혀 있던 때에 일어난 일은 리타가 말해줬다.

그 누구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고.

그러니까 나도 유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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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의 가면]



"...아가씨?"

잔뜩 헤맨 끝에 나온 말은 보람이 없는 것이었다.

넓은 성 안을 잔뜩 찾아다녀도 보이지 않았던 에스텔은, 그 어디도 아닌, 자신의 방에 있었다. 사실상 감금과 같았던 방이었지만, 그런 건 에스텔에겐 그다지 관계 없는 모양이다. 답다고 하면 다운 이야기였다.

문 앞에서 말을 걸고서, 기다린 것이 몇 초. 1초가 지날 때마다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강해진다.

"...네"

목소리에 조금 망설임ㅡㅡ뭘까. 무서움? 경계?ㅡㅡ이 들어가 있다. 무리도 아니다.

레이븐은 한 발자국 물러서고서, 방에 들어갈 의지가 없는 것을 보였다.

"저기ㅡ 어, 잠시 대화할 시간을 줄 수 없을까. 길게는 하지 않을 테니까"

뭐라 말할 수 없는 말투 밖에 못하고서, 레이븐은 어색해졌다. 뭔가가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더 좋은 말이 있어도 괜찮은 것 같았다.

"알겠어요. 들어오세요"

의외로 에스텔은 문에서 떨어져, 안쪽을 가리켰다.

"어, 아니, 여기도 괜찮은데..."
"서서 말하는 것도 좀 그러니까요. 게다가 리타가 나중에 오기로 했거든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은 안으로 들어갔다.

에스텔의 생각을 의아해하며 레이븐은 뒤를 따랐다. 슈반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

황제 가문의 공주 에스테리제의 방은, 역시 만듦새가 다른 방과는 조금 달랐다. 

융단도 그렇고 벽과 천장을 덮는 장식도 그렇고, 또 가구류도 그렇고, 기사단장의 집무실도 이것에 비하면 검소할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철저히 여성스럽다.

물론 책상 위에는 신구의 다양한 서적이 쌓여있어, 약간 엉뚱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거기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으니 에스텔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묠조의 건, 말인가요?"

레이븐은 입을 다물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결정한 것이 있었다. 어쨌든 변명은 하지 않는다, 는 것.

자신이 해온 것은 어떻게 둘러대도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에 따라서는 나쁜 기억을 강요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용서를 빌지 않고서 끝낼 수도 없다. 고민 끝에 어쨌든 사과한다. 그리고서 어떤 것을 요구 당한다고 해도 받아들인다. 그렇게 생각하고서 왔다.

"아가ㅡㅡ"
"사정을 말해주세요"

막는 듯이 에스텔이 말했다.

"레이븐은 이유도 없이 그런 걸 할 사람이 아니에요"

딱 잘라 말해져서, 레이븐은 눈을 희번덕거렸다. 본인이 상대에게 말하는 것인가? 게다가 그 누구도 아닌 그 피해자가ㅡㅡ

레이븐의 생각과 함께 에스텔은 계속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때의 레이븐의 눈은 무서웠어요. 하지만 박티온에서의 얼굴은 무척 슬퍼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분명 여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레이븐은 마른 입술을 핥았다.

"이유가... 이유가 있으면 뭘 하든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건...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알고 싶어요. 그리고 레이븐이 정말로 나쁜 사람이라면 지금도 여기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가씨!"

자신도 모르게 나온 외침에, 에스텔이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레이븐은 허둥대며 양손을 흔들었다.

"아, 아니, 뭐라고 할까 저기, 그렇게 간단하게 사람을 믿으면 안 된다고..."
"어째서인가요?"

레이븐은 말문이 막혔다. 그런 식으로 근본적인 반격을 당해서는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에스텔의 근저에는 우선 레이븐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이다. 거기가 출발점. 그러니가 거기에 위배되는 행위가 있으면,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용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어떤 요구라도 받아들이겠다고 정하고서 온 것이었다. 레이븐은 답할 의무가 있었다.

레이븐은 한숨을 쉬었다.

슈반으로서든, 레이븐으로서든, 해온 모든 것이 자신이라는 인간이 한 행위인 것이다. 어떻게 설명하면, 어디서부터 설명하면 좋을까?

어쨌든 묠조에서 한 행위의 목적부터 설명해 봤다. 에스텔의 힘에 주목한 알렉세이의 명령으로, 신병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에스텔은 거기에도 파고 들었다.

"어째서인가요?"

레이븐은 그 명령에 따른 배경을 설명했다. 그 주변에 관련되는 것도 다소 설명했다. 하지만 에스텔은 납득하지 않는다.

"어째서인가요?"

뭔가를 설명할 때마다 그 질문이 터졌다. 레이븐은 원인의 원인, 더욱이 그 원인, 하며 점점 올라가며 설명했다.

정신을 차리니 이야기는 <인마전쟁>에 도착했다. 그는 10년과 그 조금 전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의 모든 것을 반대 순서로 끝마치고 있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던 이야기를.

그 이상 말할 것이 없어진 레이븐은 입을 다물었다.

에스텔은 들은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듯, 잠자코 있었다.

"...길어졌지만, 그런 거니까 아가씨에게 그런 짓을 한 거야. 사과한다고 해도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만, 미안한 짓을 해버렸네"

침묵이 서먹해져 레이븐이 말했다. 그리고 바닥에 주저 앉고서 머리를 땅에 대고 바닥에 엎드려 앉았다. 달리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서 레이븐은 에스텔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침묵은 계속 됐다.

잠시동안 기다렸지만 마침내 고개를 든다. 깜짝 놀랐다.

에스텔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레이븐은 당황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 아가씨...?"

하지만 에스텔은 울기만 할 뿐이었다. 좀 있다가 말했다.

"괴로웠겠지요..."

에스텔은 레이븐 앞에 서서, 살짝 그 머리를 안았다. 레이븐은 머리가 새하얗게 됐다.

"아...!"
"저, 자신이 세계에 해를 끼치는 존재라고 들었을 때, 무척 충격이었어요. 하지만 유리네가 있어준 덕분에 일어설 수 있었어요. 당신도 분명 괴로운 상황에서, 혼자서 맞서지 않으면 안 되었군요..."

눈물이 레이븐의 뺨에 떨어져, 주룩주룩 흘렀다.

"하지만 지금은 저희들이, 저희들 모두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목소리는 눈물에 막혀 말이 되지 않았다. 

레이븐은 답답한 기분이었다. 이래서야 마치 위치가 반대이지 않은가. 자신의 반 정도의 연령인 아이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니.

자신이 작은 소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울상을 지으면서 어머니에게 위로를 받고 있는 소년으로.

10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레이븐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는 꾸중을 들은 거지만.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그는, 10년 전과는 다를 것이었다.

레이븐은 천천히 에스텔에서 몸을 떨어트렸다.

"고마워, 아가씨. 하지만 이런 아저씨를 위해서, 그런 눈물은 아까워. 더욱 소중한 상대를 위해서 가지고 있어야지"
"레이븐..."
"게다가 동정해주는 건 기쁘지만, 그래도 역시 해온 것에 대한 벌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알겠습니다"

갑자기 에스텔의 표정에 의연함이 돌아왔다.

"그럼 모두와 같은 걸 하게 해주세요"

말하기가 무섭게 레이븐이 자세를 취하는 것보다 빠르게, 에스텔은 레이븐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이걸로 끝. 괜찮겠죠"

방긋 웃는다.

레이븐은 눈을 깜빡였다.

ㅡㅡ강해졌구나. 저 주위에 휘둘려지고, 자기 자신에게도 휘둘려지기만 했던 소녀가ㅡㅡ그 밑 빠진 포용력에, 레이븐은 압도당했다.

지켜야만 해.

느닷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이것은 지킬만 하다,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이 몸을 바칠만한 것이다. 

이치가 아닌, 좀 더 단순하고 솔직한 감각. 이러쿵저러쿵 말할 필요도 없다.

박티온 지하에서 짧은 시간동안 그를 덮쳤던 감각 속에서도, 그 단서는 있었다.

그 순간, 그 감각은 에스텔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통해서 넓어지는 것을 레이븐은 느꼈다. 그 앞에는 동료들이 있었다. 바꿀 수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서 그 앞으로, 그리고 더욱 그 바깥으로 끝없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모든 것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거다. 이 모든 것이 그래.

감각이 하나의 모습을 형성하는 것을 레이븐은 인정했다.

진정한 기사.

그런가.

어지러운 감각 속에서 레이븐은 생각했다.

그런 거였나.

"레이븐?"

에스텔의 목소리가 레이븐을 현실로 끌어 올렸다. 걱정하듯이 이쪽을 보며 말하고 있다.

"응, 아아, 괜찮아, 괜찮아"

시간으로 하면 정말 1초 정도였을지도 모른다. 그 멍한 경지에서 돌아와서, 조금 유감스러운 기분도 들었지만 감각은 확실히 남아 있었다

"그럼, 완전히 오래 있었고, 리탓치에게 발견 당해서 쩔쩔매기 전에 슬슬 돌아갈게"

일어선 레이븐에게 에스텔이 슬쩍 손을 내밀었다.

"?"
"이후로도 잘 부탁한다는 의미예요"

레이븐은 겁내지 않고 확실히 그 손을 잡았다.

"그럼"
"네"

왔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확실한 발걸음으로 레이븐은 방을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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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공주 겁나 맛잇다 커플로서 말고 콤비로서

 

베스페리아 스토리 한바꾸 돌고 싶다 그럴 기운 없지만

 

Posted by 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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