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녀의 바람과 달의 기도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던, 황가에 소속된 한 명의 공주.

선대 황제의 얼굴을 보지 못한지 오래 됐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을 무렵, 제도의 성에 있었다.

황위 계승이나 평의회의 후원을 받고 있다느니, 어려운 말에 잔뜩 둘러싸여, 차기 황제를 권하는 목소리와, 그걸 살며시 막으려는 손과, 때때로 곤란한 듯한 미소를 지어주는 비슷한 나잇대의 총명한 황자와의 사이에서, 정신을 차리니 18세가 되어 있었다.

성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성벽 너머를 보는 것을, 그녀에겐 결코 용서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바깥」을 목표로 했던 것은, 소중한 기사 프렌을 구하고 싶었으니까.

그야 자신을 오랫동안 붙잡아 왔던, 성을 감싼 음모는 한 명의 기사를 숨기고서 죽이는 일 따위, 분명 간단할 테니까. 그러니까 기사의 친구라고 들은ㅡㅡ입도 성격도 삐뚤어졌지만 친절한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알게 된ㅡㅡ장발의 검사에게 「붙잡혀서」, 성 밖으로, 결계 밖으로, 알고 있던 「세계」 밖으로 뛰어들었다.




한 명의 기사의 안위를 바라는 여행은, 이윽고 제도의 평화를 바라며, 나라의 수많은 국민의 행복을 찾는 여행이 되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세계를 좀먹는 저주받은 존재라고 알게 됐을 때에도, 이미 걷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생명을 탓하지 않고, 생명의 의미를 함께 찾아준 동료에게 둘러싸여, 그 눈빛이, 격려가, 위로가,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절망에 빠져, 흐느껴 울 때마다 야단을 쳐주는, 유리의 손이 따뜻했다.

긴 머리 너머로 거칠고 상냥함을 함께 느끼게 해준 상처 입은 검은 새는 언제나 상처 투성이로 그녀를 세계의 모든 것으로부터 지켜주었다.

덧없고 무르고 섬세하고, 하지만 누구보다 강하고 우아하며, 살아가는 것을 알게 된 황녀는 얼굴을 들고, 세계를 위해 기도를 자아낸다.

목숨을 대가로 세계를 구한 일족의 조상을 따르지 않고, 살아서 손을 서로 잡는 기쁨을, 혼에 깃든 커다란 힘으로 만들자고 생각했다.

에스테리제라는 야단스러운 울림이 아니라, 그저 에스텔이라고, 그렇게 불러주는 것에 익숙해진 소녀의 여정은 그 몸의 멸망과 등을 맞댄 판도라의 상자. 

쏟아져 나온 수많은 탄식과 눈물 뒤에, 「동료」라는, 한 방울의 희망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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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어둠을 태우는 하얀 도사 






높은 하늘 아래에서, 영감(ジイジ)은 세계였다. 

전화(戦火)에 태워진 어머니로부터 달을 전부 채우지 못하고서 태어나, 타버린 지면에 던져진 채, 죽음의 온기에 있던 자신을 구해준 사람.

부모도 모르는 자신에게, 두 사람 몫 이상의 애정을 준 사람.

다른 형태로 삶을 얻은 자신과 친구에게, 사람과 천족의 벽을 넘은 우정을 알려준 사람.

오래된 책에 기록된 희망 그대로, 아침놀의 고향을 떠나 여행하는 것을 허락해준 사람.

담뱃대는 굵어진 손가락처럼, 언제까지나 손 안에서 따뜻했다.

아무것도 지우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용서 받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믿었다. 자신을 키워준 세계는, 도사가 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그러니까 바랐다. 

도사가 이룬 바와 같이, 재앙의 시대를 물리치고, 빛나는 시대를 보고 싶다고.




물의 소년은 공포도 두려움도 뛰어 넘고서, 일생 변하지 않는 친구의 맹세를 나누었다.

불의 여신은 전설의 성검으로 권유해, 여행을 선도하고 인도해, 축복(言祝ぎ)을 나누었다.

땅의 소녀는 외면하면서도, 커다란 팔로 안고서, 각오를 나누었다.

바람의 청년은 한 명은 참회를(懺悔(?))를 하며 속죄를 나누고, 다른 한 명은 피에 젖으면서 불굴을 나누었다.

자신을 세계로 인도해준 소녀와, 서로의 본분을 짊어질 동안의 결별을 나누고, 자신의 등을 밀어준 소녀는 목숨을 건 결의의 검을 서로 나누었다.




도사의 숙명은 휘둘리며, 꽂힌 화살도 터지는 화약도 미치지 못하는 신의 힘을, 전쟁에 이용당하는 것을 강요 당했다.

사람을 돕는 힘에 두려움을 갖는 눈이 향해지고, 뒷걸음질 당했다.

공허함을 한탄하는 것도,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도 용서 받지 못하고서, 마음을 단련시키듯이 하며 걸었다.

매마른 사막에서, 물에 잠긴 신전에서, 무력한 자신에 의해 몇 번이고 멈추면서도, 그 몸이 부정에 물들지 않았던 건 동료와 나눈 약속과 머나먼 이즈치의 숲에서 기다리는 크나큰 상냥한 모습이 겹겹이 지켜줬기 때문이엇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길을 살아가라고 말해준, 쉰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큰 인물이 되더라도, 상냥해지라고, 머리를 쓰다듬는 손의 감촉이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재앙의 근원, 모든 부정이 태어나는 장소, 자신의 절망으로 저주에 먹힌 재화의 현주를 향한 정화의 검은, 자신에게 생을 내려준 그 목숨을 꿰뚫는 것.

혼을 꿰뚫는 고통의 너머에서, 그럼에도 사랑으로 넘치는 그 넓고 아름다운 세계를, 빛나는 하양으로 물들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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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으로 봤는데 조또 확대하니 한자 알아보기 힘든 거 실화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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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 귀여운 모자 

 

 

 

 

 

 

 

 

 

 

 

      지금으로부터 20하고도 수 년 전을 거슬러 올라간다. 팔굉사해를 누비며, 드래곤도 웃는 대마법사가 《자그마한 마녀》라고 불리우던 시절. 마길루가 아직 마길라니카라고 불리던 시절의 이야기.

 

 

 

 

 

이 세상에서 생을 부여 받고서 처음 눈을 뜬 그 아침부터 마길라니카의 세계에는 성례와 업마가 보였다. 똑같은 날에 태어난 근처의 아기가 일어섰던 오후, 마길라니카는 혼자서 지붕 위에 올라가 어른도 어려워 하는 책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감수성이 강하고, 유래가 없는 두뇌를 가진 자신의 아이를, 미신을 믿는 부모는 마녀라 부르며 두려워 해, 주변 사람들과 함께 꺼려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밤에ㅡㅡ버렸다.

 

《있을 곳 없는 마길라니카》를 거둔 것은 돈에 눈이 먼 흥행사였다. 사람은 볼 수 없는 《무신》과 대화할 수 있는 소녀는 곡예 천막의 특가품으로서 안성맞춤이었다. 주판을 튕기며 미꾸라지 수염을 흔들었다.

 

"자아 자, 들려보세요, 구경하세요. 세상에 기묘한 삼각 모자. 손을 대면 바람이 불고, 눈을 닫으면 마음이 녹는다. 세상에 신기한 이 아이. 《자그마한 마녀》 마길라니카이옵ㅡ니다!"

 

천막의 명물이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마길라니카였으나 그곳에도 《있을 곳》은 없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호기심과 불안이 섞인 시선에 노출 돼, 지쳐서 돌아가는 것은 헛간 한구석에 깔아놓은 잠자리. 빵 한 조각과 우유로 공복을 채우고서 눈을 감으면 언제나 같은 경치가 눈꺼풀에서 떠올랐다.

 

"아빠, 나중에 새로운 인형을 사줘!"

"그래, 마음에 드는 걸 사줄게."

"그 전에 사고서 얼마 안 지났잖아. 아빠도 참 무르다니까, 정말."

 

ㅡㅡ객석에 흔해 빠진 부모 자식간의 온기.

 

"마녀 무서웠어! 하지만 또 보고 싶어!"

"응, 굉장했지. 나중에 또 같이 오자!"

 

ㅡㅡ상연 후에 흔해 빠진 친구끼리의 약속.

 

 

 

 

 

"좋겠다. 나도 인형, 가지고 싶어...... 친구, 가지고......싶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 알고 있으면서 창문에서 보이는 둥근 달에게 비는 밤의 일이었다.

 

"......눈물 자국이, 아직 마르지 않았네요푸...... 불쌍하게도. 너도 고독하군요푸....."

 

졸던 마길라니카의 귓가에 묘한 말투를 쓰는 자가 나타났다. 실크헷을 깊게 써서 얼굴을 숨기고서 취한 듯한 모습. 등에는 들쭉날쭉한 날개. 짧고 팟 선 꼬리. 노르민 성례 비엔푸는 울어서 부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저도...... 외톨이에요후......"

 

이하는 비엔푸가 새벽까지 계속 말한 슬픈 고백의 하이라이트이다.

 

노르민족의 훈남이라 칭찬 받아, 언제나 미녀들에게 둘러 쌓여서 살아왔던 비엔푸. "저는 누구의 것도 되면 안 된다구요푸"라고, 일 부 러 특정 연인을 만들지 않고, 세상의 여성 전부에게 사랑을 흩뿌리며 살아왔다. 그런 비엔푸가 운명의 상대와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은 여행 도중에 들른 근처 마을 스톤베리였다. 수수하고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밀짚모자가 잘 어울리는 노르민 소녀를 향해, 비엔푸는 언제나 그랬듯이 말을 걸었다. 그러니 그녀는 비엔푸에게 요리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하며 처음 먹었던 《부부즈케》의 맛에 비엔푸는 위장을 잡았다. 이 아이는 다르다. 지금까지 스스로 밥을 만들어준 여자는 없었다. 결혼하자, 내일ㅡㅡ하지만, 그 전에.

 

"부부즈케, 한 그릇 더 부턱할 수 있나요푸?"

 

텅 빈 찻잔을 준 비엔푸를 향해, 그녀가 웃었다.

 

"『부부즈케 어땠나요?』라 말하는 건, 『빨리 돌아가』라는 의미야."

"어...... 사랑하는 제게 손수 만든 요리를 먹이고 싶다는 것이......"

"너, 적당히 좀 해! 이 돼지 원숭이가!"

"제, 제가...... 돼지 원숭이?! 비에~~~~~~~엔!!"

 

첫사랑(?) 상대에게 심하게 차인 비엔푸는 트레이드 마크였던 실크헷에 구멍을 뚫고서 깊게 눌러 쓰고서 얼굴을 숨겼다. 눈물을 흘리며 보는 세계는 어제까지와는 다르게 빛이 바랬고, 회색빛이었다.

 

"하지만 저는 그녀를 지금까지도 사랑하고 있어요푸. 그녀는 『비엔푸는 그 누구의 것이 아니야』라고, 마음을 오니로 만들고서 저를 찬 게 틀림없어요푸...... 저희들의 마음은 이어져 있으니까요푸......"

 

하지만. 

 

"너무나, 고독해요푸...... 저따위...... 저따위......"

 

말하기 지친 비엔푸의 의식이 녹기 시작한 새벽녘, 마길라니카는 자신이 《기묘한 살아있는 인형옷》을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도 버려졌구나......"

 

고독한 소녀는 생각했다. 달이 자신의 바람을 이뤄줬다. 이제 자신은 외톨이가 아니다.

 

"귀여운 모자......"

 

마길라니카는 껴안고서, 다시 잠에 들었다. 그 말에 인 형 옷이 기쁜 눈물을 흘린 것도, 그 말로 두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계약을 나눈 것도, 알 수 없었다.

 

 

 

 

 

그 후, 어떤 사고를 계기로 자유를 손에 넣은 마길라니카는 유례 없는 영응력을 인정 받아, 특등대마사 멜키오르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받아들여졌다.

 

마길라니카 루 메빈.

 

《있을 곳 없는 마길라니카》가 처음 얻은 《성》. 그리고 《스승님》.

 

차기 《도사》의 《그림자》가 되기 위해 마길라니카는 비엔푸와 함께 대마사 수행과 연구를 지새웠다. 얼마나 가혹하고 어려운 상황이어도, 마음이 부러지는 일은 결코 없었다. 누군가가 필요로 해준다는 기쁨이 마길라니카와 비엔푸를 북돋는다. 고독 그 이상의 절망따윈 없다. 여기에는 《있을 곳》이 있다.

 

멜키오르가 내건 이상에 강하게 공감하고서, 마길라니카는 푹 빠졌다.

 

"마길라니카...... 자신의 성장을 멈추는 것을 서약으로 해서 영응력을 높이다니, 금기에 닿을 거예요푸. 너무 위험해요푸."

"시끄럽네, 비엔푸! 인간의 신체 능력은 10대에서 최고치를 맞이하네. 최고의 토대를 유지한 채 술법의 강도를 늘릴 수가 있다면 그건 《이치》와 다르지 않네."

"하지만 대마사이기 전에 마길라니카는 여자아이라구요푸. 말투도 최근 이상해졌고, 인간으로서의 행복도 생각하지 않으면ㅡㅡ"

"나는 하루라도 빨리 《스승님》을 뛰어 넘고 싶네. 이 세계라는 《전부》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나라는 《개인》의 행복ㅡㅡ그것을 위해 내가 금기를 범하는 것조차 《이치》가 되는 것! 자네는 그저 나를 위해서 힘을 빌려주기만 하면 되네. 그것이 《범례》인 자네가 이뤄야 할 《이치》라네!"

"......마길라니카...... 알겠어요푸......" 

 

《이치》는 『첫 친구』를 『도구』로 바꾸었다. 그래도 비엔푸는 힘냈다. 《귀여운 모자》라는 그날의 말이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길라니카의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마지막 시련을 내린다. 어느 지역으로 가서 과거와 결별을 해라. 무사히 돌아왔을 때, 《도사》의 발밑에 새로운 《그림자》가 드리우겠지."

 

멜키오르에 의해 등을 떠밀려, 마길라니카가 향한 곳은 버려진 이후, 단 한 번도 발을 내딛은 적이 없는, 태어난 고향 마을이었다.

 

십 수 년만에 재회한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아이가 돌아온 것을 기뻐하며, 과거의 잘못을 마음속으로부터 빌었다. 공백의 시간을 되돌리려는 듯이 두 사람은 마길라니카를 알고 싶어했다. 마길라니카의 괴로움을 생각하며 울고, 마길라니카의 기쁨에 미소를 꽃피운다. 부친은 마길라니카를 위해 매년 준비했지만 주지 못했던 생일 선물을 산더미처럼 쌓아 올리고, 모친은 자랑하는 손요리를 테이블 위에 다 올리지 못할 정도로 만들었다.

 

넘쳐 흐르는 행복한 광경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마길라니카는 알고 있었다. 곡예 천막에서 일하는 《자그마한 마녀》를 밀고한 냉혹한 부부가, 업마에 의해 먹혀 죽은 것도 알고 있었다. 태어난 마을이 드래곤에 의해 습격 당해 파괴된 것도 알고 있었다. 이것이 멜키오르의 술법으로 만들어진 환상이라는 것도, 마길라니카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길라니카의 눈동자에서 차오르는 눈물은, 흐르며 《이치》를 씻겨 내리고 말았다.

 

 

 

 

 

멜키오르는 마길라니카를 버렸다.

 

 

 

 

 

자신을 필요로 해줬던 《스승님》도, 살아갈 희망도 미래도 잃어버린 소녀의 마음은 깔끔하게 부서졌다. 남아 있던 것은 《귀여운 모자》 뿐이었다. 비엔푸는 『있을 곳 없는 마길라니카』를 데리고서 구 지인인 범례가 살고 있는 남쪽 섬으로 향했다.

 

 

 

 

 

"ㅡㅡ흐응, 여전히 이별 방법이 서툰 남자네. 나 때도 그랬지만 미련이 있는 척 정도는 해주는 것이 여자를 향한 예의인데."

 

비엔푸의 대장편을 다 들은 그리모왈은 창가에 서 있는 마길라니카의 뒷모습을 봤다.

 

"아무래도 좋네......"

 

누구에게 전하는 것도 아닌, 텅 빈 마길라니카가 중얼거린다.

 

"좋지 않다구요푸! 그리모 누님, 부탁이에요푸. 마길라니카가 멜키오르님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말 좀 해주세요푸."

"그런 거 안 하거든......"

"그걸 어떻게 좀 부탁드려요푸."

"내가 아니라 멜키오르 쪽. 너무한 남자라면 상냥하게 위로하고서, 붙지도 떨어지지도 않고서 멋대로 이용할 뿐이지만...... 그 남자는 선인(퓨어)이야. 그렇지, 아가씨."

 

창문을 통해 내리 쬐는 남국의 강한 햇살을 받으며, 마길라니카의 등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린다.

 

"아무래도 좋네."

 

 

 

 

 

마길라니카는 창가에 계속 서 있었다. 며칠 씩이나.

 

"서 있기만 하면 지치니까, 앉아주세요푸."

"아무래도 좋네."

 

마른 입술.

 

"이제 좀 목욕 안 하면 불결해요푸. 냄새 난다구요푸."

"아무래도, 좋네......"

 

시들고, 꺼진 눈.

 

"......부탁이니까 밥을 먹어주세요푸......"

"아......무래도ㅡㅡ"

"ㅡㅡ됐어요푸! 멜키오르님도, 《그림자》도, 아무래도 좋아요푸! 저는, 마길라니카가 살아줬으면 한다구요푸! 그야, 저는...... 저는......!"

"아무래도...... 좋네......"

 

ㅡㅡ나 따위는.

 

그 직후 마길라니카는 쓰러졌다. 쇠약해지고 매마른 몸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는, 너무나도 가벼웠다.

 

 

 

 

 

마길라니카가 침대에서 잠든 것은, 한 달이 지나고였다.

 

그리모왈이 더러워진 몸을 닦는 동안 비엔푸가 죽을 쑤었지만 마길라니카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 밤은 밝고 커다란 보름달이 나왔다. 비엔푸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눈물을 흘렸다.

 

"마긴푸이......!

"가끔씩 들려서 신경 쓰였지만, 그 『마긴푸이』라는 건 뭐니?"

 

뜰에 나온 그리모왈이 물었다.

 

"이건 『아무래도 좋은 것이 아무래도 좋아지는 주문』이에요푸~"

 

그렇게 말하며 비엔푸는 다시 한 번 「마긴푸이」를 외친다.

 

"보세요푸, 이 아무래도 좋아진 얼굴, 보이시나요푸?"

"얼굴이라니...... 넌 모자로 숨기고 있잖니."

"눈은 입처럼 무언가를 말하는 거예요푸. 잘 봐주세요푸."

"......아무래도 좋다기 보단, 꽤나 강한 느낌이 된 것 같은데?"

"그래요푸. 돌변하면 강해질 수 있어요푸. 용기가 솟아 오른다구요푸."

"그러고 보니, 너...... 노르민 브레이브였었지."

"네예요푸! 그러니까 저는 이제부터 숲에 갔다 올게요푸!"

 

 

 

 

 

마길라니카는 침대에서 나와, 다시 창가에 섰다.

 

"늦네...... 바로 돌아온다면서 나갔는데."

 

그리모왈이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특별한 요리에 쓰일 재료라니, 그렇게나 드문 건지......"

 

마길라니카는 입을 다문 채였다. 

 

"오늘은 기념일이라며 의욕 냈지만, 이대로라면 날짜가 바뀌겠네......"

 

마길라니카는 입을 다문 채였다.

 

"뭐, 네게는 아무래도 좋다, 그런 거겠지만."

 

마길라니카는 입을 다문 채, 문을 열고서, 나갔다.

 

 

 

 

 

"비에~~~~~~엔! 소 배드!!"

 

비엔푸의 비명이 열대우림을 떨게 했다. 비엔푸의 눈앞에 있는 것은 흉폭한 업마 베놈 리자드. 뒤에는 무녀의 소복으로 몸을 감싼 아름다운 인간 여성이 있었다.

 

"알겠나요, 아가씨...... 제가 업마를 끌어 들이는 동안 가능한 한 멀리 도망치세요푸!!"

"가, 감사합니다! 아메노치 님!"

"아메노치 님이 아닌데요푸......"

"그럼 어떻게 부르면 되나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전력으로 달리세요푸! 갑니다푸...... 하나 둘!"

 

비엔푸는 무녀의 등을 들이 받치듯 밀고서, 자신은 업마를 향해 돌진한다. 무서운 고함을 지르며 습격하는 업마를, 비엔푸는 아슬아슬하게,,피할 수 없었다!

 

"그오오오오오!" "비에에에!"

 

업마의 몸통 박치기를 받은 비엔푸는 초목을 화려하게 흐트러트리며 굴러간다.

 

"......마, 마긴푸이......!"

 

일어서고서 무녀가 도망친 곳을 곁눈질한다. 상당한 거리는 벌었으나, 아직 업마의 사정 거리 안이다. "이쪽이에요푸......!" 라고 업마를 도발해서, 비엔푸는 달린다.

 

꼬리를 물리고, 날개가 잡해고, 등이 햘켜지고, 엉망진창이 되면서도 비엔푸는 숲을 달리며 빠져 나간다. 아까 전의 무녀는 이미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남은 건 제가 도망칠 길을 찾는 것뿐인데요푸...... 녀석의 의식을 딴 곳으로 돌릴 수가 있다면......"

 

등에서 쫓아오는 업마의 기척이 갑자기 멈췄다.

 

"무슨 일인가요푸......?"

 

돌아보니 업마는 멈춰 서서 비엔푸와는 다른 방향을 향해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건가요푸......비에에에!"

 

그곳에는 달빛에 비춰지는 《마녀》가 있었다.

 

"그르르르......그오오오오오오오!"

 

약해진 인간 소녀 쪽이 편하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업마가 맹렬한 기세로 달려 나간다.

 

"위험해요푸~~~~!"

 

비엔푸는 온 힘을 다해 마길라니카 쪽으로 향한다. 몸을 내민 마길라니카와 업마와의 사이에 뛰어 들ㅡㅡ기 전에.

 

"비에에에?!"

 

그루터기에 걸려, 성대하게 넘어졌다. 데굴데굴 콩! 마길라니카의 눈앞에서 꼴사납게 엎어져서, 정신을 잃었다. 업마가 다가온다.

 

"그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ㅡㅡ업마(자네)따위.

 

"......아무래도 좋네."

 

ㅡㅡ마길라니카따위.

 

"아무래도 좋네......"

 

ㅡㅡ스승님따위.

 

"아무래도 좋네."

 

ㅡㅡ하지만 비엔푸(이 녀석)만은.

 

"마긴푸이!"

 

마길라니카가 낸 성례술이 업마를 한 순간만에 지웠다.

 

 

 

 

 

발밑에 비엔푸의 모자가 굴러가고 있다.

 

모자에서 붉은 버섯이 떨어져 있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기념일에 비엔푸가 마길라니카가 좋아하는 요리를 만든다. 아카다마다케는 이 요리에 빼놓을 수 없는 버섯이었다.

 

마길라니카는 커다란 구멍이 뚫린 기묘한 실크헷을 주워 올려 조용히 바라본다.

 

"여전히 《귀여운 모자》로고......"

 

으응...... 하며 눈을 뜨고서 일어서려고 하는 비엔푸의 머리에, 마길라니카는 모자를 씌우고서 그대로 꼬옥 안았다.

 

 

 

 

 

그 날을 경계로 마길라니카는 기운을 되찾고 있었다. 성례술의 단련과 연구, 방랑 예능인으로서의 화술과 만담 특훈. 

 

"ㅡㅡ놀란 황제 전하가 자신도 모르게 외쳤어요푸...... 이거야 놀랐구왕!"

"어이어이, 거긴 『꺄ㅡ! 앗』지 않은가! 고양이 황제니까......"

""냐앗! 면목없습니다ㅡㅡ""

 

만담 재료를 끝낸 마길라니카와 비엔푸 콤비에게, 그리모왈은 매마른 박수와 앙뉘한 시선을 보냈다.

 

"......졸업이야."

 

모든 수행을 끝내고서 여행을 떠날 날이 왔다.

 

"자아, 갑시다푸, 마길라니까!"

"비엔푸! 누구에게 말을 하는 게야!"

"비엔......?"

"나는 이미 마길라니카가 아니네."

"그럼 여기에 있는 건 누구인가요푸?"

"잘 물었네! 스스로 말하는 것도 기쁘지만, 나야말로 《귀여운 모자》를 휙 뒤집어 쓰고서, 돼지 원숭이도 웃는 대마법사!"

 

그 이름도ㅡㅡ!

 

"마지기기카 미르딘 두 딘 노루룬 두! 줄여서 마길루 누님이라고 기억하게!"

"마, 마길루...... 누님?"

"자 가세, 비엔푸! 그렇게 됐으니 그리모 누님. 이별의 허그라네."

 

그리모왈을 안으려고 양손을 펼쳤으나 마길루는 문득 움직임이 멈춘다.

 

"아니, 그런 건, 안 했었지."

"됐어...... 오늘은 특별히ㅡㅡ"

 

그리모왈이 애제자의 손을 끌어, 껴안는다.

 

"고맙네, 그리모 누님."

"안녕, 마길라니카...... 다녀오렴, 마길루."

"음! 안녕일세!"

 

대마법사 마길루는 용기 백 배, 용기 천 배, 백귀 만 배로 걷는다.

 

"어, 그리모 누님은 함께 안 가는 건가요푸?"

"그런 거 안 하니까......"

"마길루 누님이랑 둘이서, 괜찮을까요푸?"

 

일말의 불안함을 보이는 비엔푸에게, 그리모왈이 말한다.

 

"마길루 외의 여자아이 모두에게 상냥하게 대하렴."

"누님 외에? 어째서인가요푸?"

 

어떻게 해서든. 그리고 말이지ㅡㅡ

 

"어떻게 해도 곤란할 때는 네 《진명》을 말하렴."

"어어, 그거 정말로 도움이 되는 건가요푸? 그야 마길루 누님이 완고하게 제 진명은 《돼지 원숭이》이라고 우긴다구요푸~?"

"그러니까, 그런 거잖니? 아무래도 좋은 그 아이가,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은 것이, 뭘까......그치."

"그건......"

 

 

 

 

 

마녀의 진짜 모습(아무래도 좋지 않은 것)을 보이는 것.

 

 

 

 

 

"구후후...... 역시 그리모 누님이에요푸!"

 

그리모왈은 비엔푸를 오른쪽으로 돌게 해서, "그 아이를 부탁할게"라 하며 등을 톡 밀었다. 모자 성례가 먼저 걷는 마길루의 곁으로 달려간다.

 

"당연하잖니. 나는...... 노르민 해피 어드바이저인걸."

 

 

 

 

 

ㅡㅡ그리고 지금. 마길루와 비엔푸는 벨벳 일행과 함께 식마를 찾기 위해 해적선 반 엘티아 호에서 바다 위를 걷고 있었다.

 

"갸아ㅡ!! 누님?!!"

"무얼 걱정 하지 않아도 되네. 적-당히 사본의 사죄를 하는 것뿐이네♪"

"비에~~~엔!"

 

두 사람의 만담이 원숙미를 더해간다.

 

"당신과 마길루를 보고 있으면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어요. 더 참고서라도 당신과의 계약을 계속 이어야 했던 걸까......하고."

 

엘레노어는 마길루에 의해 심한 꼴을 당하고 있는 비엔푸에게 동정한다. 

 

"하지만 이런 식이 아닌 날도, 있잖아요푸."

"어떤 날인가요?"

"모두는 모르겠지만 진짜 누님은 아름다운 눈물을 흘리는 소녀라구요푸ㅡㅡ"

 

소리를 내지 않고서 두 사람의 뒤에 마녀가 나타난다.

 

"마, 마길루 누님......!"

"마녀 마음에 벌을 주는 손에 힘을 뺀 내가 바보였지. 사람의 개인정보를 흘리는 돼지 원숭이에게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마음을 드래곤으로 만들고서 재교육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먼."

 

수상하게 빛나는 마녀의 눈에 비엔푸는 전율을 느꼈다. 초조한 마음에 그리모왈의 조언(어드바이스)를 떠올린다. 그래ㅡㅡ지금이야말로!

 

"퓌시=커스!"

 

윽ㅡㅡ굳은 표정을 단번에 지우고서 마길루는 미소를 지었다. 

 

"비엔푸여, 오늘 저녁밥은 뭘 바라지? 자네가 좋아하는 걸 뭐든지 만들어 주겠네만?"

"정말인가요푸~? 누님, 고마워요푸~!"

 

설마했던 형세 역전. 사이 좋게 조리장으로 향하는 마녀와 성례 사이에서, 엘레노어는 강한 인연을 느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 두 사람 사이에서만 통하는 신뢰가 있는 것 같네요."

"사람의 수만큼 《방식》이 있다는 거다."

 

아이젠이 파도의 상황을 살피면서,

 

"너는 비엔푸에게 어떤 《진명》을 줬지?"

"......이쥼=하이=리=에쟘......"

"......답군."

 

고대어를 아는 해적은 훗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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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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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카노누시의 가호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또 그 외의 성례의 가호는?

A. 카노누시의 가호는 나름대로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응력을 높인다", "정신을 평온하게 한다"는 2가지가 된다고 생각됩니다(가호가 2개 있는 것은 특수하며, 그렇기에 제물이 2명 필요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가호가 너무 강했기에 "자아를 지운다", "감정의 플러스, 마이너스 양쪽이 사라진다=진정화"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또한 라이피세트가 가진 가호는 그가 카노누시의 일부이기에 효과는 약하지만 카노누시와 같은 겁니다. 하지만 서약을 걸어 마오테라스가 된 것으로 그의 가호는 부정을 리셋하는 "정화의 불꽃"이라는 특수한 힘으로 변질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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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 욥욥

Posted by 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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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다: 자, 시작했다고! 『마길루 서커스단 특별 공연 나불나불 말하지 않겠나이트』 다시 말해 『자비다의 남자는 나불나불 말하지 않는다Z』!! 오늘밤은 고민하는 성례(어린 양)의 고민을 내가 해결해주마! 자빈프이!

라이피세트: 마길루의 사회보다 들어가기 힘드네......

자비다: 핫하ㅡ! 고민이 뭐냐?

라이피세트: 저...... 나, 실은...... 연상 여성을 잘 몰라서......

자비다 : 사랑의 고민인가! 맡겨두라고, 여기서만 말하지만 내 진명은 『백전 연마 절대 필승 연애 성공의 자비다』라고. 네 얼굴을 보면 딱 알지. 넌 사랑을 하고 있어. 상대는...... 벨벳이로구만! 그런 강한 타입은 말이지, 실은 밀어 붙이기에 약해. 『콱, 꼬옥, 츄!』로 끝이야.

라이피세트: 어...... 츄, 츄라니......! 그, 그런 게 아니야!

자비다: 뭐야, 좀 더 앞선 이야기냐?

라이피세트: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내, 내가 듣고 싶었던 건 연상 여성이 연하 남성을 어떻게 보느냐......

자비다: 하하하! 그런 거 고민할 필요도 없지. 너랑 벨벳은 겨우 9살 차이잖아? 그런 건 차이의 축에도 못 들어가.

라이피세트: 어, 그래도...... 나는 아이 취급 당하는데......

자비다: 나랑 테오도라는 400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있다고. 그 녀석이 1000살이고 내가 600살...... 어때, 아직도 연령 차이가 신경 쓰이냐?

라이피세트: 아니...... 들어가기 힘들었지만, 마길루의 방송과는 다르게 엄청 도움이 됐어. 고마워, 자비다.

자비다: 그렇지? 다음 회는 1000년 후다! 자비다의 남자는 나불나불 말하지 않는다ㅡㅡ

라이피세트, 자비다: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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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tov.b-ch.com/blog/tov/archives/1422

 

아카이브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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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의 시나리오 팀, 바바 츠네카즈(馬場 常和)라 합니다.


이번에는 또 다시, 주인공 파티를 시작으로 많은 등장인물이 본편에서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어쨌든 히로인인 에스텔에게는(좋은 의미로) 고생해습니다.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내버려둘 수 없는, 헌신적인 정신으로 가득 찬 에스텔.

나였다면 분명 이런 식으로 행동했을 거야! 라고 극중의 에스텔의 행동에 투영했던 결과, 처음에는 「짜증난다」라던가 「성가시다」 등, 개발진으로부터 매우 악평이.

제 인격, 싸그리 부정된 겁니까?! (주: 물론 그렇진 않음)


마치 자신의 행동을 고치듯이, 어쨌든 호감도가 올라갈 수 있도록, 괴로워하면서 고쳐 쓰고 또 고쳐쓰면서 쌓아 올렸습니다. 

그리고 길게 이어진 출산의 고통을 받은 보람이 있어,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히로인다운 아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 이상으로 후지시마 선생님의 디자인, 목소리를 담당해주신 나카하라 마이 씨, 연출과 모션을 담당한 사내 스태프의 노력 덕분에, 너무나도 매력 넘치는 아이로 성장해줬습니다.

이런 식으로 태어난 에스텔의 미소와 눈물을 조금만 있으면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주인공인 유리, 래피드, 카롤, 리타 등 파티 멤버도 멋진 캐릭터로 만들어져 있기에, 기대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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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어지간히도 까였나 보네

Posted by 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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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famitsu.com/blog/jamzy/2008/11/tov_030.htm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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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 특집
【코어 제조인】 제30회 
~슬슬 해도 괜찮겠지? 에스텔의 뒷이야기~

【코멘트 모집!】
남코・테일즈 스튜디오 바바(馬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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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나리오반, 남코・테일즈 스튜디오의 바바입니다.
저도 마침내 잼 할아버지(ジャム爺) 블로그에서 적게 되는... 
아니, 적을 날이 오고 말았습니다(웃음).

이번엔 모르는 척(カマトト)한다고 들어도, 시치미를 떼는 것인지
천연인 건지 진짜로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런 공주님, 에스텔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공식 블로그에도 첫 번째에, 역시 에스텔에 대한 것을 적었기에
그걸 알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너 얼마나 에스텔을 좋아하는 거야!」라고 
태클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야 그런 역할인데다가 저에게도 애착은 있으니까요.

그럼 히로인임에도 불구하고 개발 초기에는
짜증난다, 귀찮다고 악평이었던, 불운한 애였기에
내가 사랑해줘야만(←쓸데없는 참견) 이라고 깊게 맹세했습니다.



대개 시나리오를 짜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성격이라는 것은 때때로 변화하지만,
에스텔은 초기부터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굽히는 것이 싫은, 「모두를 지키고 싶어!」 와 같은 
신념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에스텔은 아마 찬반양론이 뚜렷하겠죠...

시나리오반 안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냉정한 판단을 하고서 움직이는 유리를
기세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아이여야만! 이라는 걸로,
결국 이 퍼스널리티 그대로 시나리오가 결정!

어쨌든 이것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캐릭터 디자인 쪽으로, 모션에서, 목소리 연기에서
귀엽게 만드는 걸로 결정이 돼서

캐릭터 디자인 담당인 후지시마(藤島) 선생님께서 힘내주셨습니다.
사내 모션 반도 힘내주셨습니다. 
성우인 나카하라 마이(中原麻衣) 씨도 힘내주셨습니다.

이 얼마나 타력본원(他力本願)인가, 마음속에서 다짐한 것은 그런 거였나(웃음).

실제로 완성되고서, 
세세한 행동과 「~예요(です)?」라는 말투, 
에스텔, 의외로 나쁘지 않잖아!
라며 기뻐하는 자신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어디에서인가 너희들의 힘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어쩐지 이 이야기, 자신의 목을 죄고 있네요.
위험하네요, 히구치(樋口)P랑 내일 만나기 싫어지네요(웃음



귀여우면 뭐든지 용서 받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에, 어떤 의미로는 괜찮습니다(웃음).
하지만 그런 부분이 에스텔을 에스텔답게 하는
사랑스러운 한 부분입니다, 아니 정말로.


그러고 보니 에스텔이 블라스티아 없이 마술을 사용할 수 있는 이야기,
처음엔 에스텔 안에 마도서가 들어가 있다는 설정도 있었습니다.
이미지로서는 눈 위에 마도서의 문자가 띄어져 있어서,
그것이 흐물흐물하며 빛의 실처럼 나오는 느낌입니다.

채택이 안 된 건... 
아마 순수하게 그런 상태는 기분 나쁘니까겠죠.


마지막으로 에스텔의 본명의 의미를.
휴라세인은 왕가에서 이어지는 이름이며 「감시자」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들이 블라스티아를 감시하는 역할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국의 문장에도 「감시」를 상징하는 눈이 들어가 있죠.

「시데스」는 「철」이라는 의미입니다. 
「시데스」는 여성명사이지만, 황제는 남성성을 지닌 역할이기 때문에,
황제가 될 때는 「시데로스」라고 남성명사화 됩니다.


만약 요델이 수 년 후에 급사해서(재수없는 말을!)
에스텔이 그 뒤를 이어서 황제가 된다면
에스텔은 「시데로스 ○세」가 됩니다. 
(요델은 아르기로스・휴라세인.

같은 법칙으로 가면 아르기스 세가 될 예정입니다.)

엄청 아무래도 좋은 제국 뒷설정이었습니다.。
히죽 웃어 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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롸 

Posted by 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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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만월]



(죽여야 해...) 

에스텔은 눈을 떴다. 언제부터인가 알렉세이는 사라졌다. 
에스텔은 검을 고쳐 들고서 동료들을 향해 들이댔다. 

"에스텔, 너" 

유리가 천천히 다가온다. 

"지금... 편하게 해줄게" 

유리의 검이 반짝인다. 공포는 없다. 내려쳐지는 검을 방패로 받고서 반격을 하려고 하던 때였다. 

"보라고, 이거" 

유리의 손바닥이 내밀어졌다. 

"! 이...건..." 

거기에 있던 것은 만타이크 사막에서 맡겼던 브로치였다. 

(어머님의... 유품(形見)...) 

브로치를 착용한 어머니의 상냥한 미소가, 에스텔의 가슴에서 떠오른다. 자그마한 에스텔이 장식인 블라스티아보다 훨씬 가지고 싶다고 바라던 브로치ㅡㅡ. 

꽃을 형상화한 그것은 아름답게 빛나며, 사랑하는 딸에게 속삭이는 걸로 보인다. 

"?!" 

얼굴을 든 순간, 지금까지 덮여져 있던 감각이 한 번에 돌아왔다. 밀려오는 바람 소리, 동료들의 말ㅡㅡ. 

"에스텔, 이제 너를 조종하는 녀석은, 없어" 

한 마디, 한 마디, 곱씹듯이 유리가 전한다. 

"남은 건 네가 자신을 되찾는 것뿐이야" 
"아... 유...리..." 

에스텔이 약하게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넘쳐서 뺨에 전해진다. 

"...저...는... 모...두를 다치게 해요... 안 돼... 함께... 는 있을... 수 없어..." 

그래도 유리는 참을성 있게 에스텔의 눈동자를 들여다 본다. 

"너, 내게 죽여달라고 말했었지. 하지만 정말로 그게 네 바람이냐? 다르잖아? 돌아오라고. 에스텔!" 

(실은... 내 진짜 마음은...) 

에스텔의 손에서 검이 스르륵 떨어졌다. 

"저... 저는..." 

넘치는 감정으로, 입술이 떨린다. 

"저는 아직 사람으로서 살고 싶어요!!" 

불어오는 에아르를 돌풍이 붙잡는다. 바람이 지나가고, 그 후에는 푸른 하늘과 정적이 찾아왔다. 

"앗?!" 

갑자기 에스텔은 또 다시 구체에 구속된다. 구체는 붉고, 이상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시스템이?!" 

리타가 외친다. 주디스는, 

"알렉세이의 검이 가장 중요했던(要) 거야" 

라고, 구체를 조용히 바라봤다. 에스텔은 눈을 꼭 감고서 억제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안 돼.. 이젠 멈출 수 없어... 모두들 도망쳐요!" 
"동료를 믿어! 『브레이브 베스페리아』는 할 때는 한다고!" 

유리가 데인노모스를 높게 들었다. 눈부신 빛이 작렬했다. 
자유롭게 된 에스텔의 몸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유리가 확실하게 안고, 둘은 그대로 쓰러졌다. 

"...어서와" 

유리의 가슴에서 에스텔은 웃었다.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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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의 가면]




하지만 알렉세이는 이미 이 자리에 용무가 끝난 건지 모습을 감췄다. 베려고 했던 유리의 검이 허무하게 허공을 벤다.

그리고 에스텔의 자아는 돌아오지 않는다. 알렉세이는 이대로 그에게 동료를 죽이도록 명령하고 있었다.

아까보다 더욱 검을 잡은 힘이 늘어난 에스텔의 공격에, 동료들은 압도 당했다.

여기에 도달하기 전, 유리는 최악의 경우, 에스텔을 그 손으로 죽이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 각오를 정했다. 레이븐을 포함한 동료들은 그렇게 하지 않도록 힘을 합치자고 맹세했다. 그런데.

악몽의 재래를 예감한 레이븐은 전율했다. 마음속에서부터 기적을 바란다. 필요하다면 이 목숨을 주겠다, 부탁한다, 지옥을 보는 건 한 번으로 족해ㅡㅡ.

검을 마주하면서 필사적으로 외치는 유리의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에 섞여서 미미한ㅡㅡ이건?

"으... 아..."

레이븐은 놀랐다.

에스텔의 표정에 변화는 없다. 하지만 그 입에서 아까까지는 없었던 희미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거기에는 고통과 슬픔의 울림이 있었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암시의 효과가 희미해진 걸까? 유리도 깨달은 것 같다. 지금이라는 듯 호소한다.

"죽이는 것이 구하는 것이 된다면 해도 돼. 하지만 정말로 그게 네 바람이냐? 다르잖아? 돌아오라고. 에스텔!"

에스텔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확실하게 그 안에서는 격렬한 갈등이 싸우고 있다.

"너는 그대로, 도구로서 죽을 생각이냐고?!"

그래, 아가씨, 사람으로서 사는 거야, 너는 인간, 우리들의 동료란다ㅡㅡ.

안개가 낀 듯한 에스텔의 눈동자에 빛이 비쳤다.

"저... 저는... 저는 아직 사람으로서 살고 싶어요!!" 

그 순간 에스텔의 안과 밖에서 그를 묶는 사슬이 소리를 내며 튀었다.





그 후, 일어난 일은 레이븐에게 있어서는 이미 사소한 일이었다.

의식을 되찾았지만 에스텔의 힘은 제어를 잃고서, 위험한 폭주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유리 일행은 겁내지 않고서 힘을 합쳐, 그것을 봉쇄한 것이었다. 

편한 건 아니었지만, 방황은 없었다.

거기에는 각오와 신뢰의 인연이 있었다. 그리고 레이븐은 그 일부였다.

알렉세이의 계획은 최종국면에 도달해, <제국>을 뒤흔드는 위기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간 듯하다. 하지만 유리에게 안겨진 에스텔의 모습에, 레이븐은 마음속으로부터 안도와 기쁨을 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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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이랑게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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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만월]



"ㅡㅡ오, 발견" 

그 목소리에 에스텔은 고개를 들었다. 레이븐이었다. 

"모두가 걱정, 하는 모양이야" 
"죄송해요... 저..." 

(일부러 찾으러 와주신 거군요...) 

잘 모르는 마을을 목적지도 없이 달려와버렸다. 주변에는 민가도 없다. 그저 낡은 블라스티아의 컨테이너의 산이 이곳에도 있었다. 

"뭐, 어쩔 수 없겠지. 죽는다고 들으면 아저씨여도 상처 받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레이븐은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손바닥에 담기는 크기의 구체를 하나 꺼냈다. 유리인 걸까, 파랗게 비치고 있다. 

"...?" 
"이거 말이지, 아파테이아를 부순 가루로 만들었대" 
"아파테이아... 어째서 그런 걸" 

가지고 있는 거예요, 라고 물으려고 했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구체에서 빛이 흘러 나왔다. 

"윽?!" 
"미안해, 아가씨" 

레이븐의 목소리가 멀어진다. 

그것 뿐, 아무것도 알 수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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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의 가면]



밖에 나오니 크리티아족의 거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예전에 봤던 템자의 (      )한 듯한 광경. 속세를 떠난 그 광경이 지금은 오히려 레이븐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모래와 피와 붉은 꽃.

기억 속에서 깊게 얽혀있으면서, 그것은 너무나도 동떨어진 광경이었다.

묠조에 있는 크리티아족은 지상과의 관계를 끊은 채, 물 속인가 꿈 속에 있는 듯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거리 한 구석에서 레이븐은 에스텔을 발견했다. 수도와 크게 떨어진 <제국>의 공주는 아래에 펼쳐진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이다. 레이븐은 뱃속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표정에는 결코 드러내지 않았다.

"아가씨, 잠깐 괜찮을까?"

얼굴을 올린 에스텔은 망설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븐은 조용히 그녀를 선도(先導)했다.

블라스티아를 발명한 고대 문명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면서, 그것이 원인이 되어 재난을 초래하고 만 크리티아 족은 천 년도 전부터 블라스티아를 포기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거리 곳곳에, 오래된 유물이 중추부에 있는 코어를 꺼내져, 단순한 잡동사니가 되어 오랫동안 굴러다니고 있었다.

레이븐은 그런 잡동사니의 산에서 미리 찾아냈던 모퉁이로 에스텔을 데리고 갔다.

뒤틀린 어린아이의 집 같은 형태를 한 물체 앞에서 두 사람은 멈췄다.

키네스 블라스티아.

역시 머나먼 옛날에 코어가 빠진 채, 유구한 세월 사이에 침묵을 지켜온 장치.

하지만 명령과 함께 알렉세이는 필요한 도구를 빌려줬다. 이것과 에스텔의 능력을 병용하면 그들은 순간적으로 있어야 할 장소로 옮겨질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에스텔의 의식을 빼앗아야 한다.

등에서 불쾌한 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레이븐은 입술을 깨물었다.

"레이븐...?"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서 에스텔이 묻는다.

순간, 마음에 떠오른, 35년 분량의 많은 생각을, 레이븐은 지웠다

품에서 손바닥 크기의 결정체를 꺼낸다.

알렉세이에 의해 블라스티아로서 조정 처리된ㅡㅡ아파테이아.

"아가씨, 미안해"

빛이 넓어지는 가운데, 가냘프고 슬픈 듯한 목소리를 들은 기분이 들었다.

레이븐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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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다 그리고 단어 빠진 건 미래의 내가 채워주겠지 아마

Posted by 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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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테일즈 오브 2019. 11. 29. 02:45


[게임]



레이븐 "뭐라고 할까... 죽어 있었으니까, 나는. 지금 허둥대면서 떠올리는 중이야. 일단 알렉세이와는 결판을 짓는다고 치고. 그 뒤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련다."
유리 "그걸로 괜찮지 않아?"
레이븐 "결판이라 하니 말이야, 에스텔 아가씨에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설명했어. 그랬더니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유리 "?"
레이븐 "사정은 알겠으니 모두랑 같은 걸 하게 해달라, 라고 말하는 거야."
레이븐 "그래서 머리를 한 번 콩, 그걸로 끝."
유리 "하하, 그 녀석 답네."
레이븐 "......조금, 잘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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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만월]



에필로그

자신만이 좁은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을 자신이 깨달은 것은 언제적일까.

동료들도 각자 짊어지고 있는 것이 있고, 여행 도중에 그것은 점점 밝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리광을 부리기만 하는 자신은, 이 얼마나 어린아이였느냐고 생각한다.

레이븐이 사정을 말해주고서 카디스 블라스티아를 보여줬을 때도 똑같은 것을 느꼈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블라스티아를 의지해서 살아온 나날은 상상할 수 없는 불안감을 가지고 온 것이 분명하다. 혹시 자신이 레이븐이었어도 자신은 그와 같은 것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분명 죄의 무게와 자신의 목숨을 바꾸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레이븐은 강했다. 한 번 더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결의를 하고서 내가 있는 곳으로 와줬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결심했다. 자신의 의지로 레이븐을 믿어보겠다고ㅡㅡ.

사과하는 그에게, 나는 화가 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전하고서 이후에도 함께 싸워달라고 부탁했다.

알렉세이에게 잡혀 있던 때에 일어난 일은 리타가 말해줬다.

그 누구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고.

그러니까 나도 유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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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의 가면]



"...아가씨?"

잔뜩 헤맨 끝에 나온 말은 보람이 없는 것이었다.

넓은 성 안을 잔뜩 찾아다녀도 보이지 않았던 에스텔은, 그 어디도 아닌, 자신의 방에 있었다. 사실상 감금과 같았던 방이었지만, 그런 건 에스텔에겐 그다지 관계 없는 모양이다. 답다고 하면 다운 이야기였다.

문 앞에서 말을 걸고서, 기다린 것이 몇 초. 1초가 지날 때마다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강해진다.

"...네"

목소리에 조금 망설임ㅡㅡ뭘까. 무서움? 경계?ㅡㅡ이 들어가 있다. 무리도 아니다.

레이븐은 한 발자국 물러서고서, 방에 들어갈 의지가 없는 것을 보였다.

"저기ㅡ 어, 잠시 대화할 시간을 줄 수 없을까. 길게는 하지 않을 테니까"

뭐라 말할 수 없는 말투 밖에 못하고서, 레이븐은 어색해졌다. 뭔가가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더 좋은 말이 있어도 괜찮은 것 같았다.

"알겠어요. 들어오세요"

의외로 에스텔은 문에서 떨어져, 안쪽을 가리켰다.

"어, 아니, 여기도 괜찮은데..."
"서서 말하는 것도 좀 그러니까요. 게다가 리타가 나중에 오기로 했거든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은 안으로 들어갔다.

에스텔의 생각을 의아해하며 레이븐은 뒤를 따랐다. 슈반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

황제 가문의 공주 에스테리제의 방은, 역시 만듦새가 다른 방과는 조금 달랐다. 

융단도 그렇고 벽과 천장을 덮는 장식도 그렇고, 또 가구류도 그렇고, 기사단장의 집무실도 이것에 비하면 검소할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철저히 여성스럽다.

물론 책상 위에는 신구의 다양한 서적이 쌓여있어, 약간 엉뚱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거기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으니 에스텔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묠조의 건, 말인가요?"

레이븐은 입을 다물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결정한 것이 있었다. 어쨌든 변명은 하지 않는다, 는 것.

자신이 해온 것은 어떻게 둘러대도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에 따라서는 나쁜 기억을 강요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용서를 빌지 않고서 끝낼 수도 없다. 고민 끝에 어쨌든 사과한다. 그리고서 어떤 것을 요구 당한다고 해도 받아들인다. 그렇게 생각하고서 왔다.

"아가ㅡㅡ"
"사정을 말해주세요"

막는 듯이 에스텔이 말했다.

"레이븐은 이유도 없이 그런 걸 할 사람이 아니에요"

딱 잘라 말해져서, 레이븐은 눈을 희번덕거렸다. 본인이 상대에게 말하는 것인가? 게다가 그 누구도 아닌 그 피해자가ㅡㅡ

레이븐의 생각과 함께 에스텔은 계속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때의 레이븐의 눈은 무서웠어요. 하지만 박티온에서의 얼굴은 무척 슬퍼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분명 여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레이븐은 마른 입술을 핥았다.

"이유가... 이유가 있으면 뭘 하든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건...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알고 싶어요. 그리고 레이븐이 정말로 나쁜 사람이라면 지금도 여기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가씨!"

자신도 모르게 나온 외침에, 에스텔이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레이븐은 허둥대며 양손을 흔들었다.

"아, 아니, 뭐라고 할까 저기, 그렇게 간단하게 사람을 믿으면 안 된다고..."
"어째서인가요?"

레이븐은 말문이 막혔다. 그런 식으로 근본적인 반격을 당해서는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에스텔의 근저에는 우선 레이븐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이다. 거기가 출발점. 그러니가 거기에 위배되는 행위가 있으면,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용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어떤 요구라도 받아들이겠다고 정하고서 온 것이었다. 레이븐은 답할 의무가 있었다.

레이븐은 한숨을 쉬었다.

슈반으로서든, 레이븐으로서든, 해온 모든 것이 자신이라는 인간이 한 행위인 것이다. 어떻게 설명하면, 어디서부터 설명하면 좋을까?

어쨌든 묠조에서 한 행위의 목적부터 설명해 봤다. 에스텔의 힘에 주목한 알렉세이의 명령으로, 신병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에스텔은 거기에도 파고 들었다.

"어째서인가요?"

레이븐은 그 명령에 따른 배경을 설명했다. 그 주변에 관련되는 것도 다소 설명했다. 하지만 에스텔은 납득하지 않는다.

"어째서인가요?"

뭔가를 설명할 때마다 그 질문이 터졌다. 레이븐은 원인의 원인, 더욱이 그 원인, 하며 점점 올라가며 설명했다.

정신을 차리니 이야기는 <인마전쟁>에 도착했다. 그는 10년과 그 조금 전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의 모든 것을 반대 순서로 끝마치고 있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던 이야기를.

그 이상 말할 것이 없어진 레이븐은 입을 다물었다.

에스텔은 들은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듯, 잠자코 있었다.

"...길어졌지만, 그런 거니까 아가씨에게 그런 짓을 한 거야. 사과한다고 해도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만, 미안한 짓을 해버렸네"

침묵이 서먹해져 레이븐이 말했다. 그리고 바닥에 주저 앉고서 머리를 땅에 대고 바닥에 엎드려 앉았다. 달리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서 레이븐은 에스텔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침묵은 계속 됐다.

잠시동안 기다렸지만 마침내 고개를 든다. 깜짝 놀랐다.

에스텔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레이븐은 당황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 아가씨...?"

하지만 에스텔은 울기만 할 뿐이었다. 좀 있다가 말했다.

"괴로웠겠지요..."

에스텔은 레이븐 앞에 서서, 살짝 그 머리를 안았다. 레이븐은 머리가 새하얗게 됐다.

"아...!"
"저, 자신이 세계에 해를 끼치는 존재라고 들었을 때, 무척 충격이었어요. 하지만 유리네가 있어준 덕분에 일어설 수 있었어요. 당신도 분명 괴로운 상황에서, 혼자서 맞서지 않으면 안 되었군요..."

눈물이 레이븐의 뺨에 떨어져, 주룩주룩 흘렀다.

"하지만 지금은 저희들이, 저희들 모두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목소리는 눈물에 막혀 말이 되지 않았다. 

레이븐은 답답한 기분이었다. 이래서야 마치 위치가 반대이지 않은가. 자신의 반 정도의 연령인 아이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니.

자신이 작은 소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울상을 지으면서 어머니에게 위로를 받고 있는 소년으로.

10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레이븐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는 꾸중을 들은 거지만.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그는, 10년 전과는 다를 것이었다.

레이븐은 천천히 에스텔에서 몸을 떨어트렸다.

"고마워, 아가씨. 하지만 이런 아저씨를 위해서, 그런 눈물은 아까워. 더욱 소중한 상대를 위해서 가지고 있어야지"
"레이븐..."
"게다가 동정해주는 건 기쁘지만, 그래도 역시 해온 것에 대한 벌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알겠습니다"

갑자기 에스텔의 표정에 의연함이 돌아왔다.

"그럼 모두와 같은 걸 하게 해주세요"

말하기가 무섭게 레이븐이 자세를 취하는 것보다 빠르게, 에스텔은 레이븐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이걸로 끝. 괜찮겠죠"

방긋 웃는다.

레이븐은 눈을 깜빡였다.

ㅡㅡ강해졌구나. 저 주위에 휘둘려지고, 자기 자신에게도 휘둘려지기만 했던 소녀가ㅡㅡ그 밑 빠진 포용력에, 레이븐은 압도당했다.

지켜야만 해.

느닷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이것은 지킬만 하다,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이 몸을 바칠만한 것이다. 

이치가 아닌, 좀 더 단순하고 솔직한 감각. 이러쿵저러쿵 말할 필요도 없다.

박티온 지하에서 짧은 시간동안 그를 덮쳤던 감각 속에서도, 그 단서는 있었다.

그 순간, 그 감각은 에스텔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통해서 넓어지는 것을 레이븐은 느꼈다. 그 앞에는 동료들이 있었다. 바꿀 수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서 그 앞으로, 그리고 더욱 그 바깥으로 끝없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모든 것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거다. 이 모든 것이 그래.

감각이 하나의 모습을 형성하는 것을 레이븐은 인정했다.

진정한 기사.

그런가.

어지러운 감각 속에서 레이븐은 생각했다.

그런 거였나.

"레이븐?"

에스텔의 목소리가 레이븐을 현실로 끌어 올렸다. 걱정하듯이 이쪽을 보며 말하고 있다.

"응, 아아, 괜찮아, 괜찮아"

시간으로 하면 정말 1초 정도였을지도 모른다. 그 멍한 경지에서 돌아와서, 조금 유감스러운 기분도 들었지만 감각은 확실히 남아 있었다

"그럼, 완전히 오래 있었고, 리탓치에게 발견 당해서 쩔쩔매기 전에 슬슬 돌아갈게"

일어선 레이븐에게 에스텔이 슬쩍 손을 내밀었다.

"?"
"이후로도 잘 부탁한다는 의미예요"

레이븐은 겁내지 않고 확실히 그 손을 잡았다.

"그럼"
"네"

왔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확실한 발걸음으로 레이븐은 방을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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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공주 겁나 맛잇다 커플로서 말고 콤비로서

 

베스페리아 스토리 한바꾸 돌고 싶다 그럴 기운 없지만

 

Posted by 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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