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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es of ARISE』タイトルロゴについて

『Tales of ARISE』タイトルロゴについて 皆さまこんにちは、富澤です。 『Tales of ARISE』を発表してから、あっという間に時が過ぎ、気づけば8月がやってきました。 ARISEの開発チームとも連日の議論やテストプレイを行っており、本作の 作り込みに精を出す夏になりそうです。それらを重ねながら、日々より良いものになってきている事を実感しており、引き続き努力していきたいと思います。 そして! 実は近々、皆さまに新たな情報をお伝えできる次の機会の準備を水面下で進めておりますので、もう少しだ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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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블로그에 어라이즈에 대한 글이 올라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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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토미자와입니다.

『Tales of ARISE』 를 발표하고서, 빠르게 시간이 지나가, 깨닫고 보니 8월이 왔습니다.

ARISE 개발 팀도 연일 토론이나 테스트 플레이를 하고 있으며, 본작의 만듦새에 정성을 쏟는 여름이 될 것 같습니다. 그것들을 겹쳐 올리면서 나날이 좋아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으며, 이어서 노력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실은 조만간 여러분에게 새로운 정보를 전할 수 있는 다음 기회의 준비를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기에,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ARISE의 뒷이야기로서 여러분에게 무엇을 말해드릴까 생각을 했습니다만, 작품을 상징하고 있는 「타이틀 로고」에 대해 약간의 배경을 전하고 싶습니다.



본 작품인 『Tales of ARISE』의 타이틀 결정까지의 경위를 저번 블로그에서도 전해드렸습니다.

그리고 타이틀을 구체적인 「로고」로서 디자인으로 만드는 것도, 실은 무척 다양한 요구 사항과 섬세한 조정을 필요로 하는 창조적인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본 작품의 로고는 그 디자인 방법에서, 지금까지의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작품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아시겠습니까??

 

・・・・・・・

・・・・・・

・・・・

・・



 

이렇게 알기 쉬운 하나는 「평면 디자인」을 의식한 것입니다.

컬러 그라데이션과 엠보싱(요철)을 사용하지 않고, 기본을 흰색의 문자로 간단하게 표현된 로고는, 깔끔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목표로 디자인 되고 있습니다.

 

이 평면 로고 디자인의 트렌드는 최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의 조류(潮流)로서 일반적이게 되고 있는 것입니다.

타이틀 로고가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에 사용되는 것을 가정했을 때의 시인성(視認性)이나 범용성(汎用性) 같은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평평한 디자인에 담은 스타일을 선택한 목적으로는, 색감이나 분위기 등, 게임 자체의 표현이 점점 풍부해 가기에, 거기에 씌어지는 로고 디자인은 더욱 간단한 쪽이 서로를 돋보이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테일즈 오브』의 작품의 커뮤니케이션으로서 「작품의 세계관도 상기시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기도 하라」라는 것으로, 단순히 평평하게 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그 위에 어떻게 작품의 요소를 숨길 것인가, 가 승부처가 됩니다.

 

이번 작품의 로고 디자인 제작은 주식회사 Lovedesign의 오사카베 와타루(越阪部ワタル) 씨가 협력해주셨습니다.

최근이라면 「사라잔마이(さらざんまい)」 등의 이쿠하라 쿠니히코(幾原邦彦) 감독의 애니메이션의 비주얼 디자인을 담당하시는 등, 멀티로 활약하고 계시는 디자이너 분입니다

 

오사카베 씨와 작품 무대나 이야기에 대해 꼼꼼하게 정보 공유를 하면서, 우리들이 목표로 하는 「평평하지만 감정이 있는」 타이틀 로고에 떨어트리는 싸움이 시작 됐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압축하면서, 지금의 디자인의 원형이 만들어졌으면서도 정말로 세세한 밸런스 조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몇 개월에 걸쳐 완성에 이르렀습니다.

예를 들어 「AR」 문자에 거는 호(弧)에서 나오는 입자의 입자감 등, 1밀리 이하 단위의 문자 배치 균형도 상당히 미세하게 조정한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고집이기도 한, 로고 배경의 엠블럼.

이것도 『테일즈 오브』 시리즈에서는 실은 처음으로 배경 투과 표시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실은 이거, 로고를 운용하는 광고 팀에서는 조금 꺼려지는 사양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배경의 정보와의 무결성 등을 신경 써야만 하고, 레이아웃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풍부하게 된 게임 표현과 간단한 타이틀, 그리고 그것들을 잇는 엠블럼, 이런 식으로 정보를 위화감없이 일관성있는 화면으로 레이어드해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생긴 선택이며, 광고 팀에게 머리를 숙이면서,

「스크린샷에 로고를 싣는 것만으로도 그건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야!」

라는 신념 아래, 협력을 부탁했습니다.

 

…이런 느낌으로 로고 하나라도 실은 여러 마음이나 결단이 담긴 것입니다, 라는 것을 이번에는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의 『테일즈 오브』 시리즈 작품의 로고를 다시 봐도 그 시대의 분위기나 당시의 제작자들의 마음이 반영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뀌어가는 시대에 동행하면서도 바뀌지 않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테일즈 오브』 시리즈라면, 로고도 그래야만 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런고로 마지막으로 과거 타이틀 로고를 일거 재생하는 걸로 작별하는 걸로 하죠.

각자의 역사와 추억이, 강하게 살아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염가판이나 이식판을 포함하지 않아도 40작품 이상이나 있는 『테일즈 오브』 시리즈이기에, 총망라는 아니지만...

여러분의 추억이 담긴 타이틀 로고는 있으신가요?

 



『Tales of ARISE』의 로고도 플레이 후에 여러분에게서 다양한 추억을 깃들게 해주시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습니다.

 

 

『Tales of ARISE』 프로듀서 토미자와

 

 

『Tales of ARISE』タイトルロゴについて

『Tales of ARISE』タイトルロゴについて 皆さまこんにちは、富澤です。 『Tales of ARISE』を発表してから、あっという間に時が過ぎ、気づけば8月がやってきました。 ARISEの開発チームとも連日の議論やテストプレイを行っており、本作の 作り込みに精を出す夏になりそうです。それらを重ねながら、日々より良いものになってきている事を実感しており、引き続き努力していきたいと思います。 そして! 実は近々、皆さまに新たな情報をお伝えできる次の機会の準備を水面下で進めておりますので、もう少しだ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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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로고 디자인 마음에 들었기에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던 건 좋았음.

Posted by 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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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어렸을 적에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어떻게 등장인물을 만드는 걸까?
헤어 스타일, 옷의 취향, 키, 눈색,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인품이나 개성을.
연표나 학술서를 읽는 즐거움과 이야기를 읽는 두근거리는 느낌은, 조금 닮았지만 전혀 다른 것이다.
성을 나오고서 자신은 그걸 확실하게 알게 됐다.
지금까지의 나는 말하자면 막힌 물 속에 있던 것과 같은 것.
바깥 세계는 흐르고 있다. 끊임없이 흐르고서, 언제나 평온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다양한 것을 옮겨다 준다.

친구.
그리고, 동료.

쭉 바라던 사람들과, 만났다.
그것은 이야기의 등장인물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지만, 만만치 않고, 즐거운 것.

모든 것이 끝난다면ㅡㅡ, 분명 나는 그림책을 만들 것이다.
아마도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지나갔던 길에, 나도 아주 조금 발자국을 새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자만하는 걸지도 모른다.
기쁨과 슬픔과, 아름다운 것과 흉측한 것.
동료와 함께하는 시간을 알게 됐기 때문에 참을 수 없는 고독이나 어두운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본 태양의 눈부심.
그것을 쓸 때, 내 마음에는 그 사람들이 있겠지.

 

 



3장

하루루의 나무의 숨막히는 듯한 꽃보라.
그리고 에프미드의 언덕에서 바라는, 빛나는 바다ㅡㅡ.
처음 성에서 나온 나의 눈에 비치는 자연은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제국이라는 기관이 올바른 일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마을, 프렌을 따라잡은 그 카푸와· 노르를 적시던 차가운 비마저.

하지만 아무리 웅대하고 아름다워도 자연과 같이 세게에 태어나는 사람의 마음은 다양하다. 아무리 악의의 덩어리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그것을 알지는 못할 것이다.

여행을 나온 것을 스스로 정했다고는 해도 유리가 아랫마을의 아쿠에 블라스티아의 코어를 되찾을 때까지, 나는 그저 그를 따라가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자신의 능력이 사람들의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알게 된 것은 무척 기쁜 일이었다.
책 안에 펼쳐져 있던 세계가 여행을 떠나면 당연한 반응으로서 느껴진 것처럼, 내가 상처를 치유할 때마다, 아픔을 제거할 때마다, 가끔씩은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서 감사인사를 받은 것은 놀라웠던 것과 동시에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有頂天) 생각한다.

제도에서 새장의 새로 있었다면, 몇 중으로 가려진 채, 언제까지고 진실을 알지 못하는 게 틀림없었는데ㅡㅡ.



 

 


4장

[독]
동물이나 식물이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가지는 것.
가끔씩 소유하고 있는 것을 모르게 하기 위해 그럴듯한 외관이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독성학 서적에서는 다양한 동식물의 특징적인 독이 조성식(組成式)과 도판으로서 소개 되어 있었다. 나도 대충 읽고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 자신이었을 줄은!

카롤과 유리가 세운 길드에, 『브레이브 베스페리아(凛々の明星)』라는 이름을 제안한 것은, 그러니까 내 미래를 밝게 비춰줬으면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나라는 독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기척도 없이, 내 의지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목숨을 빼앗는다.

그런 건 용서하지 않는다.

그 날 성에서 나오지 않고서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며 살아 왔다면, 특별하게 즐거운 것도 없는 대신, 이런 괴로움도 맛보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한 번 더 다시 하게 해줘!
적어도 이것이 짧은 꿈이기를ㅡㅡ.
독의 의미를 알게 된 그 때, 나는 그런 식으로 바랐다.



 


5장

지도에 없는 마을, 이라는 표현이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테르카 류미레이스의 대지를 그린 지도에는 없는 마을.
성을 나오고서 넓은 세계를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세계는 훨씬 훨씬 원대하고 심오하다.

옛 시간에는, 옛 마을이.
하늘을 올려다 보면, 그곳을 떠돌아다니는 마을이 있었다.

자신만 없었다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간다, 라는 것은 혹시 작은 세계에서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누군가가 빠져도 그 사람에게 있어서의 세계가 아니게 된다.
시간에도 공간에도, 그리고 마음에도 세계는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난다면ㅡㅡ, 분명 나는 그림책을 만들 것이다.
닳고 닳도록 읽었던 도서실의 그 모험담.
이야기 도중에 사라져버린 소녀, 레밀리아.
그녀를 내 그림책 안에 초대하자.
레밀리아는 자신이 걸을 길을 자신이 정하는, 강하고 상냥한, 그런 등장인물이 되겠지. 



 



에필로그

자신만이 좁은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을 자신이 깨달은 것은 언제적일까.
동료들도 각자 짊어지고 있는 것이 있고, 여행 도중에 그것은 점점 밝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리광을 부리기만 하는 자신은, 이 얼마나 어린아이였느냐고 생각한다.
레이븐이 사정을 말해주고서 카디스 블라스티아를 보여줬을 때도 똑같은 것을 느꼈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블라스티아를 의지해서 살아온 나날은 상상할 수 없는 불안감을 가지고 온 것이 분명하다. 혹시 자신이 레이븐이었어도 자신은 그와 같은 것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분명 죄의 무게와 자신의 목숨을 바꾸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레이븐은 강했다. 한 번 더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결의를 하고서 내가 있는 곳으로 와줬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결심했다. 자신의 의지로 레이븐을 믿어보겠다고ㅡㅡ.
사과하는 그에게, 나는 화가 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전하고서 이후에도 함께 싸워달라고 부탁했다.
알렉세이에게 잡혀 있던 때에 일어난 일은 리타가 말해줬다.
그 누구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고.
그러니까 나도 유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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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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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진짜 주의

 

 

 

 

 

 

 

 

 

 

 

 

 

 

 

- 에스텔 납치 후부터 구출까지.

 

 

 

 


"ㅡㅡ오, 발견"

그 목소리에 에스텔은 고개를 들었다. 레이븐이었다.

"모두가 걱정, 하는 모양이야"
"죄송해요... 저..."

(일부러 찾으러 와주신 거군요...)

잘 모르는 마을을 목적지도 없이 달려와버렸다. 주변에는 민가도 없다. 그저 낡은 블라스티아의 컨테이너의 산이 이곳에도 있었다.

"뭐, 어쩔 수 없겠지. 죽는다고 들으면 아저씨여도 상처 받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레이븐은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손바닥에 담기는 크기의 구체를 하나 꺼냈다. 유리인 걸까, 파랗게 비치고 있다.

"...?"
"이거 말이지, 아파테이아를 부순 가루로 만들었대"
"아파테이아... 어째서 그런 걸"

가지고 있는 거예요, 라고 물으려고 했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구체에서 빛이 흘러 나왔다.

"윽?!"
"미안해, 아가씨"

레이븐의 목소리가 멀어진다.

그것 뿐, 아무것도 알 수 없어졌다.






대체 며칠인 걸까, 에스텔은 무거운 머리로 생각했다.

(유리네랑 묠조로 가서... 그리고...)

장로의 집에서 보고 들은 것이 괴로워서, 혼자서 마을 안을 달렸다.

(레이븐이... 저를 찾아주셔서...)

아파테이아를 부수고서 만들었다고 하는 투명한 구체를 보여준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다.
정신을 차리니 기사단장인 알렉세이가 있었다.

(이 구체... 크기는 다르지만 레이븐이 가지고 있던 거랑 같은 것...? 그렇다면...)






"아앗!"

강렬한 아픔과 충격에 눈을 뜨니, 자신이 구체 안에서 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스텔을 놔줘!"
"역시 박티온 신전에 있었구나!"

흐리게 카롤과 리타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러분... 와주셨군요?!)

구체를 들여다 보니 유리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앞에 서 있는 알렉세이가 손에 든 아파테이아를 높데 들고서 조작하니, 다시 격한 고통이 온다. 동시에 몸안에서 힘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 아아아!!"
"우와악!"

억제할 수 없는 힘은 동료들을 날려버리고, 돌바닥으로 내동댕이 처버린다.

"유리! 여러분! 으... 아..."

에스텔은 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 후부터 아마도 몇 시간이 지났겠지. 확실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유리 일행이 구하러 와줬을 때 레이븐의 모습은 없던 것 같다.

(분명 뭔가 사정이 있던 거겠죠...)

에스텔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구체에서 밖을 들여다 봤다.

여기는 리타가 말하던 박티온이라는 신전 안이겠지. 제단이 보인다.
발밑 근처에는 사슴과 비슷한 거대한 생물이 상처 투성이의 몸을 가누고 있었다. 틀림없이 엔테레케이아겠지, 에스텔은 생각했다.
그러니 부츠 소리가 울렸다. 알렉세이다. 그는 에스텔의 상태를 확인하고서,

"아스탈이여ㅡㅡ 자신을 숭배한 박티온 신전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어떤 기분이 들지?"

라고 상처 입은 거체를 차갑게 내려다 봤다.

(역시 엔테레케이아ㅡㅡ!)

"알렉세이! 어쩜 이렇게 심한 짓을..."

자신도 모르게 에스텔이 말하니, 알렉세이는 코웃음을 쳤다.

"너무하다? 공주, 그건 다릅니다. 헤라클레스가 아스탈을 몰아 붙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굉장했습니다"
"헤라클레스로 엔테레케이아를...?"
"큭큭큭... 설마 고작 길드를 공격하기 위해 이렇게 방대한 물건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때 아스탈이라 불린 엔테레케이아가 말했다.

"네이...놈...인...간..."
"이제 그만해주세요, 알렉세이!"

간청하는 에스텔에게, 알렉세이는 시큰둥한 시선을 보냈다.

"크크크. 이 놈의 괴로움을 지우고 싶다면 당신의 치유술로 이 자를 치유하면 되지 않습니까"
"윽..."

(그런 걸 한다면 베리우스와 같은 신세가 되어버려...!)

"핫핫핫하! 당신은 역시 무력하군. 혼자서는 세계에 해를 끼치는 독 밖에는 되지 않아. 그걸 잘 알겠지요"

이상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알렉세이가 웃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에스텔, 무사하냐!"
"에스텔!"

유리와 카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료들이 어둑한 제단 사이로 뛰어드는 것이 보인다. 리타와 주디스, 그리고 래피드도 함께 있다.

"또 자네들인가. 어디까지고 분스를 모르는 패거리로군"

알렉세이가 시끄러운 듯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유리! 여러분!"

에스텔이 동료를 향해 선을 뻗는다. 리타가 똑같이 손을 뻗는다.

"에스텔, 지금 구해줄게!"
"흥. 네놈들은 공주를 구할 수 없다. 구할 수 있는 건 나뿐"

엷은 미소를 띄우며 알렉세이가 말했다. 유리는,

"웃기지 마!"

라고 고함쳤다.

"흥. 도구는 써야만 그 본분을 다할 수 있는 것이네. 세계의 독도 올바르게 쓴다면 그것은 얻기 힘든 복음이 된다. 그것이 가능한 건 나뿐이네"

손에 든 아바테이아를 슬쩍 유리 일행에게 가리키면서 알렉세이는 에스텔에게 시선을 옮겼다.

"공주, 제게 오십시오. 제가 없다면 당신의 힘은..."

아파테이아가 조작된 순간,

"꺄아아아!"

에스텔이 비명을 질렀다.

"그만해, 알렉세이! 앗!"
"주디스!"

억누르지 못하고서 발동한 힘은 주디르를 스쳐, 아스탈에게 직격한다.

"그... 아"

엔테레케이아가 괴로운 듯이 있다가, 그대로 절명했다.

(그럴수가...!)

"하하하, 뭐가 엔테레케이아인가. 뭐가 세계의 지배자인가. 허망했군"

알렉세이는 웃으면서 아스탈이 변한 모습ㅡㅡ아파테이아ㅡㅡ로 걸어간다.

"생각했던 것보다 작군. 뭐 쓸 데는 얼마든지 있다"
"이 자식..."

아파테이아를 품에 넣은 알렉세이에게, 유리가 천천히 다가온다. 하지만 알렉세이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서,

"그렇군. 기껏 와줬으니 제군에게도 세례를 받게나. 공주가 손수 자극한 에아르를 말이지"

라고 하며 아파테이아를 뻗었다.

"우아아아아앗!"
"꺄아앗!"

에아르의 힘을 받고서, 이번엔 동료 전원이 쓰러졌다.

"싫어! 이제 그만해!"

에스텔이 외치니,

"크...아악!"

유리가 혼신의 힘을 쥐어짜 일어나, 손에 든 검을 들었다. 술식이 나타나고, 에아르의 힘이 단번에 가라 앉는다.

"뭐라고? 어째서 네놈이 그 검을 가지고 있지? 듀크는 어쨌나?"

에스텔은 놀랐다. 어째서 유리가 가지고 있는 걸까.

"그 녀석이라면 진작에 어디로 가버렸다고. 네놈 따위에겐 용무가 없는 모양이다"

유리가 웃는다.

"...얄궂군. 긴 시간동안 찾아 다녔던 것이 필요 없어지니 굴러 들어오다니... 그래, 만월의 아이와 아파테이아, 게다가 나의 지식이 있다면 이제는 데인노모스따윈 필요 없다"
"뭘 잠꼬대를 중얼거리는 거야. 중얼중얼 말하지 말고 에스텔을 돌려달라고"

유리는 제단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발을 걸치고 있는 알렉세이에게 다시 한 번 다가가려고 한다.

"흥. 공주가 그걸 바랄까?"

(아...)

알렉세이의 시선에 에스텔은 주춤거렸다. 리타가, 주디스가, 이쪽을 보고 있다.

"...모르겠어"

툭 중얼거리니,

"뭘 말하는 건데!"

카롤이 다급하게 고함을 쳤다.

"함께 있으면, 전 모두를 다치게 하고 말아요. 하지만... 함께 있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혼란스러운 에스텔을, 유리가 막는다.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라고! 와! 에스텔!"

아파테이아가 높게 내걸린다. 힘이 발동해서 동료들이 쓰러진다. 비명ㅡㅡ.

반복된다.

이 불길한 힘을 가진 덕분에 몇 번이고 반복 되는 것이다.

"이제... 싫어..."

알렉세이가 히죽거린다.

친위대가 달려와서 유리 일행의 앞길을 막는 것이 보였다.

"자 공주, 이쪽으로"

알렉세이가 손짓을 하니 에스텔은 구체와 함께 흡수 되듯이 공중에 미끄러진다.

"잠시만 다시 잠들어주십시오. 다음에는 그리운 자피아스 성으로 모시지요"
"기다려. 그런..., 아..."

의식이 멀어진다.

(유...리...)

어떻게 할 수도 없이, 에스텔의 시야가 닫혔다.





제도가 결계를 잃은 것을, 에스텔은 자피아스 성의 어검의 계제(御剣の階梯)에서 알았다.
하늘을 검붉게 흐려지고, 에아르가 진해졌다.

"어검의 계제는 중요한 실드 블라스티아잖아요. 그걸 당신은...! 대체 제도에 있는 사람들은, 세계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구체에는 새로운 술식이 새겨져, 점점 몸의 자유가 없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지배자가 걸어야 할 패도ㅡㅡ"

불어오는 바람을, 알렉세이는 가슴 가득히 들이 마셨다.

"공주, 당신의 그 힘은 정말로 멋집니다... 공주가 있다면 세계를 해방하는 것도 쉽겠죠!"

(무슨 말을 하는 거야ㅡㅡ?!)

그때 에스텔은 희미하게 바울의 목소리를 들었다.

"유리...! 여러분..."

알렉세이가 뒤를 돌아본다.

"엔테레케이아 이상의 질기군, 정말. 대단하군"

내건 아파테이아에 호응하여 에스텔의 구체 주변에 부유하는 다른 아파테이아도 빛을 띈다.

"에스텔!"

유리가 피에르티아호의 앞으로 올라간다.

"아악!"

격통과 함께 힘이 뿜어져 나온다.

"에스텔!!"

리타의 절규가 강풍에 끊겼다.

"이 자식, 알렉세이!"

유리가 이를 깨물었다.

"싫어! 힘을 억누를 수 없어!"

(무서워...!)

에스텔은 너무 무서워서 울부 짖고 있었다.

"약해지지 마! 에스텔! 지금 구해줄게!"

눈물로 흔들린 시야 속에서 유리가 배를 박차는 것이 보인다. 에스텔은 필사적으로 팔을 뻗었다.

(아주 조금이면 유리에게, 닿ㅡㅡ?!)

그 순간 에스텔의 힘이 발현하여, 눈부친 빛을 작열시킨다. 유리는 날려져, 당황하며 선체와 바울을 잇고 있는 로프를 잡았다.

"에스..."

에스텔은 바람에 날려진 유리를 절망적인 눈동자로 바라봤다.

누구에게 기도하면 될까. 누구를 구하기 위해 기도한 적은 있었으나, 자기 자신을 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에스텔은 깨달았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이 이상... 누군가를 다치게 하기 전에... 부탁이에요..."

ㅡㅡ죽여줘요.

"!!"

목소리로 나오지 않는 속삭임이 유리에게 전해진다.

"아아아아아아!!"

비명과 함께 에스텔의 힘이 넘쳐 흐른다.

거기에 필사적으로 머물러 있던 바울이, 비틀거리듯이 날려진다.

"에스텔ㅡㅡ!"

동료들의 목소리가 검붉은 하늘 너머로 멀어졌다.






검과 방패를 잡고서 에스텔은 동료들과 마주 보고 있었다.

(죽여야만 해(殺サナケレバ)... 모두를... 죽여야...)

어검의 계제의 정상까지 유리 일행이 쫒아 와줬을 때, 에스텔의 마음에는 동료를 향한 살의가 부풀어 올랐다.

(죽여야만 해...)

"ㅡㅡ그야말로 둘도 없는 도구야, 공주는"
"에스텔을 물건 취급하지 마!!"

리타가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말이 아닌 소리로서 들릴 뿐이다.

(...죽여야만 해...)

검을 치켜 들고서 에스텔은 유리를 습격했다. 유리의 검이 받아내도 다시 베려고 한다. 주디스가 시야에 들어온다.

"에스텔, 눈을 뜨렴!"
"나야, 리타야! 네 친구야!"

리타가 양손을 펼치고 있다.

(전부... 죽인다...)

에스텔의 허무한 눈이, 카롤과 레이븐을 잡았다.

갑자기 다리가 꼬인다. 에스텔으 비틀거리고 만다.

"흠... 파워가 부족했나"

알렉세이가 손에 들고 있는 검을 한 번 휘두르니,

"꺄아아아!"

에스텔의 몸에 충격이 왔다. 알렉세이는,

"제군 덕분에 이렇게 데인노모스를 대신하는 새로운 『열쇠』도 완성 되었다. 감사 인사로서는 뭐하지만 나의 계획이 완성 되는 것을 보도록 하지... 진정한 만월의 아이의 각성을"

라고, 즐겁게 웃는다.

다시 의식이 끊기기 시작한다. 에스텔은,

"자우데 불락궁... 과거에 세계를 휩쓸었던 재앙도 깨트렸다는 궁극의 블라스티아..."

알렉세이의 말을 짤막하게 들었다.







(죽여야 해...)

에스텔은 눈을 떴다. 언제부터인가 알렉세이는 사라졌다.
에스텔은 검을 고쳐 들고서 동료들을 향해 들이댔다.

"에스텔, 너"

유리가 천천히 다가온다.

"지금... 편하게 해줄게"

유리의 검이 반짝인다. 공포는 없다. 내려쳐지는 검을 방패로 받고서 반격을 하려고 하던 때였다.

"보라고, 이거"

유리의 손바닥이 내밀어졌다.

"! 이...건..."

거기에 있던 것은 만타이크 사막에서 맡겼던 브로치였다.

(어머님의... 유품(形見)...)

브로치를 착용한 어머니의 상냥한 미소가, 에스텔의 가슴에서 떠오른다. 자그마한 에스텔이 장식인 블라스티아보다 훨씬 가지고 싶다고 바라던 브로치ㅡㅡ.

꽃을 형상화한 그것은 아름답게 빛나며, 사랑하는 딸에게 속삭이는 걸로 보인다.

"?!"

얼굴을 든 순간, 지금까지 덮여져 있던 감각이 한 번에 돌아왔다. 밀려오는 바람 소리, 동료들의 말ㅡㅡ.

"에스텔, 이제 너를 조종하는 녀석은, 없어"

한 마디, 한 마디, 곱씹듯이 유리가 전한다.

"남은 건 네가 자신을 되찾는 것뿐이야"
"아... 유...리..."

에스텔이 약하게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넘쳐서 뺨에 전해진다.

"...저...는... 모...두를 다치게 해요... 안 돼... 함께... 는 있을... 수 없어..."

그래도 유리는 참을성 있게 에스텔의 눈동자를 들여다 본다.

"너, 내게 죽여달라고 말했었지. 하지만 정말로 그게 네 바람이냐? 다르잖아? 돌아오라고. 에스텔!"

(실은... 내 진짜 마음은...)

에스텔의 손에서 검이 스르륵 떨어졌다.

"저... 저는..."

넘치는 감정으로, 입술이 떨린다.

"저는 아직 사람으로서 살고 싶어요!!"

불어오는 에아르를 돌풍이 붙잡는다. 바람이 지나가고, 그 후에는 푸른 하늘과 정적이 찾아왔다.

"앗?!"

갑자기 에스텔은 또 다시 구체에 구속된다. 구체는 붉고, 이상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시스템이?!"

리타가 외친다. 주디스는,

"알렉세이의 검이 가장 중요했던(要) 거야"

라고, 구체를 조용히 바라봤다. 에스텔은 눈을 꼭 감고서 억제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안 돼.. 이젠 멈출 수 없어... 모두들 도망쳐요!"
"동료를 믿어! 『브레이브 베스페리아』는 할 때는 한다고!"

유리가 데인노모스를 높게 들었다. 눈부신 빛이 작렬했다.
자유롭게 된 에스텔의 몸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유리가 확실하게 안고, 둘은 그대로 쓰러졌다.

"...어서와"

유리의 가슴에서 에스텔은 웃었다.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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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외로... 영양가가... 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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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밀리아, 자, 돌아가자"

에스테리제는 작은 새를 살짝 들어올려, 새장 안으로 넣는다. 조금이라도 힘을 넣으면 금방 약해지고 마는 것이다.

그녀는 역대 레밀리아의 연명을 한 적이 없었다. 어머니가 되도록 치유술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서 평범한 아이로서 생활했으면 한다는 마음을 에스테리제에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에스테리제는 그것을 물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방에서 아무도 모르게 능력을 쓸지는, 실은 아무래도 좋을지도 모른다.

성 안에서 얼굴을 보는 사람만큼, 알고 있다. 공부와 검술의 가정교사에, 같이 붙는 메이드가 몇 명. 즐겁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애초에 불만도 없다. 분명 오늘도 바뀌지 않고서, 독서를 하고서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날은 평소와는 달랐다.

프렌·시포의 몸에 위험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새로 빌린 책을 다 읽기 전ㅡㅡ빠른 밤의 시간이었다.


 


"...소대장이잖아?"
"맞아맞아, 소문으로는..."

저녁 식사 후, 기사 대기소 앞을 지나가던 에스테리제의 귀에,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호위병들이 쉬는 듯 싶었다.

(소대장...?!)

그녀는 작게 열린 문 앞에서 발을 멈춘다.

"어쨌든 위험한 거잖아. 나, 당분간 성에 있어서 다행이야..."
"...노려지는 거 아냐, 프렌 소대장도..."

(!)

"당신들!"
"에, 에스테리제 님?!"

크게 문을 연 인물의 얼굴을 보고서, 의자에 앉아 있던 기사단병이 2, 3명 정도 허둥대며 일어선다.

"프렌이 노려지고 있다는 말, 진짜인가요?!"
"아, 아니... 소문...이라..."

기사들은 곤란한 듯이 서로의 얼굴을 본다.

"대체 누가? 프렌은 알고 있나요?"
"아뇨, 아마도 모르시지 않을까 하고... 소, 소문이기에"

그렇지, 기사들은 그렇게 끄덕였다.

"..."

에스테리제는 아무 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일단 자기 방으로 돌아왔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사정은 모른다. 그렇지만 프렌의 몸에 위기가 오고 있는데 가만 두고 볼 수는 없었다.

(프렌에게 알려야 해...!)

그렇지만 무아무중으로 뛰어가, 프렌의 방으로 뛰어 들기 위해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을 때,

"에스테리제 님!"

기사들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아마도 대기소에 있던 기사로부터, 평소에 있는 호위 기사 뿐만 아니라 성내 각부에 연락이 닿았던 거겠지.

"에스테리제 님!"

호위 기사단병이 두 명, 쫓아온다.

호신용 검을 들고 오길 잘했다고 에스테리제는 생각했다.

"돌아가주십시오"
"지금은 돌아갈 수 없어요!"

에스테리제가 고개를 흔드니, 바짝 올린 머리카락에 잠깐 손이 닿는다. 드레스의 긴 옷자락이 방해였다.

"이건 당신을 위한 겁니다"

기사가 바짝 다가온다. 에스테리제는 그를 노려봤다.

"이 이상, 다가오지 말아주세요"
"그만 하시는 편이... 다치지 않을 겁니다?"
"검을 다루는 건 익혔습니다"

어째서 언제나 이런 구차한 취급을 받아야 할까. 한시라도 빨리 프렌을 만나야만 하는데.

(꾸물거리다간 프렌의 몸에...)

"어쩔 수 없군요. 난폭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기사들이 칼을 고쳐 잡을 때였다.

"이봐! 찾았어! 이쪽이야!"

계단에서 호통 소리가 울렸다.

"부탁이에요! 보내주세요!"

이 이상 사람이 늘어나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에스테리제는 애원했다.

"어떻게 해서든 프렌에게 전해야만 하는 것이!"

그때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기사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보였다.

"우왓!"

한 번에 두 명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서 에스테리제의 표정이 밝아졌다.

"프렌...! 저를 구하러...?"

하지만 뒤돌아본 눈동자는 경악으로 열렸다.

"누, 누구?"

거기에는 모르는 청년이 서 있었다. 키도 나이도 프렌과 같은 정도였지만 아무렇게나 뻗은 흑발과 의지가 강한 눈동자는 닮았지만 닮지 않았다.

흩어져 있는 다른 기사가 몇 명, 홀에서 뛰어 들어왔다. 

"정말, 슬쩍 갔다 올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귀찮아졌네"

청년은 질린 듯이 말하며, 상쾌한 칼솜씨로 기사들을 바닥에 떨어트린다. 그들은 모여서 당하고 있었다.

(굉장해...! 하지만 이 사람은 대체...)

그가 왼손목에 착용하고 있는 보디 블라스티아를 눈가로 잡으면서 에스테리제는 홀에 장식 되어 있는 커다란 오래된 화분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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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리제 님, 어디로 가시는지요?"

방 문을 열었을 때 호위 기사가 말을 걸었다.

"도서관이에요"

처음 듣는 목소리라고 생각하면서 에스테리제는 답했다. 

"함께 하겠습니다"

성 안에서 어디를 가던지 에스테리제에게는 호위 기사가 붙는다. 그가 차기 황제 후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에스테리제를 밀어주고 있는 평의회와, 선대 황제의 조카인 요델을 지지하는 제국 기사단 사이가 미묘한 관계인 것을, 에스테리제는 거의 모른다. 그렇기에 호위 기사 없이 걸을 수 없는 것을 불편한 느낌이 없지는 않았으나, 어렸을 적부터 있던 습관이기에 불만을 느끼지는 않았다.

호위라고 해도 도서관으로 갈 때는 문 밖까지다. 에스테리제가 안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동안 기사는 복도에서 대기하게 된다.

그러나 그 날의 그는 에스테리제를 위해 문을 열어준 후, 자신도 함께 들어가려는 기색을 보였다.

"아. 여기까지면 괜찮아요"

에스테리자가 말하니 기사가 놀라며,

"시, 실례했습니다! 낯설어서 죄송합니다"

라고, 허둥대며 사과한다.

"아뇨,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책을 빌리고 싶으시면 기사단 분이어도 입실해도 괜찮습니다. 함께 가시겠어요?"
"아닙니다. 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
"그런가요... 고마워요"

에스테리제가 웃으니, 기사는 갑주를 흔들면서 허둥대며 복도 구석으로 걸어갔다.

(젋은 목소리였으니 최근에 배속된 분이겠구나, 분명)

에스테리제는 그 후 책 읽기에 몰두하며, 몇 권을 빌린 후 방 밖으로 나왔을 때는 복도에서 대기하던 그와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대화다운 대화를 한 것은 그 다음에 만났을 때였다.

 

 

 

 


구름이 두껍고 흐린 오후였다.

에스테리제는 평소처럼 긴 복도를 걸으며 도서관의 무거운 문을 스스로 밀었다. 그 날의 근위는 몇 년 전부터 알고 있던 나이 있는 기사였지만 에스테리제가 반납을 위한 책을 몇 권이고 들어줬기에 그랬다.

추운 날이었지만 기사로부터 받은 책을 안고서 혼자서 미끄러진 방 안은 더욱 춥게 느껴져, 에스테리제는 목도리를 방에 두고 온 것을 잠시 후회했다. 가지러 돌아갈까 망설이던 때 학술서 쪽 서가 너머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낮게 들리는 것을 깨달았다. 책의 제목을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이상하네... 누가 있는 걸까)

성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바쁜 시간대이다. 도서실에서 누군가와 만나는 것은 거의 없었다.

에스테리제는 반납할 책을 가까이에 있던 왜건ㅡㅡ사서 텅그티가 책을 이동할 때 애용하고 있던 것ㅡㅡ위에 올리고서 겁내지 않고서 서가의 맞은 편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아"

목소리의 주인이 그녀를 깨닫고서 놀란 듯 이쪽으로 얼굴을 향한다.

"안녕하세요"
"...!"

아름다운 푸른 눈을 감은 금발의 청년의 볼이, 그렇다고 알 수 있을 정도로 긴장한다. 흐르는 금발이 아름다웠다. 갑주는 벗었으나, 기사 제복을 입고 있다.

"뭔가 찾고 계시나요? 제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몰라요"
"에, 에스테리제 님...?!"

(누구였지...?)

슬쩍 에스테리제는 그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고서, 실례했습니다"

청년은 직립부동의 자세를 취하며, 소속 부대의 이름을 말했다.

"프렌·시포... 요전에 호위를 해주신 분이시죠?"
"네. 오늘은 오후 내내 비번이 됐으니까요"

에스테리제는 프렌이라고 밝힌 기사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책을 찾고 계신 거군요. 여기는 장서가 많으니까 익숙해지지 않으면 큰일이겠죠. 텅그티가 있다면 다르지만요"
"사서장은 오늘 휴가라는 듯 싶습니다"

어머, 에스테리제는 그렇게 소리를 올리며 웃었다. 어쩐지 평소라면 뛰쳐나오는 늙은 텅그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었다.

"비번이 겹쳐진 거군요. 그것보다 텅그티를 알고 있다면, 당신도 가끔씩 여기로 오시는 건가요?"
"아뇨..."

프렌이라 밝힌 청년은 곤란한 듯한 표정을 띄운다.

"저는 그렇게 공부에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최근에 조사할 것이 생겨서, 몇 번 정도. 오늘은 아스테필스 환상연봉(環状連峰)의 기후와 그리고 내륜에서 외륜의 바다로 나올 때의 조류에 대해서... 책 이름도 알고는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라고 제목을 말하고서 서가를 둘러봤다.

"연습(演習)인가요?"

말하면서 에스테리제는 아주 조금 걸었을 뿐인데 힐끗거리며 세 권의 오래된 책을 빼내 손에 들었다.

"이거인가요? 기후나 바다에 대한 것이라면 대부분 이쪽에 실려 있어요"
"...놀랐습니다"

프렌은 허둥대며 에스테리제의 손에서 책을 꺼내, 솔직하게 놀라움을 나타냈다.

"제게는 이 도서관이 너무나도 넓은 세계처럼 보입니다. 그만큼 많이 읽으신 거겠지요"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쭉 여기서 살았으니까요..."

에스테리제는 답하며,

"게다가 혹시 가능하다면 저..."

라고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프렌이 묻는 듯한 시선을 향한다. 그것은 무례하지 않도록 바로 흘려졌다.

"아아, 이쪽 책은 읽은 적이 있어요... 조류에 대해서 적혀져 있는 곳을 알기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알려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에스테리제는 창가에 놓아진 큰 독서용 책상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혹시 장래에 레밀리아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면... 분명 당황하게 만들겠죠. 이 사람은 그림책은 읽지 않을거고)

"감사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프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면서도 받은 책의 두께에 질려 하는 것이 확실하게 얼굴에 나와 있다. 모든 페이지를 조사하는 것은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사양하지 말아주세요. 시간은 잔뜩 있으니까요"

에스테리제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울리면서 잘 닦인 마루를 걸으면서 독서용 책상과 함께 놓여진 의자에 앉았다.

"실례합니다"

프렌도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서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책의 가장자리에는 텅그티가 정성을 들여 키우고 있는 식물이 심어진 화분이 몇 개 늘어져 있었다.

"...외륜의 바다의 조류에 대해서는 여기랑... 여기예요. 이쪽이 분명 알기 쉬울 테니까 책갈피를 끼워두면 좋다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프렌은 에스테리제가 펼쳐준 페이지에 손을 올리고서, 뭔가 끼울만한 것이 없을까하고 시선을 움직인다. 그러니 화분 뒤에 떨어진 한 장의 잎을 발견한다.

"이걸 쓸 수는 없을 거고..."

프렌이 가랑잎을 떼고서, 펼쳐진 종이 위에 살짝 올리고서, 다시 되돌린다.

"우후후"
"어"

에스테리제가 웃는 것을 보고서 프렌이 뺨을 물들인다.

"죄송합니다. 공교롭게도 빈손으로 와서... 하지만 페이지를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당신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해서요"
"그렇습니까?"
"어린 시절의 이야기지만"

에스테리제는 두꺼운 구름 사이에서 엷은 햇살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을 인정하고서 눈을 가늘게 떴따.

"어머니와 자주 여기에 왔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간 후부터는 정말로 매일같이..."
"아버님께서는 분명..."

네, 그는 그렇게 끄덕였다.

"인마전쟁 때 목숨을 잃으셨어요. 저는 아직 8살이었습니다. 애초에 휴라세인 가의 피를 이은 것은 어머니예요. 그러니까 저희들은 아버지를 잃어도 성에 계속 살 수 있었지만요"
"휴라세인 가는 황족이니까요. 당연한 겁니다"

프렌의 어조는 조용하고 단단해졌지만, 에스테리제는 눈치 채지 못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제가 매일 책을 읽고 싶어했기에 여기에 데리고 와주셨어요. 가끔씩 텅그티에게 저를 맡기고서 용무를 마치기도 한 것 같아요. 텅그티는 일을 못했으니 정말 큰 민폐였네요"
"하하하"

프렌은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올려 웃고서, 당황하며 진지한 얼굴로 되돌렸다.

"실례했습니다"
"어느 날, 대여 금지인 무거운 책을 여기에 가져와서 읽었어요. 그 날도 그래, 어머니는 어딘가로 가서, 그래서 갑자기 돌아와서는..."

에스테리제는 점점 밝기를 낣혀오는 하늘을 바라봤다.

"저는 좀 더 읽고 싶어했지만, 반출할 수 없는 책이었으니까 그 다음은 내일 읽자는 것이 됐습니다. 그래서 텅그티가 여기에서 키우고 있던 꽃잎을 한 장 받아서 책갈피 대신으로 했습니다" 
"긴 이야기라도 읽으셨던 거군요"
"아뇨, 연표예요"
"여, 연표ㅡㅡ?!"

프랜의 얼굴이 이상해서 에스테리제는 웃었다.

"연표는 재밌어요.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보고 있으면 정경(情景)이 보이는 기분이 들어요. 역사는 좋아하시나요?"
"네, 뭐. 하지만 제가 그 연령일 때는 매일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놀아서, 그다지 독서는 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함께 있던 유리... 아니, 소꿉친구가 그런 부류의 인간이 아니었던 것도 있어서..."

그리운 듯한 괴로운 듯한 신기한 표정으로, 프렌은 말했다.

"유리?"
"아, 네... 그런 이름을 가진 소꿉친구입니다. 이전에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사단에 적(籍)을 두기도 했었습니다"
"그런가요. 소꿉친구... 부럽네요"

에스테리제는 흘리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조금 시간을 두고서,

"지금은 좋은 추억이에요"

라고 조용히 말한다.

"네?"
"잎을 책갈피로 한 날 말이에요. 실은 그 후에 저는 화분을 땅에 엎어 버렸어요. 어머니께서 탕그티에게 사과하셔서... 그 어머니도 2년도 못 돼 병으로 돌아가셔서..."
"에스테리제 님..."

프렌은 놀라면서, 허둥대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너무 오래 이야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이것으로 머리를 때려야겠습니다"

그는 세 권의 책을 조금 들어 올려서 보여주고는 뒷꿈치를 뒤집었다.

"프렌 씨"

흐르는 금발이 천천히 돌아봤다.

"저는 부디 편하게 불러주십시오"

 

그럼 프렌, 에스텔은 그렇게 정정했다.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그 다음에는 책갈피를 준비하겠습니다"

"후훗"

 

프렌의 미소에 이끌려, 에스테리제의 입술도 피어났다.

 

 

 

(생략)

 

 

프렌과 처음 만났을 때에는 도중에 이야기를 그만두고 말았었지, 에스테리제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프렌에게 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지만 그 뒤의 사정하고는 조금 달랐다. 

(화분을 떨어트리고 말았을 때, 저는 당황하고서 도서실 바닥에 웅크리고 있어서...) 

8세 소녀에게는 너무나도 큰 책의 모서리에 밀려, 독서용 책상에서 떨어진 화분은, 커다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하게도 꽤나 튼튼하게 만들어진 듯, 화분은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웅크려 앉은 에스테리제의 눈에는 무참하게 꺾인 식물 줄기, 떨어져버린 잎 외에, 불운하게도 도망치지 못한 벌레의 모습이 보였다. 화분에 접촉한 것이겠지, 한쪽 날개가 버쩍 뻗어 있다. 

"미안해요...!" 

에스테리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식물 위에 손을 올린다. 그 손목에는 블라스티아가 있었다. 

"에스테리제!" 

어머니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때, 소리에 놀라 달려오는 탕그티의 발소리가 들렸다. 

"공주님! 에스테리제 님!" 

에스테리제는 손을 내렸다. 어째서인가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느낌이 든 탓이다. 

"오오,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곳에 화분을 놓아서는. 상처는 없으십니까" 
"괜찮습니다, 탕그티. 딸이 부주의한 겁니다. 죄송한 것은 이쪽이에요"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에스테리제의 팔을 잡고서 일으켰다. 

"더러워져 있으니 가만히 있으세요. 지금 제가 정리를..." 

사서는 황송해하며 마루에 주저 앉아, 화분을 일으켰다. 아주 조금 금이 간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식물은 줄기도 잎도, 이윽고 부풀어 오를 터인 봉오리도, 그 무엇 하나 상처가 없었다. 

에스테리제는 탕그티의 시선이 블라스티아로 향하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 척한다. 
희미하지만 건강 그 자체인 날개 소리를 내며 붉고 둥근 벌레가 날아 올랐다. 에스테리제는 언제까지고 벌레의 행방을 눈으로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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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수도 자피아스의 밤은 깊은 어둠에 덮여 있었다.

(평소에도 이런 느낌이었나...)

예전의 밤의 경치를 머릿속에서 잘 그릴 수 없다. 생각보다 여행이 길어진 탓일까, 아니면ㅡㅡ.
오랜만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 왔건만 에스텔ㅡㅡ에스테리제·시데스·휴라세인ㅡㅡ은 어두운 마음을 안은 채, 창가에서 살며시 떠났다.
작은 새인 레밀리아는 새장 안에서 얕은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지만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래피드는 그 공기의 파도를 코로 벌름거리며 오른쪽 눈을 열었다.

"크......응"

일단 평소라면 에스텔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다. 그가 사이 좋아지고 싶다고 노력하면 할 수록 매정하게 행동하던 개였다. 그만큼 주인인 유리·로웰의 부재가 영향이 크다고, 에스텔은 생각한다. 

"래피드, 춥지 않나요?"

그녀는 슬쩍 방을 가로 질러, 래피드에게 너무 다가가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옆 소파에 앉았다.

"......"

래피드는 도망치는 대신 다시 눈을 감았다. 에스텔은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커다란 개가 착용하고 있는 익숙한 보디 블라스티아에 시선을 향했다.

"잠시만 대화를 해도 될까요?"

편한 밤 복장으로 갈아 입고서, 빨리 자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에스텔은 조용히 물었다. 가끔씩 이 개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

래피드가 입에 물고 있던 담뱃대가 희미하게 움직였다. 에스텔의 입에 미소가 올라온다.


 

 


"...벌써 그로부터 5일..."

자우데 불락궁에서 유리가 모습을 감춘 날부터 벌써 5일이 경과하고 있었다.
거대 코어가 낙하한 것으로 에스텔과 동료들ㅡㅡ래피드, 카롤·카펠, 리타·몰디오, 레이븐, 주디스, 그리고 프렌·시포ㅡㅡ은 유리를 잠시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드디어 거대 코어에 분단 됐던 불락궁 위에 도착했지만,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충격으로 바다에 추락한 것이라 생각하고서 필사적으로 찾아봤지만, 단서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프렌은 배를 이용해 몇 번이고 근해까지 수색했지만 그럼에도 전부 성과 없이 끝났다.

"저기, 유리가 없어도..."

프렌이 유리를 발견하지 못하고서 임무에 돌아가고서, 처음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것은 카롤이었다.

"유리가 없어도, 응. 우리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에스텔 일행은 잠시간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얼굴을 봤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유리 없이 그런 것이 가능할까, 에스텔은 슬픔 속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동료들의 선두에는 유리가 서 있었다. 그가 있어 줬기에 내딛을 발에 힘을 넣을 수 있었다.
지금은 아직 유리가 사라진 것에 망연자실해, 그 없이 잘 걸을 수 있는 것조차 떠오르지 못한다.

"...그러게. 그럼 나는 자우데로 돌아갈래"

기분이 풀리지 않은 어조로 리타가 말한다.

"한 번 더 유리를 찾을 건가요?"

아냐, 리타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면서 어깨를 떨어트린다.

"그 고대 유적은 조사할 보람이 있어. 에스텔의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마지막은 자신을 격려하듯이 말한다.

'리타·몰디오의 이름을 걸고서, 반드시 어떻게든 하겠어ㅡㅡ'

에스텔은 자우데 불락궁으로 향하기 전 밤에 했던 리타의 말을 떠올렸다.

'에스텔을 잡힌 몸으로 돌아가게 하지는 않겠어. 두 번 다시 물건 취급 당하게 할 수는...'

"함께 할게"

주디스가 나섰다.

"고... 고마워"

리타는 어색하게, 그래도 안심한 듯이 감사 인사를 한다.

"그래서? 소년은 어떻게 할 건데"

레이븐이 팔짱을 끼면서 말을 꺼낸 얼굴을 들여다 봤다.

"...나는... 당그레스트로 돌아갈래"
"그렇겠지. 헤라클레스에 이어서 자우데까지, 길드 놈들도 엄청 경계하고 있겠지"

레이븐은 응하면서,

"그럼 나도 그쪽으로 갈깝쇼"

라며 카롤 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텔은 어떻게 할 거야?"

카롤이 묻는다.

"자, 저는... 자피아스로 돌아가려고요"

결심한 듯, 에스텔은 전했다.

"그래... 돌아가서 어떻게 할 거니?"

주디스가 물었다.

"그러네요. 거기에는 상처를 입은 사람이 잔뜩 있잖아요? 저도 자신이 할 수 있을 정도의 일을 하자고 생각해요"
"잠깐만, 너 자기 몸에 대해서 알고 있어? 치유술을 사용하면 얼마나 부담이 올지..."

장난 아냐, 그런 어조로 리타가 말했다. 카롤 일행도 걱정하듯 에스텔을 바라본다.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무리는 하지 않을 거니까요. 게다가 래피드를 여기에 두고 갈 수는 없으니가요"

에스텔은 래피드를 힐끗 봤지만 그는 외면한 채 움직이지 않는다.
래피드도 걱정하고 있는 거야, 에스텔의 가슴이 아파온다ㅡㅡ.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에스텔은 중얼거렸다.

"유리가 없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아뇨"

그는 고개를 흔들며, 어깨를 감쌌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해! 그렇죠, 유리...)

에스텔은 천천히 몸을 돌려, 창문 너머에 펼쳐지는 밤을, 찾는 듯이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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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더운 날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전대 황제, 크루노스 14세가 매년 성대하게 치르는 탄생제의 초저녁이었다.
그녀는 아직 막 4살이 되었고, 부친은 원정길을 나가 있었기에 없었다.

"여기는 공기가 나쁘네요. 여기 계신 분들, 술을 드시고 계시니..."

넓은 공간에서 한가로이 인사를 끝내니, 어머니는 어린 에스테리제의 손을 잡고서 조용히 정원으로 나왔다.
수목을 이으며 내려간 형형색색의 램프, 거기서 울리는 친숙한 음악. 새하얀 크로스를 덮은 테이블 위에는 에스테리제도 먹을 수 있을 듯한 가벼운 음식과 과자가 가득 차려져 있다.
웃고 있는 사람들은 귀족 뿐만이 아니고, 배우와 그 가족처럼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넓은 공간과는 달리 여기는 마음이 편해지고, 잡다한 장소였다.

"어떤가요, 아가씨"

흔들흔들 다가온 본 적 없는 남자가 에스테리제에게 작은 캔디를 몇 개, 쥐어줬다. 꽤나 마신 것 같다.

"감사합니다"
"저쪽에서 곡예를 하고 있답니다"

남자가 에스테리제와 어머니를 등분(等分)으로 보면서 그렇게 말했을 때, 연못 앞에서 조금 소리가 빗나간 팡파레가 울렸다.
거기에 모여 있던 사람들로부터 와, 하고 함성이 오른다.

"어머님, 저도 보고 싶어요!"
"괜찮습니다"

어머니는 웃으면서 에스테리제의 손을 이끌며 인파로 가까이 간다. 벌써 모여 있던 구경꾼들은 작은 에스테리제를 보고서 맨 앞줄로 내줬다.
2인조의 궁정 곡예사는 한 명은 진지한 정장, 또 하나는 우스울 정도로 화려한 레이스가 붙은 옷을 입고서, 얼굴을 새하얗게 바르고 있다. 손에는 나팔. 익살꾼(道化)이다.

"...그럼, 여러분. 그럼 마지막으로 황제 폐하의 건강을 기원하며, 이 연못의 물고기들을 나이만큼 여기 검으로 옮겨 보이겠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남자의 손에 모인다. 거기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한 자루의 검이 들려 있었다.

"꺄앗ㅡ!"

연못 저편에서 비명이 올랐다. 나팔을 내던진 익살꾼이, 물 속에 뛰어든 것이다. 물보라를 맞은 관객들은 비명을 지르면서ㅡㅡ그래도 모두 웃으면서ㅡㅡ뒷걸음을 쳤다.

에스테리제는 두근거리면서 익살꾼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못은 정원사에게 만들게 시킨 것이기에 깊지는 않았고, 기껏해야 무릎까지 온다. 그의 발밑에는 미리 둔 금색의 물고기들이 팔딱팔딱 튀어 올라, 수면에 복잡한 무늬를 그려내고 있다. 

"자자, 빨리 물고기를 이쪽으로! 제대로 던지라고!"

연못 옆에 선 정장을 입은 곡예사의 말을 수긍한 익살꾼은 깜짝 놀랄만한 물고기를 한 마리, 손으로 잡았다. 그것을 정장을 입은 남성 쪽으로 높게 내던진다.

물고기는 반짝하고 비늘을 번쩍이며 호를 그리고, 남성이 내건 칼의 끝으로 떨어진다. 그는 절묘한 손으로 아직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를 받았다.
관객으로부터 감탄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물고기는 한 마리, 또 한 마리 던져지며ㅡㅡ가끔씩은 익살꾼이 일부러 관객 쪽으로 던지기도 했지만ㅡㅡ, 눈 깜짝할 사이에 열 두 마리가 배를 떠밀려 꼬챙이가 된다.

"자, 잠깐만!"

정장을 입은 곡예사는 거의 앞까지 꽂힌 꼬챙이가 무거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익살꾼을 한 손으로 막는다.

"이 이상은 이제 못 꽂는다고. 황제 폐하의 나이만큼이라니, 무리야. 폐하의 장수는 역시 검으로는 정말 잴 수가 없어. 폐하에게 복이 가득하기를! 자 여러분, 폐하의 건강에 지금 건배를!"

연못에서 올라온 익살꾼이 엉성하게 나팔을 불었다. 관객들은 박수하며 곡예사 일행을 에워쌌다. 그들은 웃음보를 터트리며 새로운 음료를 찾으며 테이블로 돌아갔다.

하지만 에스테리제는 연못가에 웅크린 채 꼼짝하지 않는다.

(물고기...)

"에스테리제. 우리들도 뭔가를 받으러 갈까요"
"...어머님. 이 물고기들... 아파 보여요"

물고기는 팔딱팔딱 몸을 비비고 있다. 녹초가 된 것도 있지만, 아직 죽음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았다.

"위험하답니다. 진짜 검이니까요"

술을 대접 받고 있는 곡예사들에게 힐끗 비난의 시선을 던진 후에, 어머니는 딸의 앞에서 물고기를 찌른 검을 치우려고 손을 뻗었다. 검은 반쯤 젖은 모습으로 연못에 방치되어 있었기에, 물고기는 그대로, 검만을 빼냈다.

"앗"

허둥대며 손을 움츠린 어머니의 손가락 끝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에스테리제는 봤다.
실수로 건드려 버린 것이다.

"어머님, 상처가!"
"괜찮답니다, 이 정도면"

그렇게 말하면서 어머니는 주변에 메이드가 있을까 하고 시선을 돌렸지만 공교롭게도 이쪽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에스텔은 망설이지 않고서 어머니의 손목을 잡고, 상처에 자그마한 손을 얹었다.

"어머님... 가만히 있어주세요"
"...에스테리제?"

에스테리제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어머님의 상처가 낫기를)

"자... 이제 깨끗해졌어요"

눈을 여니, 거기에는 낯익은 어머니의 하얀 손가락이 보였다. 흐르고 있었을 혈액조차 깨끗하게 없어졌다.

"에스테리제, 너... 너, 도..."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는 웃으며 다음에 연못에 떠 있는 빈사의 물고기ㅡㅡ손이 닿는 범위에 있던 몇 마리ㅡㅡ를 조용히 바라봤다. 이번에는 바라지 않아도 되었다. 뻗은 손 아래에서 물고기는 한 마리 씩 천천히 헤엄친다. 비늘에는 상처 하나 없다.

에스테리제는 만족하며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머님... 무슨 일 있나요?"

에스테리제는 그때의 어머니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안도와 불안, 그리고 몹시 염려스러운 눈빛ㅡㅡ.

"방으로 돌아갑시다"
"어. 저, 과일차가 마시고 싶은데요"

에스텔은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손에 들고 있는 잔ㅡㅡ붉고 단 액체가 가득 찬ㅡㅡ을 보고서, 입술을 삐죽거렸다.

"나중에 가지고 오게 하겠습니다. 어쨌든 오세요"
"..."

에스테리제네가 성 안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원을 가로 지르기 시작했을 때 배후에서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들렸다.

"연못에 아직 물고기가 있어!"

"안 찔린 걸까"

어머니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방에 도착할 때까지 에스테리제는 반쯤 끌려 다니듯이 계속 걸을 수 밖에 없었다.


 

 

 


방문을 닫으니, 드디어 어머니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에스테리제. 잠시만 기다리렴"

옆방으로 사라진 그는 바로 돌아왔다. 아름다운 보석이 박힌 팔찌를 손에 들고 있었다.

"...준비하기를 잘했어. 자, 에스테리제. 너는 오늘부터 이것을 착용하렴"
"예쁜 장식이네요"

에스테리제는 눈을 빛냈다. 어머니가 착용하고 있는 팔찌와 꼭 닮았다.

 

"장식...?"

어머니의 입술이 풀렸다.

"그렇네. 네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장식 그 자체로구나..."
"예뻐... 예뻐요. 고마워요, 어머님"
"원래 네게는 필요 없는 것이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소중하게 착용하렴" 

평봄한 장식품치고는 거북한 느낌이었지만 에스테리제는 비교 대상이 없다.
그는 손목을 감싼 팔찌를 바라보며 어머니에게 감사의 말을 했다.
폭발음이 울리며 창밖의 밤하늘이 밝게 물든다. 뜰에서 축하의 불꽃이 터진 것이었다.

(이것도, 불꽃도 아름다워. 하지만 나는 어머님 같은 브로치도 가지고 싶어...)

어머니의 드레스의 가슴 부근에 장식된, 꽃을 형상화한 브로치. 하지만 반짝임은 에스테리제의 손목의 장식 쪽이 훨씬 강하고, 날카롭다.

(어째서 이걸 착용하게 됐을까... 이거, 뭘까)

이것이 고대유적에서 발굴된 귀중한 블라스티아라고 알게 된 것은 몇 년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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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하권 9장 138쪽~

 


벨벳이 놀란 얼굴로 얼굴을 올리니, 거기에는 몸에 검이 꽂힌 채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카노누시의 모습이 있었다.

"나는 쭉 괴로웠어. 몸이 약한 탓에 폐만 끼치고...... 역시 누나는......"

새빨간 혈액이 검을 타고 흘러, 벨벳의 주먹을 적셨다.

"아..... 아아......"

눈물을 흘리며 떠는 벨벳을 향해 카노누시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사라지는 편이 좋았어?"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벨벳은 검을 집어 넣고서, 카노누시를 껴안았다.

"그럴리가 없잖아...... 살아줬으면 했어. 곁에 있어줬으면 했어"

눈물로 젖은 눈동자를 닫고서 더욱 강하게 껴안는다.

"그런데 그렇게 되어서...... 복수를 하지 않으면...... 너를 위해서, 나는...... 먹고...... 죽이고......"
"다행이다"

벨벳에게 안긴 채, 카노누시는 너무나도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미안...... 미안해, 라피......! 아팠지"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는 벨벳은, 라이피세트를 향해 절규한다.

"피! 이 아이의 상처를 낫게 해줘!"

라이피세트는 망설임을 숨길 수 없다. 그치만......

"그치만, 그 녀석은......"
"라이피세트야! 내 동생이야!"

그 순간 카노누시와 눈이 맞았다. 이 녀석...... 웃고 있지 않아?

"......하지만, 나는 복수는 바라지 않았어. 그야, 그런 자기중심이야말로 부정함을...... 업마를 만드는 원흉이니까"
"어......?!"

당황한 모습의 벨벳에게도 아랑곳 않고 순수한 미소를 향한다.
라이피세트...... 아니, 카노누시가 뭘 말하고 있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아서 형부를 도와서 진정시킬 거야. 이 세계의 고통을...... 누나와 같은 더러운 불결을"
"더러운...... 불결...... 나와 같은......"

멍한 표정으로 벨벳은 중얼거린다.
벨벳이 더럽다니...... 이 녀석, 아까부터 대체 뭘......

"각성한 카노누시는 모든 업을 진정시켜, 인간을 불결함을 만들지 않는 존재로 바꾸어 준다"

아르토리우스가 상층에서 엄숙하게 말을 걸어 온다.

"업을 먹힌다면 나는 나로서 있지 못하게 된다만?"

화를 참으며 로쿠로가 말한다.

"그걸 하겠다는 거겠지. 성례에게서 의지를 빼앗은 것처럼"

아이젠도 혐오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고통이 없는 조용한 세계가 온다"
"사람의 의지를 지우는 것이, 당신의 목적이었던 건가요!"

엘레노어는 충격을 지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업마가 없는 상냥한 세계를 만든다...... 그것이 내 꿈이야"

카노누시가 무표정으로 벨벳을 쳐다봤다.

"안심해줘. 이 상처도 금방 나을 거야. 누나를 먹으면 말이지"

그 직후, 카노누시와 벨벳을 중심으로 지면이 검게 바뀌어, 거대한 원형의 마법진이 전개 된다.

"이건?!"

라이피세트는 놀라면서 자신의 발밑을 봤다.
지면은 검게 물들어, 늪처럼 발끝에서부터 가라 앉아 간다.

"이런, 먹힐 걸세!"

마길루가 외쳤다.

"기다려......"

몸의 대부분을 먹혀 들어가는 동안, 라이피세트는 벨벳의 멍한 목소리를 귀로 들었다.

"나는, 줄곧 널 위해서...... 그런데...... 이런 건......"
"고마워"

카노누시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기에 제대로 속죄를 해야지. 계속 무의미하게 모두에게 상처를 입혀 왔으니까"
"그런......"

벨벳은 두 눈을 뜬 채, 그 어떤 움직임도 멈췄다.
가장 사랑하는 동생이 살해 당한 것에 대한 복수를 위해, 벨벳은 모든 것을 희생하고서, 그 어떤 것도 상처 입혀왔다.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그 누구도 아닌 동생 본인에게서 선고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늦어버릴 것이라고, 라이피세트는 생각했다.

"벨벳!"

라이피세트는 외치면서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손바닥과 손바닥 사이에 마력구를 발생시킨다. 힘껏 양팔을 뻗으니, 마력구는 한 번에 확대되어, 동료들 모두를 삼켰다. 그리고 동시에 마법진은 수축하면서, 라이피세트 일행을 삼켜, 소실했다.








p141~157




***



라이피세트는 눈을 뜨고서, 주변을 봤다. 초목의 종류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고, 푸르게 빛나는 바위 사이에 길이 어디까지고 이어지고 있다. 한 번 보고서 평소의 세계가 아니라고는 알았지만, 어딘가 그리운 느낌도 들었다.

"다행이에요, 정신 차렸군요"

엘레노어가 안도한 표정으로 이쪽의 상태를 엿보고 있다.

"아무래도 지맥에 삼켜진 것 같아요"
"엘레노어는 괜찮아? 모두는?"




라이피세트가 물으니, 엘레노어는 슬픈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저는요. 하지만......"

작은 목소리로 바뀌면서, 얼굴은 살짝 옆으로 이동한다.
그 시선의 앞을 향하니, 벨벳이 서있었다. 눈은 공허하고, 입은 작게 계속 움직이고 있다.

"죽인다...... 죽인다...... 그렇게...... 죽였는데...... 그치만 그 아이가...... 그 아이를 위해서......"

엉뚱한 방향을 보며 서있는 채로, 벨벳은 중얼중얼 헛소리를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더럽다니...... 난...... 무의미하게...... 잘도...... 죽여야...... 죽어...... 죽어......"

그 눈동자에는 빛이 완벽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벨벳을 보고 있는 라이피세트의 어깨에, 엘레노어가 손을 올린다.

"제가 깨어났을 때부터, 계속 저런 느낌이었어요"
"계속......"

라이피세트가 숨을 삼키니, 갑자기 벨벳이 이쪽을 향해 얼굴을 향했다.

"일어났구나"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가자. 지맥(이곳)을 나가서 녀석을 죽인다"
"하지만 카노누시는 벨벳의......"
"환각이라고 말했잖아!! 아니면 가짜! 함정이야!!"

벨벳이 갑자기 목소리를 올렸다.

"......아니, 진짜라면 어쩌겠다는 거야? 그 아이가 날 배신했다는 소리잖아"

이번에는 또 냉정한 표정을 되돌리고서, 천천히 라이피세트에게 다가간다.

"그런 녀석을 죽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왜? 어째서? 내가 얼마나 죽여왔는지...... 실컷 봐온 네가!"

비명을 지르며 라이피세트를 양 어깨를 잡았다.

"죄송......해요......"
"벨벳!"

엘레노어가 당황하며 달려와, 두 사람을 떨어트렸다.
벨벳은 숨을 거칠게 쉬며, 라이피세트틀 내려다 보고 있다.

"자, 여기서 나가자. 네 힘으로"
"하지만...... 아이젠과 모두를 찾아야......"
"빨리!!"

갑자기 오른손을 뻗어, 간단하게 라이피세트의 머리를 잡았다.
가차없는 태도와 무서움을 겸비한 목소리에, 라이피세트의 눈에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맺힌다.

"빨리 하라고 말하고 있잖아"

어쩔 수 없이, 라이피세트는 양손을 합치고서 술법을 발동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지워지고 만다.

"뭐하는 거야. 빨리!"
"적당히 하세요!"

주변에 마른 소리가 울린다. 엘레노아가 벨벳의 뺨을 힘껏 때린 것이다.
벨벳은 그런 엘레노어를 향해 눈을 향했다.

"적당히 해야 하는 건 그 녀석들이야!! 그야 그렇잖아?! 죽이겠어...... 반드시......"
"진정해주세요"

슬픈 듯이 눈동자를 글썽이며, 엘레노어는 벨벳의 어깨를 살짝 잡았다.




(생략)




세 사람은 지맥에서 나가기 위한 탈출구와 떨어지게 된 동료들을 찾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사이, 벨벳은 말이 없었다. 눈만을 번뜩이며 그저 발을 움직이고 있었다.
라이피세트와 엘레노어도 똑같이 입을 다물고서 앞을 나아갔다. 당분간 걸었을 때, 일행이 나아가는 길 앞에 갑자기 빛의 구가 나타나, 커다랗게 팽창하여, 라이피세트 일행을 삼켰다.

"어?!"

마치 비눗방울 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구의 표면은 새하얗게 빛나고, 그 후 무언가의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 이건......"

비춰지고 있는 것은, 벨벳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가 아니다. 긴 흑발을 머리 뒷쪽에 세 갈래로 땋고서, 검소한 무명의 옷을 입은, 확실하게 어린 모습이었다.

"뭐야......"

영상을 보면서 벨벳은 놀라고 있었다.
영상의 내용은, 전에 방문했던 아발 마을의, 벨벳의 집 같았다. 그는 거기서 동생인 라피와 즐겁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카노누시의 공격......?"

라이피세트의 중얼거림에 엘레노어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다른 것 같아요. 이건...... 과거의 환영?"
"우아아아아앗!!"

벨벳이 외치면서 업마 손을 해방해, 영상을 찢었다.
구는 한 순간만에 터져 부드러운 입자가 되어, 라이피세트 일행의 주변에서 사라진다.

"후후후......"

벳벳은 라이피세트 일행을 향해 몸을 돌렸다. 소름 돋을 듯한 미소였다.

"봐, 죽였어! 보라고, 자! 익숙한 거야!"

고함을 지르면서, 벨벳은 업마 손을 되돌린다.

그런 벨벳의 눈앞에, 또 빛의 구가 튀어 나왔다.
이번 영상에서는 아르토리우스와 많이 닮은 청년과 본 적 없는 여성이 나오고 있다.
숲의 작은 길에 쓰러져 있는 청년을 여성이 발견하고, 힘껏 간호한다.
공복이었을까, 배가 울리는 청년에게 여성은 사과를 주며, 저녁을 먹지 않겠느냐며 권유했다.
여성은 세리카·크라우라고 소개하고, 청년은 아서라고 소개했다.

"아르토리우스!!"

벨벳은 업마 손으로 빛의 구를 찢었다.

"뭐야......! 뭐냐고......!!"

증오가 담긴 표정으로, 벨벳은 빛의 구가 있던 장소를 몇 번이고 발로 밟고 있다.
거기에 로쿠로와 아이젠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마길루는 함께 있지 않은 것 같다.

"뭐야, 방금 건?"
"당신들에게도 보이고 있었나요?"

놀란 상태의 로쿠로에게 엘레노어가 말을 거니, 주변에 있던 아이젠이 입을 열었다.

"대지의 기억이라는 거겠지. 지맥에는 지상에서 일어난 일이 사생화처럼 기록 되어 있다고 들었다"
"즉 예전의 환상이라는 건가"

로쿠로가 납득한 것처럼 말했다.

"......환각이 아니야. 저건 내 언니야"

침착함을 되돌린 듯한 벨벳이, 담담하게 말했다.

"언니......"

영상 안의 여성이, 크라우라고 지칭했던 것을 라이피세트는 떠올린다.

"세리카 언니도 속은 거야..... 그치? 그런가, 그러니까 나를 감옥에서 꺼내서......"

의미를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벨벳은 흐늘흐늘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이상한 분위기에, 로쿠로와 아이젠이 뭔가를 느낀 듯이 얼굴을 마주 봤다.

"라이피세트, 벨벳은 괜찮은 건가?"

라이피세트는 고개를 흔들며, 그리고 숙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타인의 걱정을 할 때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아이젠이 말했다.

"여기는 완전히 카노누시의 영역으로 덮여 있다. 녀석의 몸 안이라고 말해도 좋겠지"
"그렇구나. 그러니까 내 힘으로는 나갈 수 없어......"

아까 전, 벨벳에게 듣고서 쓰려고 했던 술이 지워진 것을, 라이피세트는 떠올렸다.
아이젠은 경계를 재촉한다.

"조심해라. 대지의 기억도 녀석이 재생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녀석들의 목적은 벨벳이니까 말이지"

카노누시의 목적은 완전한 각성에 필요한, 벨벳의 안에 있는 두 개의 부정함이다.

"어쨌든 앞으로 가보자고. 멈춰서서는 답이 안 나와. 마길루도 찾아주지 않으면 불쌍하니까 말이야"

벨벳은 이미 걷고 있었다. 라이피세트 일행은 그것을 깨닫고서 뒤를 따랐다.

그러니, 또 빛의 구가 나타났다.

다음에 재생되는 것은, 또 세리카와 아서였다.

두 사람은 아발 마을의 집에서 화목하게 살고 있다. 아무래도 부부가 된 것 같았다.
세리카는 슬쩍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는 아서의 아이를 품고 있다.
아서는 크게 기뻐하며, 세리카의 얼굴을 조용히 보며 웃으면서도,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ㅡㅡㅡ맹세할게. 이 목숨과 바꿔서라도 너희들을 지키겠다고ㅡㅡㅡ

촤악!

아서의 목소리와 동시에 벨벳이 그 영상을 무언으로 찢었다.

"크크크......아하하하핫!"

이번에는 한 손을 이마에 대고 조소한다.

"웃기지, 저런 말을 믿다니! 전부 거짓말인데. 미소도, 맹세도, 그 무엇도"

거기에 또 다시 빛의 구가 나타났다.

피처럼 붉은 달이 비추는 진정의 사당. 업마의 무리가 무섭게 포효를 올리며 질질 나아가, 세리카를 사당의 구멍의 가장자리로 몰아 넣고 있었다.
아서가 베어 넘겨 오며 그를 구하려고 하지만, 세리카는 그런 아서를 지키기 위해 업마의 공격을 받아, 그 끄트머리에서 구멍 안으로 낙하한다. 아서는 손을 뻗지만, 낙하하는 그를 잡을 수는 없었다.

ㅡㅡㅡ어째서 나는! 단 둘 만의 가족조차 지킬 수 없는 거냐!!ㅡㅡㅡ

고뇌하는 아서의 앞에 멜키오르가 나타나, 진실을 고했다.
이 마을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봐주는 것의 대가로서, 아서 일가를 업마화한 도적들에게 바쳤다는 것을.
죄 깊은 마을 사람들의 행위에, 아서는 절망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 그러니 등 뒤의 사당의 구멍에서 황금색의 빛의 기둥이 수직으로 올라와, 그 안에서 두 명의 성례가 떠올랐다.

한 사람은 세리카와 많이 닮은 용모를 한 성례.
그리고 또 한 명은, 자신이었다.
두 사람은 세리카와 그 뱃속의 아이가 사망해, 성례로서 전생한 모습이라고 멜키오르는 말한다.
그 생명을 산 재물로 하고서 사당의 봉인이 풀려, 성주 카노누시가 부활을 이룬다. 그것은 멜키오르를 포함한 성료의 간부가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부활은 불완전한 것 같고, 카노누시는 힘의 일부만을 발휘할 수 있다.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카노누시의 완전한 부활을 이루기 위해, 멜키오르는 막 전생한 두 명의 성례를 데리고 하려고 하고, 아서는 그런 멜키오르를 불러 세웠다.
세계의 고통을 멈추겠다는 사명에 눈을 뜬 그는, 한 명의 성례와 계약을 해, 선대 필두 대마사 클로딘·아스가르드의 의지와 힘을 잇는 대마사, 아르토리우스·콜브랜드라고 자칭했다.

"지금의 성례는, 나......?"

그 영상이 말하고 있는 것은 진실인 걸까.
자신은 아르토리우스와 세리카 사이의 아이였던 걸까......

"보세요, 저기!"

엘레노어가 갑자기 외치며, 손가락을 향했다.
그 앞의 공간에, 상처와도 같은 균열이 입을 벌리고 있다.

"지맥의 균열이다.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젠이 그렇게 말하며, 달려가려는 순간, 또 빛의 구가 나타났다.
다음에 보여주는 것은, 세리카의 묘 앞에 선 아르토리우스와 라피였다.
그것을 눈으로 본 벨벳이 숨을 삼키며 "라피......"라고 중얼거렸다.
영상 속의 라피는, 아르토리우스에게 말을 건다.
이 붉은 달이 떠오르는 붉은(緋) 밤에, 누나인 세리카와 그 아이의 생명을 산 재물로서, 카노누시가 눈을 떴다. 그것이 사람들이 업마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개문의 날의 정체라는 것을.
라피는 아르토리우스가 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었다.
카노누시가 완전히 부활한다면, 업마가 없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그것을 위해서는 또 하나, 청정한 영혼을 가진 산 재물이 필요하다는 것도.
그리고 라피는 만반의 준비를 한 것처럼 아르토리우스에게 물었다.

ㅡㅡㅡ나라면, 산 재물이 될 수 있어?ㅡㅡㅡ

아르토리우스는 잠시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 후 눈을 열었다.

ㅡㅡㅡ너는, 어째서 새가 하늘을 난다고 생각하지?"ㅡㅡㅡ
ㅡㅡㅡ새는, 날지 않으면 안돼. 하늘을 날기 위한 날개를 가지고 있으니까ㅡㅡㅡ

라피는 올곧게 아르토리우스의 눈을 보며 답했다.

ㅡㅡㅡ내게도, 약하지만 날개가 있어. 그러니까 지금 날지 않으면 안 돼!ㅡㅡㅡ

그는 '십이세병'이라는, 이름 그대로 12년 밖에 살 수 없는 불치병을 앓고 있었다.

ㅡㅡㅡ병은 무섭지 않아. 하지만 지켜지기만 하고서 죽는 것은...... 나는, 절대로 싫어ㅡㅡㅡ

"웃기지 마......"

벨벳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지만, 영상은 무정하게도 진행하고 있다.
아르토리우스는 라피의 바람을 받아들여, 그 영혼을 산 재물로서, 다음에 올 붉은(緋) 밤에 카노누시를 완전 부활을 시킬 결의를 한다.

ㅡㅡㅡ이건 누나에게는 말하지 말아줘ㅡㅡㅡ

라피는 그렇게 말하며, 아르토리우스와 약속을 나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ㅡㅡㅡ내가 만들거야. 누나가 행복해질 수 있는 세계를ㅡㅡㅡ

"아아아아악!!"

벨벳이 업마 손을 휘둘러 빛의 구를 파괴했다.

"뭐가 의지야! 날개냐고! 잘도...... 잘도 둘이서, 나를 배신했겠다!!"

하늘을 향하고서 외치는 벨벳의 주변에, 또 무수한 빛의 구가 나타난다.
그 하나하나가 부풀어, 끊임없이 과거의 기억을 비추고 있었다.

ㅡㅡㅡ사과도 사죄도 없어! 가족이니까 당연, 맞지?ㅡㅡㅡ

온화한 표정의 아르토리우스를 배경으로 라피에게 미소를 짓는 벨벳.

ㅡㅡㅡ응. 언니 직접 전수인 키슈를 만들고서 기다릴 테니까ㅡㅡㅡ

외출하려고 하는 아르토리우스를 배웅하는 벨벳.

ㅡㅡㅡ너라면, 형부에게 지지 않을 대마사가 될 지도 모르겠네ㅡㅡㅡ

함께 침대 위에 앉아 라피에게 말을 거는 벨벳.

"닥쳐......"

증오로 가득찬 표정으로 업마 손을 휘둘러, 현재의 벨벳이 빛의 구를 계속 파괴한다.
하지만 대지의 기억은 집요하게 벨벳의 행복했던 시절의 영상을 계속 보여준다.

"닥쳐어어어!!"

벨벳은 업마 손으로 더욱 격렬하게 빛의 구를 파괴한다.

"이런 거짓말을! 잘도! 전부! 전부 그 녀석의 거짓말이야! 그런데 나는......! 죽어! 죽어, 죽어, 죽어어어!!"

벨벳은 지금까지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지의 기억의 내용은 그 동기 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라피는 아르토리우스에게 살해 당한 것이 아니라, 전부......
거기에 야수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업마다. 짐승이나 곤충 등, 다양한 생물의 부위를 이은 듯한 모습의 무시무시한 업마가, 이쪽에 달려오려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방해하지 마! 더러운 괴물이!!"

벨벳은 단독으로 나가서, 업마 손으로 있는 힘껏 내려쳤다.
공격을 제대로 받은 업마는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벨벳은 그 부정을 먹는다. 업마는 검은 연기가 되어 소멸......한 것처럼 보였지만, 연기가 걷힌 후, 업마가 있던 장소에 사람의 모습이 쓰러져 있었다.

"히익?!"

벨벳은 떨면서 당황한다.
쓰러져 있던 것은, 벨벳이었다.
그 벨벳은 상처투성이인 몸으로 목만을 움직이며, 인형처럼 행기 없는 눈동자를, 앞에 선 벨벳에게 향하고 있다.

"우아아앗!!"
"진정해, 벨벳! 이런 건 카노누시의 환영이야"
"나...... 내가...... 죽어......"

하지만 그녀의 귀에는 닿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런 거라니 너무하네. 그건 누나의 절망의 모습인데"

아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라이피세트와 벨벳의 앞의 공간에 황금색의 빛이 빛나며, 거기서부터 카노누시가 모습을 나타냈다.

"증오하고, 원망하고, 먹고, 죽인다. 타인도, 세계도, '이치'도 짓밟고서, 그저 감정에 따라서 산다...... '더러운 증오(부정)의 덩어리야"

카노누시는 천천히 이쪽에 다가온다.

"트, 틀려!"
"네가 입을 열 게 아니야. 진실인지 아닌지는, 누나가 알고 있으니까"

라이피세트의 외침을, 카노누시는 부정했다.

......틀리지 않아. 그야, 전부 내 제멋대로인 착각이었어. 그런데, 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벨벳은 무릎에서부터 지면에 무너져 내린다. 카노누시가 그 눈앞에서 멈춰서 있었다.

"죄도 없는 사람들을 잔뜩 상처 입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잔뜩 죽여서 먹었어"

카노누시의 질문에, 벨벳이 답했다.

"아서 형부의 결의도 모르고서"
"사람도 마을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

답하는 벨벳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다.

"그래도 나는, 누나를 정말 좋아했어. 그러니까 누나를 위해 산 재물이 되는 것을 선택했어. 그런데 부활을 방해하면 나는 의미 없이 죽게 되는 거잖아"

카노누시는 슬픈 듯이 슬쩍 눈을 가늘게 한다.

"실은 정말로 무서웠다구, 죽는 건"
"미안...... 미안해......"

그 말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카노누시는 다시 벨벳에게 시선을 향한다.

"인정하는 거지? 누나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은, 전부......"
"응. 누구를 위한 것도 될 수 없었어"

공허한 표정으로 벨벳은 수긍하며, 어린 아이처럼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주저 앉았다.

"나는 무의미하게 모두를 괴롭힌...... 괴물입니다"

그 양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지면을 적혔다.

"알았다면, 속죄를 해야지"

만족한 듯이 수긍하며, 카노누시는 슬쩍 공중에 떠올랐다.

"마지막 부정...... 누나의 증오와 절망을 먹으면, 나는 완전히 각성한다...... 그러면 세계의 고통을 멈출 수 있어"

카노누시의 머리 위에 천사와 같은 빛의 고리가 나와, 그것이 크게 넓어졌다.

"누나는, 고통이 없는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아줬으면 했지만..... 괴물이 되어서는, 어쩔 수 없겠네"

고리의 내부의 암흑에서 강력한 마법진이 떠오르니,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것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멍하니 앉아 있는 벨벳의 몸도, 시든 나뭇잎처럼 간단하게 움직여진다.

"아아...... 아......"
"벨벳!"

저항 없이 흘러가는 벨벳을 라이피세트는 필사적으로 쫓아가, 오른손으로 그의 왼손을 잡았다.
그 뒤에서는 엘레노어 일행의 3인이 필사적으로 다리를 견디며 흡수에 저항하고 있다.
지면에 누워 있던 벨벳의 모습을 한 절망이, 어찌할 도리 없이 공중에 떠올라, 고리 속으로 삼켜진다. 고리의 내부의 암흑에서부터 거대한 괴물의 입이 나타나, 그것을 한 번에 삼켰다.

"저건...... 카노누시의 입?"
"아마도 그럴 거다. 먹혀지면 끝이라고!"

풍압에 견디면서 올려다 보고 있던 엘레노어에게, 아이젠이 외치며 답했다.
라이피세트도 어떻게든 양 다리를 버티면서, 날아가려고 하는 벨벳의 팔을 잡고 있지만, 점차 힘이 빠지며, 벨벳의 신체는 점점 공중에 떠오르고 있다.

"놔줘...... 나는 사라져야......"
"싫어!!"

라이피세트는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라이피세트를, 벨벳은 슬픈 듯한 눈동자로 본다.

"이런 더러운 괴물은, 살아서는 안 돼...... 알고 있잖아......?"
" 한 사람 째의 산 재물의 전생체...... 너도 내 일부다. 같이 먹어줄게"

공중을 부양하면서 카노누시가 다가와, 라이피세트에게 그렇게 고했다.
안간힘을 쓰고 있던 라이피세트의 발이 이제 한계를 넘었다. 라이피세트는, 벨벳의 팔을 잡은 채 공중에 떠오른다.
하지만 그런 그의 발을, 누군가가 강하게 잡았다.

"아이젠!"

외치는 듯한 라이피세트의 목소리에, 아이젠은 히죽 웃었다.
오른손으로 라이피세트의 발을 잡으면서 왼손에서 성례술로 만든 사슬을 꺼내, 그것을 지면에 박아서 견디고 있다. 

"라이피세트, 이 자만가에게 한 마디 해줘라"

아이젠의 말에 강하게 수긍하고서, 라이피세트는 벨벳 쪽을 본다.

"부탁이야, 이제 손을......"

공허한 눈으로 간절히 바라는 듯한 벨벳을 향해, 라이피세트는 외쳤다.

"시끄러워, 닥쳐어!!"

그것은, 분노의 목소리였다.

"알 리가 없잖아!"

그 팔을 잡은 오른손에, 라이피세트는 재차 힘을 넣었다.

"벨벳은, 금방 화내고! 무섭고! 날 먹으려고 해! 하지만, 상냥하고...... 이렇게 따뜻해! 벨벳에 관한 건, 전혀 모르겠어!!"

울면서 라이피세트는 또 외쳤다.

"하지만, 벨벳은 내게 이름을 줬어! 나침반을 쥐어 줬어! 내가 살아 있다고 알려줬어! 그러니까 나는! 날 위해서 벨벳을 지킬 거야!"
"피......"

벨벳이 작게 중얼거린다.

"더러워도 돼! 의미 따위 없어도 된다고! 모두가 틀렸다고 말한다면, 세계하고도 싸울 거야! 벨벳이 절망하던지 알 바 아냐! 나는......!"

콱!

벨벳을 잡는 라이피세트의 오른손에 격통이 달린다.
그의 왼손이 어느새 업마 손이 되어, 라이피세트의 오른손을 먹는다.
그것은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고통이었다.

"벨벳이 없는 세계따위......"

고통을 견디면서, 몸에 있는 모든 힘을 써서, 힘껏 외쳤다.

"절대로 싫어어!!"
"아아......"

벨벳은 눈물을 흘리며 라이피세트를 본다.
하지만 그 왼손의 업마 손은 점점 라이피세트의 오른손을 먹어 간다.

"안 돼...... 손이 멋대로......"

사과하는 벨벳에게, 라이피세트는 미소를 돌려준다.

"팔 정도는 먹어도 돼. 하지만, 이쪽은 남겨줘"

그렇게 말하며 왼손을 뻗었다.

"벨벳을 울린 카노누시(저 녀석)을, 때려줄 테니까!"
"라이피세트......!"

벨벳도 오른손을 뻗기 시작한다. 라이피세트의 왼손과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나...... 정말 좋아했어. 라피도, 세리카 언니도, 아서 형부도, 모두......"

그 손가락 끝과 손가락 끝이 아주 조금 닿았다.

"그러니까, 그 때를 빼앗긴 것이...... 나를 선택해주지 않은 것이...... 분해!!"

그것은 이기적이기는 하지만 틀림없는 벨벳의 본심이었다.
벨벳과 라이피세트가 드디어 서로의 손을 강하게 잡는다.
라이피세트는 그 손을 강하게 끌어 당겼다.
그 순간, 상공에 있던 빛의 고리가 유리처럼 깨져, 소멸했다.

"절망이...... 사라졌다고?! 게다가 이 백은의 불꽃......"

카노누시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벨벳이 절망에서 일어나, 모든 것을 흡수하고 있던 카노누시의 입이 사라진 후. 벨벳은 맹렬하게 지맥의 균열을 향해 뛰며, 업마 손에 그것을 억지로 열고서 안에 뛰어 들었다. 그 후에 라이피세트와 로쿠로와 아이젠, 엘레노어도 이어서, 일행은 어떻게든 지맥에서 나오는 것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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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고거시 아닌디유... 싶은 마음

백은의 불꽃이 왜 거기서 언급이 된답니까

저 대사 나오기 바로 직전까지 잔불도 안 나왔건만

Posted by 감콩
,

10장 p162

 

 


자비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선두에 서서, 안내하듯이 걷기 시작했다. 그 뒤를, 1호가 따라간다.

"저기"

라이피세트는 빠른 걸음으로 1호를 따라잡고, 그 옆에 서서 걸었다.

"이렇게 대화하는 건, 아마 처음이 맞지. 날 기억하고 있어?"
"......응"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목소리로, 1호는 답했다.

"그런가...... 지금까지 건강했어?"
"......건강?"
"병이라던가, 상처 같은 게 없었냐는 거?"
"......하지 않았어"
"그렇구나...... 그건 다행이야"
"......응"

1호는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다. 하지만 대화가 잘 나아가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1호와 사이 좋게 대화할 수 있을까.
두 사람에게 들은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테레사의 곁에서 떨어져, 벨벳 일행과 함께 지내게 됐을 적의 라이피세트는 이런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벨벳에게 살아 있다는 것을 가르침 받고, 로쿠로와 아이젠에게서 사는 방법을 배우고, 마길루에게서는 이 세상에는 엉망진창인 것도 있다는 것을 배우고, 엘레노어는 그릇으로서 지지하게 되었다.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자신은 지금도 감정을 봉인 당했던 그때와 같았을 것이다.

"성장했구나, 라이피세트"
"어쩐지 유감스런 느낌도 들지만 말일세~"

로쿠로와 마길루가 번갈아가며 웃는다.
하지만 1호는......? 1호는, 이제부터 어떻게 될까.
거기서 자비다가 갑자기 뒤를 돌았다.

"이 소년은, 어떤 녀석인데?"
"응...... 이 아이가 1호고, 내가 2호. 전에는 나와 함께 테레사님이라는 대마사에게 사역되고 있었어"
"오호, 네 동료인가. 그래서, 그 테레사님이라는 녀석이 쓰러져서, 풀려났다고"
"나는 벨벳과 모두와 만났지만 1호는, 돌아갈 장소가 그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해......"
"그래, 마음이 억눌려진 성례가 갈 곳인, 업마의 위 정도니까"
"응......"

라이피세트가 힘없이 답하니, 자비다는 쓴웃음을 지으며 앞을 향하낟.

"라이피세트. 이 녀석의 이름, 뭔가 좋은 거 없냐?"
"1호에게 이름을 지어줄 거야?!"
"오우. 1호라는 번호로는, 불쌍하잖냐?"
"응. 나도 벨벳이 이름을 지어줘서 기뻤어"

라이피세트가 웃으며 말하니,

"......실버는 어떠냐?"

옆에서 갑자기 아이젠이 진지한 얼굴로 제안했다.

"실버?"

자비다가 되물으니, 아이젠은 가만히 팔짱을 낀다.

"그 녀석의 머리카락도 목에 걸린 플레이트도 은색이니까"
"과연, 꽤나 차분하고 좋지 않냐?"

로쿠로가 납득한 듯이 수긍했다.

"실버...... 응, 멋져!"

1호에게 잘 어울린다고, 라이피세트도 생각했다.
그런 대화를 듣고 있던 자비다도 만족한 느낌이었다.

"예전 동료인 라이피세트가 납득했다면, 실버로 결정이구만. 어이, 전 · 1호! 듣고 있었냐? 네 이름이 정해졌다고"

근처에서 걷고 있던 1호는 자비다에게서 다시 이름을 듣는다.

"내 이름...... 실버......?"

이상한 듯이 목을 갸웃거리는 1호ㅡㅡㅡ실버를 향해, 자비다는 웃고 있었다.

"그래. 네 이름은 실버다. 멋지지?"
"응...... 실버...... 내 이름......"

실버는 중얼거렸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 입가가 핀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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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판에서 실버는 자비다랑 같이 퇴장해서 게임판에서처럼 실버어어어어어!!!! 같은 느낌으로 개구르지는 않음.

다만 저 이후로 노 언급이라 문제지.

Posted by 감콩
,

p187

 


리이피세트도 지엽에서 불을 내 카노누시를 물러서게 했다.

"전보다 성장했잖아"

카노누시가 지검을 한 손으로 들고서 웃음을 띄우고 있다.
라이피세트는 강하게 이를 앙다물었다. 벨벳이 벨벳이 복수를 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그를 울리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떨어트리려 한 이 성주만은, 아무래도 용서할 수 없다.

"모두들"

지엽을 지은 채, 라이피세트는 로쿠로 일행에게 시선을 향했다.

"내가 카노누시를 막을게. 모두는 아르토리우스를 추적해줘"
"혼자서는 무리예요! 적어도 저도 함께......"

엘레노어의 반론에 라이피세트가 밝게 웃는다.

"이건 내 싸움이야"
"하지만......"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엘레노어의 팔을, 아이젠이 살짝 잡았다.

"그 이상은 말하지 마라. 한 사람의 남자가 정한 결단이다"
"커졌구나, 라이피세트"

로쿠로와 아이젠이 웃는다.

"고마워, 로쿠로! 아이젠!"
"아무래도 좋다만, 죽지나 말게나♪"
"위험해진다면, 바로 말해주세요"

마길루는 웃고, 엘레노어는 마지못해 라이피세트에게 그렇게 말했다.

"호오"

등 뒤에서부터 마른 목소리가 들렸다. 카노누시가, 차가운 눈동자로 라이피세트를 보고 있다.

"꽤나 멋진 척하네. 내 일부인 주제에"
"일부가 아니야"

라이피세트는 지엽을 짓는다.

"나는, 성례 라이피세트. 나는 나야!"

그렇게 외치며, 카노누시 쪽으로 지엽을 날렸다.

재빠르게 카노누시가 검을 날린다. 그 매우 짧은 시간에 라이피세트는 새로운 지엽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아아아아아!"

지엽을 마력으로 경화하고, 불과 얼음을 만들어, 때로는 스스로에게 회복술이나 보조술을 걸어, 모든 수단을 써서, 라이피세트는 필사적으로 싸웠다.

"흐응, 꽤 하잖아. 1대1을 신청한 것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카노누시의 신체의 마력이, 이상하게 높아지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카노누시인데?!"

엄청난 마력의 격류가 라이피세트를 직격한다.

"아아아악!"

라이피세트가 날려져, 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쳐졌다.

"라이피세트!"

정신을 차리니 벨벳이 달려오고 있었다. 

"괜찮아! 나는 아직......"

한 손으로 벨벳을 막으면서 비틀비틀 일어서는 라이피세트를, 카노누시는 코웃음을 쳤다.

"언제까지 버틸까?"

카노누시는 다시 마력을 모아, 엄청난 연속 공격을 몰아친다.
라이피세트는 반격하지 않고서, 그저 그것을 막을 뿐이었다.

"하아하아...... 하아하아......"

드디어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한계가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 머리 한 쪽에서 그렇게 생각하며, 그래도 라이피세트는 카노누시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대단한 듯이 말하고서, 자신을 지키는 것으로 벅차잖아"

카노누시가 다시 술법을 내보냈다.
라이피세트는 재빠르게 지엽으로 그것을 막는다. 하지만 상대의 술법의 압력이 이겼다.
술법을 다 받지 못하고, 다시 날려 보내진다. 그것을 본 카노누시가 만족한 듯이 웃었다.

"우후후, 솔직하게 사과한다면 아프지 않게 먹어주는데?"
"사과할 것 같냐...... 벨벳의 기분도 모르는, 너 따위에게!"

라이피세트는 다시 일어서, 또 지엽을 자아낸다.

"......넌 안다는 거야? 내 누나를"
"알고 있어. 하지만 안 알려줄 거야"
"딱히 상관 없어"

카노누시는 한 손을 라이피세트에게 향했다. 무수한 화염구가 만들어져, 화살처럼 날아온다.
라이피세트는 지엽으로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화염구의 위력은 높고, 전개했던 지엽은 모두 불타고 만다.

"이제 좀 포기하지 그래"

지친 라이피세트에게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카노누시가 검을 한 손으로 돌진했다.

"먹어버리면, 하나가 되니까!"

그 바로 앞에, 라이피세트의 목구멍에 꽂힌다.

찰나, 라이피세트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공격을 막았다.

"뭣?! 이건......"

나침반이었다.
나침반은 카노누시의 공격을 받고서 산산조각나 흩어진다.
그 파편과 파편 사이에서 당황하는 느낌의 카노누시가 보인다. 라이피세트는 왼주먹에 힘을 넣었다.

"네 누나가...... 아니야!"

왼주먹을 힘껏 내질러, 그것을 카노누시의 뺨을 친다.

"악!!"

카노누시는 날려져, 지면에 미끄러진다. 라이피세트는 더욱 돌진했다.

"벨벳은 벨벳이야!"

일어서려고 했던 카노누시에게, 기세를 담아 다시 왼쪽 스트레이트를 퍼붓는다.

"그악!!"

카노누시는 더욱 비명을 올려, 공중제비를 돌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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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노누시 이 개졷밥시끼

참고로 게임에서 저 부분은 지맥에서 나온 후 더 카리스에서 저러는 거지만

소설판에서는 최종 결전 때 나오는 것.

Posted by 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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